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어서 눈을 뗄 수 없는 '악마가 이사왔다'의 임윤아 [인터뷰]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2025. 8. 8.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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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임윤아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악마가 이사왔다'는 임윤아의 다단한 얼굴로 완성되는 영화다. 낮에는 단정하고 고요하게, 밤에는 과장되고 광기 있게, 그리고 그 모든 얼굴을 조심스레 흉내 내는 무언가의 불안정함까지. 임윤아는 이 얼굴들을 외형이나 말투의 변화로만 분리하지 않는다. 감정의 동기와 움직임을 다르게 설계하고, 그 안에서 균열과 이음새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낸다. 임윤아는 이 작품에서 배우로서 또 한 걸음의 변화를 증명한다.

오는 13일 개봉하는 '악마가 이사왔다'는 새벽마다 악마로 깨어나는 여자 선지(임윤아)를 아르바이트로 감시하게 된 백수 청년 길구(안보현)의 예측불허 나날을 그리는 악마 들린 코미디물이다. 임윤아는 극에서 어느 작품에서도 보여준 적 없던 역대급 캐릭터 변신을 감행했다. 낮에는 파티시에를 꿈꾸는 평범한 청년으로, 밤에는 종잡을 수 없는 악마로 1인 2역을 보여준다.

"'악마가 이사왔다'의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묘하면서도 따뜻한 그 마음이 전해졌어요. 이상근 감독님 특유의 색깔이 잘 느껴졌고, 그 감정이 영화 안에서 어떻게 구현됐을까 궁금했죠. 결과적으로 그 분위기가 정말 잘 담긴 것 같아요. 관객분들이 어떻게 느끼실지 후기가 더 궁금해지는 작품이에요."

942만 명의 관객을 모은 '엑시트'에 이어 이상근 감독과 다시 호흡을 맞춘 이번 작품에서 그는 감독의 세계관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인물을 감정적으로 정밀하게 풀어내는 데 집중했다. 단순한 장르물 이상의 감정 곡선을 기대하게 한 시나리오, 그리고 감독 특유의 "떡밥을 회수하는" 구조는 그에게 한층 복합적인 연기를 요구했고, 그것이 오히려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임윤아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사실 저는 1인 2역이 아니라 1인 3역처럼 느껴졌어요. 낮의 선지, 밤의 선지, 그리고 그 둘 사이 어딘가에 있는 제3의 감정이 있었거든요. 단순히 밝고 어두운 인물의 대비가 아니라 누군가를 흉내 내고 있는 듯한 위태로운 에너지가 느껴졌어요. 밤의 선지도 정말 무서운 악마라기보다 상처나 외로움 같은 감정들이 커지면서 자기방어적으로 튀어나온 힘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더 '나 악마야!' 하고 티 내는 방식으로 표현되는 거죠. 그 안에 어떤 짠함 같은 게 있었고, 그런 복합적인 면이 인물 전체를 입체적으로 만들어줬던 것 같아요."

특히 악마 선지를 연기해야 할 때의 웃음소리부터 임윤아에게는 쉽지 않은 숙제였다. 처음부터 선명하게 잡힌 것이 아니라, 감독과의 끊임없는 대화와 시도를 통해 서서히 만들어진 결과였다.

"처음엔 악마 웃음소리가 잘 안 나왔어요. 감독님이 생각하신 이미지가 확실히 있으셨거든요. 그런데 웃음 하나가 딱 잡히고 나니까 그제야 캐릭터에 대한 기준이 생기더라고요. '아, 이게 악마 선지의 톤이구나' 하고요."

연기의 중심을 잡은 이후로는 현장에서 악마 선지 그 자체로 몰입했다. 그는 "표정을 짓는 순간부터 다른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보시는 분들은 낯선 제 모습에 놀라실 수도 있지만 저는 그게 악마 선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보여지는 것에 대해선 두려움이 없었다. 그런 부분에서 제 스스로의 틀을 깬 면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촬영 당시를 떠올린 임윤아는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그렇게까지 했는지 신기하다 싶다"며 웃었다.

임윤아 / 사진=SM엔터테인먼트

낮과 밤의 두 얼굴의 대비는 외형적으로도 정교하게 설계됐다. 임윤아는 캐릭터의 시각적 구분을 명확히 하되 단순한 변장이나 이미지 소비가 되지 않도록 그 안에 인물의 정서를 담아내고자 했다.

"낮 선지는 좀 더 차분하고 단정한 분위기에 가까웠고, 그런 쪽으로 이미지를 다졌어요. 그래서 생머리로 깔끔하게 표현했고요. 반면 밤 선지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이템을 장착하는 화려한 인물이에요. 근데 그게 단순히 예쁘게 꾸미는 느낌이 아니라 긴 시간 동안 시대를 겪어오면서 하나하나 걸쳐온 감정의 장식 같았어요."

임윤아는 상대역 길구를 연기한 안보현과의 호흡에도 깊은 만족을 드러냈다.

"안보현 오빠가 길구라는 인물을 정말 잘 소화해 줘서 케미스트리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던 것 같아요. 저도 주어진 캐릭터를 잘 표현해 보자는 데 집중했어요."

'악마가 이사왔다'는 장르적으로 코미디를 품고 있지만 그는 웃겨야 한다는 압박은 애초에 갖고 가지 않았다고 했다. 억지웃음을 만들지 않겠다는 태도는 결과적으로 '악마가 이사왔다'에 자연스러운 유머를 스며들게 했다.

"웃음 포인트는 사람마다 다 다르잖아요. 오히려 그런 생각 없이 캐릭터에 몰입했을 때 의외의 장면에서 더 크게 터지는 것 같아요. 예측하고 연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냥 대본 안에서 자연스럽게 표현하려고 했죠."

임윤아 / 사진=SM엔터테인먼트

특히 '악마가 이사왔다'의 첫 공개(지난 6일 열린 언론시사회)가 팬들이 만들어준 '윤아관'에서 열렸다는 사실은 임윤아에게 특별한 의미로 남았다. 그는 "제가 출연한 영화를 처음 공개하는 자리가 '윤아관'이었다는 게 정말 남달랐다. 팬분들이 매번 그런 이벤트를 준비해 주시는데 이번엔 유독 어깨가 으쓱했다"고 감사해했다. 그러면서 그는 팬들의 응원이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버티게 해주는 힘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을 통해 받은 응원은 팬들만이 아니었다. 함께 작품을 했던 배우들 역시 '악마가 이사왔다'의 개봉을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엑시트'에서 호흡했던 조정석과는 서로의 영화를 응원하는 컬래버레이션 콘텐츠 릴스를 찍었고, '기적'에서 함께했던 박정민은 자신이 운영하는 출판사 무제를 통해 '악마가 이사왔다'의 각본집을 발간했다.

"조정석 오빠도 최근에 '좀비딸'로 극장에 영화를 올렸잖아요. 오빠와는 '오빠가 이끌어주면 제가 잘 따라갈게요'하는 농담 섞인 응원을 주고받았어요. 박정민 오빠는 '기적'을 찍을 때도 칭찬을 많이 해 줘서 좋은 기억이 많았는데, 이번에 각본집 출판을 해줘서 고마운 마음이 들었어요."

임윤아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올해로 데뷔 18년 차가 된 임윤아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꾸준히 가져왔다. 연예인으로 살아온 인생이 어느덧 삶의 절반을 넘어선 지금, 그는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가수와 배우를 병행하며 오랜 시간 대중 앞에 서온 만큼 변화의 과정을 보여주는 일에도 책임감을 느낀다. 과거엔 밝고 에너지 넘치는 이미지가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그 안에 담긴 감정의 결을 더 깊게 들여다보고 있다.

"활동을 하다 보면 두 얼굴이 된다는 얘기를 듣기도 하는데, 저는 항상 제 안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감정이었어요. 밝게 보일 때도 있고 지쳐서 차분해 보일 때도 있고요. 그게 다 저였고 그런 흐름 속에서 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걸 요즘 더 느껴요. 방송을 어릴 때부터 하다 보니까 예전의 저를 기억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래서 요즘은 저라는 사람의 변화 자체를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임윤아는 자신이 가진 이미지의 확장 가능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오랫동안 밝고 건강한 얼굴로 사랑받아 온 만큼 많은 역할이 그 익숙함을 기반으로 제안되곤 한다. 하지만 그는 이제 그 이면에 숨어 있던 감정과 얼굴들, 즉 대중이 아직 보지 못한 다른 분위기를 꺼내 보이고 싶어 한다. '악마가 이사왔다'는 그 도전의 시작이자 배우 임윤아의 다음 페이지를 열 수 있는 전환점이기도 하다. 그는 여전히 자신에게 기대되는 밝은 에너지를 아끼지 않되 그 안에서 더 다양한 정서와 결을 가진 인물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저한테는 아직 보여드리지 못한 여러 가지 분위기와 면모가 있어요. 항상 밝고 건강한 모습들을 자주 보여드렸기 때문에 그런 역할들이 자연스럽게 주어졌던 것 같고요. 근데 제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분위기와 면모가 있어요. 제가 가진 또 다른 색깔들을 하나씩 꺼내 보여드리는 시간이 앞으로도 계속됐으면 해요. 기회가 된다면 지금과는 다른 톤의 작품들도 도전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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