시간 거스른 대구 박물관·미술관 투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섬유박물관, 산업 발전사 한눈에 관람
로비, 복식문화실 이색적 대구박물관
간송미술관, 고려청자 관람 인파 북적
대구시는 오는 17일까지 매주 토·일요일 대구시티투어 특별노선 ‘예감투어Ⅱ’를 운영한다. 여름철 무더위에도 대구의 역사와 예술, 감성이 담긴 대표 산업, 문화 시설을 둘러볼 수 있는 미술관, 박물관 투어다. 청라언덕역과 동대구역에서 출발해 대구미술관~대구간송미술관~국립대구박물관~대구섬유박물관으로 이어지는 코스다. 네 미술관, 박물관 모두 개성이 뚜렷한 곳이어서 시원한 실내에서 ‘대프리카’로 불리는 대구 무더위도 아랑곳 않고 여행할 수 있다.

■대구섬유박물관
새만금포항고속도로 팔공산IC에서 내려 잘 뻗은 도로를 따라 달린다. 도시의 생긴 모양이 영락없는 산업단지다. 알고 보니 이곳은 섬유패션을 중심으로 하는 이시아폴리스산업단지다. 대구섬유박물관이 이런 곳에 자리를 잡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박물관 개장 연도가 2015년이니 올해로 딱 10주년이 된 곳이다.

가장 먼저 갈 곳은 2층 ‘패션관’이다. 6년 전 세상을 떠난 대구 패션 디자이너 박동준의 생전 작품이 전시된 입구를 지나면 20세기 패션의 역사를 소개하는 공간이 나타난다. 1900년대 들어 전 세계에서 유행했던 아르누보 드레스, 밀리터리룩 수트, 플레어 스커트, 바이어스 드레스 등 패션 역사를 담은 공간이다.

‘비욘드 텍스타일(Beyond Textile)’이라는 주제로 기획 전시가 열리는 공간으로 들어간다. 섬유가 옷에만 사용되는 게 아니고 자동차용품, 의류용품, 군사장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현황과 미래의 전망을 보여주는 곳이다.
3D프린터로 만든 미래형 의류가 가장 눈길을 끈다. 아직은 현실 세계에서 입기에는 불편해 보이지만 머지않은 시기에 다들 착용하고 다닐지도 모르는 옷이다. 자동차에 활용되는 섬유 소재라는 간판도 보인다. 선바이저, 선루프, 에어백, 시트, 안전벨트, 휠가드 등 섬유로 만든 자동차용품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사실에 새삼 놀란다.

섬유 제조 공정을 설명하는 안내문을 지나면 실제 섬유 공장에서 쓰였던 옛 기계가 설치된 공간이 나온다. 방사기, 견직물 역직기, 환편기, 연조기 등 무슨 뜻인지 알기조차 어려운 이름을 가진 기계가 실제 공장처럼 차려져 스위치만 누르면 금세 가동될 것처럼 느껴진다. 지금은 낡아 폐기 처리된 기계에 불과하지만 40~50년 전에는 우리나라를 먹여 살렸던 장비라고 생각하니 새삼 숙연해진다.
1919년 창업해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경방에서 시작해 오늘날 코오롱인 한국나이롱, 1995년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주가 70만 원대를 돌파한 태광산업 그리고 제일모직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섬유 기업 공간이 이어진다.
■국립대구박물관
국립대구박물관 내부 공간은 매우 특이하다. 일반적인 박물관이라기보다는 대형카페나 호텔 로비처럼 보인다. 1994년 12월 개관했으니 올해로 31주년을 맞은 곳인데 처음 개관할 때부터 이런 형태였던 것인지 아니면 2010년 재개관할 때 고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박물관 같지 않고 이색적이다.

계단을 올라가면 바로 보이는 붉은 벽돌 벽에는 다양한 영상을 재생하는 구조물이 설치됐다. 박물관 전시회를 소개하기도 하고, 사람이 앞에 서서 다양한 몸짓을 하면 그대로 따라하는 영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아무 것도 아닌 계단에도 아이디어를 입히면 이렇게 멋들어진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게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복식문화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어두운 조명 아래 다양한 종류의 한복은 물론 한복을 입은 옛 왕실 종사자 인형이 전시된 공간이 나타난다. 전시실 바닥에는 다양한 꽃무늬 영상이 끊임없이 투영된다. 한 외국인이 들어오더니 아름다운 한복에 반해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누가 보더라도 아름다운 공간인데, 외국인 눈에는 얼마나 환상적으로 보일까.

■대구간송미술관

대구간송미술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은 김홍도, 정선, 신윤복 등 조선시대 유명 산수화가의 작품은 물론 고려청자까지 두루 볼 수 있는 제1전시실이다.

제1전시실의 하이라이트는 별개로 마련된 유리통 안에 전시된 청자상감운학문매병과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문국병이다. 고려의 하늘을 상징하는 청자와 조선의 땅을 의미하는 백자가 한자리에 모인 것이니 이곳에서는 수백 년 세월을 한꺼번에 경험하는 셈이다.

이곳에서 대구의 미술관, 박물관 여행을 마감해도 되고, 바로 맞은편에 있는 대구미술관에 들러 아일랜드 출신 예술가 션 스컬리 특별전을 관람해도 된다. 여행은 마음이 가는 대로, 몸이 원하는 대로 가는 게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