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이미 ‘의료 AI’ 패권 쟁탈전…‘폭발 성장 시장’ 주도권 다퉈 [건강한겨레]
미국, FDA가 ‘의료AI 규제 샌드박스’ 역할
프랑스, 의료 분야를 ‘국가 AI 전략 핵심’ 규정
영국, 2035년까지 NHS 병원에 ‘AI 완전 통합’

이재명 정부의 1호 공약인 ‘에이아이(AI·인공지능) 3대 강국’ 실현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 ‘의료AI’다. 의료AI는 국민 건강과 직결돼 있는데다 시장성도 크기 때문이다. 의료AI의 도약을 위한 각국의 정책, 한국 의료AI의 현황, 그리고 정부와 업계의 바람직한 역할 배분 등을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의료 인공지능(AI)을 둘러싼 각국의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포천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의료AI 시장은 약 400억달러(약 53조원) 규모로 추산되며, 2032년에는 5041억달러(약 670조원)까지 폭발적인 성장이 예고돼 있다. 연평균 시장 성장률이 44%에 달하는 ‘초고성장 산업’이다.
의료AI 분야의 선도자가 되기 위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 백악관이 지난 7월 발표한 ‘경쟁에서 승리하기-미국의 AI 행동계획’(이하 행동계획)에는 “의료AI를 신속하고, 안전하며, 대규모로 발전시키고, 미국의 글로벌 헬스케어 혁신 선도국의 지위를 강화”하기 위한 내용이 담겨 있다.
우선 식품의약국(FDA)은 ‘규제 샌드박스’를 운영하는 핵심 기관으로 지정됐다. 의약품 등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관리하는 식품의약국이 “의료진, 스타트업, 기존 기업들이 AI 도구를 신속하게 배치하고 테스트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AI와 관련한 의료기기나 의약품을 지금보다 더 신속하게 승인함으로써 의료계가 AI를 사용할 유인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행동계획에는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가 주도해서 ‘생산성 지표’를 마련하는 방안도 담겨 있다. 이를 통해 “AI 도입이 실제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을 입증함으로써 관련 기관들의 참여 의사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행동계획에는 또한 세계적 수준의 건강 및 생명과학 데이터 구축 방안도 포함돼 있다. 새로운 미 정부 부처 간 프로그램을 통해 광범위하고 개방적인 유전체 데이터 세트를 생산하게 하여 ‘차세대 생의학 파운데이션 모델’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사용 범위가 넓은 모델이다. ‘AI 경쟁의 핵심은 데이터 경쟁’이라는 말이 있듯이, 데이터를 확충하는 것은 의료AI에서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2월 펴낸 ‘프랑스를 AI 강국으로 만들기’라는 보고서에서 의료 분야를 ‘프랑스 AI의 핵심 응용 분야’로 지정했다. 프랑스는 의료AI를 활성화하기 위해 크게 △의료 데이터 확충·활용 확대 △투자 자금 확대 △인재 양성 활성화 등의 정책을 추진한다.
우선 의료 데이터 확충·활용과 관련해서는 2019년에 조성된 ‘보건 데이터 허브’를 연구자와 스타트업에 “복잡한 계약 절차 없이 학습·테스트·검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장 제이’ 등 공공 슈퍼컴퓨터 개방도 확대한다. 광학프로세서(OPU)를 탑재해 연산하는 세계 최초의 슈퍼컴퓨터인 장 제이는 이미 1200건 이상의 AI 프로젝트를 실행했는데, 이를 크게 늘리겠다는 것이다.
자금 지원과 관련해서 프랑스 정부는 ‘도전적이고 야심 찬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때 의료 분야를 우선 지원”할 방침이다.
인력 양성에서도 2030년까지 ‘매년 10만 명 AI 인재 육성 방안’을 수립한 가운데, “‘데이터 과학’과 ‘생명과학’을 결합한 융합형 교육과정을 통해 의료 분야 맞춤형 AI 인재를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영국은 지난 7월 발표한 ‘미래에 걸맞은 의료-영국을 위한 10개년 보건 계획’에서 “2035년까지 모든 국민건강서비스(NHS) 병원의 AI를 완전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NHS는 영국의 국영 의료 서비스 기관이다. 영국 정부는 이를 위해 우선 ‘환자 중심의 단일 통합 건강기록 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흩어진 건강기록을 통합한다. 이어서 AI를 모든 임상 과정에 완전 통합하며, ‘전 국민이 신체 데이터 측정이 가능한 웨어러블 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NHS 소속 병원의 경우 “전통적인 외래 진료를 2035년에 종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 계획을 통해 영국이 ‘AI 기반 보건의료 혁신의 세계 리더’로 부상할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AI 구현에서 필수적인 의료 데이터 확충·활용을 위해 국경을 넘는 협력도 진행되고 있다. ‘북유럽 환자 기록의 응용 윤리적 AI’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덴마크·핀란드·노르웨이가 참여한 이 프로젝트는 각국의 데이터가 국경을 넘지 않은 채 “분산된 AI 모델 훈련을 가능하게 하는 정교한 틀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렇게 하면 민감한 의료 데이터 유출 위험을 줄이면서도, 더 커진 데이터로 빠르고 효율적인 의료AI를 구현할 수 있게 된다.
이웃 나라인 일본과 중국도 의료AI 선진화를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5월 ‘AI활용추진법’을 만들었다. 이 법에는 ‘의료AI 발전 방안’이 포함됐는데, 의료 분야에서의 AI 연구개발을 ‘초고령화와 의사 부족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전략’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①연구개발 촉진 ②인재 육성 강화 ③산-학-관 연계 추진 ④데이터 활용 환경 정비 ⑤윤리·설명 책임 확보 ⑥국제 연계 등을 주요한 과제로 삼는다. 이 중 ‘연구개발 촉진’에서는 “요양보호·치매 분야 등 6개 중점 영역에서의 AI 기반 구축과 실증시험”을, ‘산-학-관 연계 추진’에서는 “병원-기업-대학 간의 데이터·서비스 공용 플랫폼 시행”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건강한 중국 2030’ 등 국가 중심 의료AI 정책을 추진하는 중국은 올해 1월부터 중국 전역의 3차 병원에 생성형 AI인 ‘딥시크’를 폭넓게 도입하는 등 의료AI 내실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렇게 의료AI 정책에 힘을 쏟고 있는 각 나라의 정책은 다른 듯하지만, ‘데이터 확충’ ‘자금 투자 확대’ ‘민관 협력 강화’ ‘인재 양성’ 등 정책적 유사성이 높다. 모두 의료AI 발전에 꼭 필요한 요소다. 목표도 동일하다. 모두 앞으로 급성장할 의료AI의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자 함이다.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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