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죽어야 하나요 [슬기로운 기자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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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명.
경찰청 범죄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스토킹 범죄 피해자는 1만3075명으로 하루 평균 35.8명이 스토킹 범죄 피해를 보았다.
경찰에 수차례 스토킹 신고를 한 이후 스마트워치를 차고, 가해자에겐 연락금지·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지는 등 피해자 보호 조치를 받던 이들도 있었다.
최근 스토킹 피해 상황을 취재 중인 한겨레에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해준 두 여성의 이야기도 통계와 맞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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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나린 | 젠더팀 기자
35.8명. 경찰청 범죄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스토킹 범죄 피해자는 1만3075명으로 하루 평균 35.8명이 스토킹 범죄 피해를 보았다. “미안해”, “네가 나 없이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 “그냥 내가 죽을게”, “아니다. 내가 잘못했어”. 사과와 협박을 넘나드는 수백통의 전화와 문자, 숨통을 조이는 가해자의 언어는 통계에 담기지 않는다. 부서질 듯 두드린 현관문에 남은 손자국과 집 앞 폐회로텔레비전(CCTV)에 찍힌 서성이던 뒷모습, 직장까지 쫓아와 지르던 고성, 피해자를 벼랑 끝까지 몰아넣는 그 모든 행위가 통계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다.
181명. 한국여성의전화가 언론 보도 내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최소 181명의 여성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살해당했다. 지난달 말에는 경기 의정부, 울산, 대전에서 교제 살인·살인미수 사건이 벌어졌다. 경찰에 수차례 스토킹 신고를 한 이후 스마트워치를 차고, 가해자에겐 연락금지·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지는 등 피해자 보호 조치를 받던 이들도 있었다. 피해자가 얼마나 안간힘을 쓰며 가해자에게서 벗어나고자 했는지는 그의 부고와 함께 알려졌다.
3%. 스토킹 범죄자의 구속률은 지난해 3% 수준에 머물렀다. 가해자가 구속되지 않더라도 스토킹 범죄가 지속될 경우, 경찰 신청-검찰 청구-법원 결정을 통해 가해자에게 전자발찌를 부착하거나 유치장에 가두는 ‘잠정조치’가 시행될 수 있다. 다만 지난해 경찰 신청으로 실제 전자발찌 부착이 집행된 건 32.7%, 유치된 건 40.9%에 불과하다. 가해자가 거리를 활보하는 동안 스마트워치와 접근금지명령밖에 기댈 구석이 없는 피해자들은 결국 방 안에 자신을 가뒀다.
887건. 피해자들이 그럼에도 위안 삼았던 잠정조치를 가해자가 위반한 건은 지난해 887건을 기록했다. 2022년 533건, 2023년 636건에 이어 해마다 늘고 있다. 최근 스토킹 피해 상황을 취재 중인 한겨레에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해준 두 여성의 이야기도 통계와 맞아떨어졌다. 경찰에 신고했고, 이후 연락·접근 금지의 잠정조치가 이뤄졌고, 가해자는 구속되지 않았으며 잠정조치를 위반하고 피해자 앞에 다시 나타났다.
통계 안에 있는 이들이 전해준, 통계가 말해주지 않는 것들. 공판기일조차 안 잡혔지만 최대 9개월까지 시행되는 잠정조치 기간이 끝나버린 불안한 삶. 분리수거를 하러 갈 때도 직접 산 각종 호신용품을 챙겨야 하는 날들. “가해자 얘기를 꺼내기만 하면 머리가 아파 두통약을 먹고 왔다”며 “인터뷰 이후엔 다른 피해자들이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던 그의 마음을 기사에 꾹꾹 눌러 담고 싶어 문장을 쓰다 지우길 반복하고 있다.
아무리 소리 내도 가해자와의 ‘완전한 분리’가 이뤄지지 않는 현실에서 두 여성은 “최근 벌어진 교제살인이 남 일 같지 않아 두렵다”고 말했다. 왜 피해자인 자신이 스스로를 ‘구속해야’ 하는지, 자신의 위치 정보를 전송하는 전자장치를 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착용해야 하는지, 잠정조치는 왜 기한이 정해져 있는 건지 물었다. 이들은 언제쯤 답을 받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인터뷰 답변을 정리하며 밑줄을 쳐놨던 한 피해자의 말이 자꾸만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어떤 보호조치도 마음먹은 가해자를 막을 순 없어요. 대체 몇명, 아니 몇십명이 더 죽어야 하나요.”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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