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밸류업은 한순간의 꿈이었나”…“상생 돈 대라” 압박에 금융지주 곳간 흔들
배드뱅크 3500억 지출하면
금융지주 자본건전성 흔들
10조원대 추가지출 반영하면
4대지주 배당여력 2.5조 급감
정부 100조 첨단기금 출범
금융사 출자요구 더 거세질듯
정부가 밸류업을 강조하며 금융회사들의 배당 확대를 압박하는 동시에 상생금융 등 각종 출연금 요구 수위를 높이며 4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주 환원 여력을 뒤흔들고 있다. 서로 상충되는 정책을 동시에 요구하며 엇박자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연말까지 각종 세금·과징금 폭탄에 더해 막대한 출연금 요구가 이어지며 4대 금융지주는 배당 확대는 고사하고 건전성 관리 리스크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커졌다. 자본 건전성이 악화되면 당초 세웠던 3조8000억원 규모 주주환원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가 맞닥뜨릴 것으로 예상되는 재원 악재는 크게 네 가지다. 소상공인 채무 탕감을 위한 배드뱅크 출연금(3500억원)과 교육세 부담을 두 배 올리는 데 따른 부담(1000억원)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연내 세법 개정을 통해 수익금액이 1조원을 초과하는 금융회사에 두 배(0.5%→1%)의 세율을 매기려 하고 있다. 연말에 가시화할 수 있는 재원 악재다.
초대형 과징금에 대한 우려도 크다. 홍콩 주가연계증권(ELS)사태에 따른 과징금(7조4000억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담합 과징금(1조~2조원)이 부과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예상 지출금액을 합하면 최대 10조원에 달한다.
금융지주들이 특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지점은 ELS 과징금이다. 현재 당국은 홍콩ELS 불완전판매 사태에 대한 과징금 부과 기준을 판매액으로 설정하기로 했다. 4대 은행의 홍콩ELS 판매액은 14조8000억원인데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이에 대해 최대 50%인 7조400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이 지출 금액이 반영된다고 보면 4대 금융지주 배당 기준이 되는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올해 상반기 기준 13.37%에서 12.77%로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지주사별로 CET1 비율을 살펴보면 A지주 12.3%, B지주 13.1%, C지주 12.9%, D지주 12.6%가 된다. 안정적인 주주환원의 기준치로 여겨지는 CET1 비율은 13%다. 1곳의 금융지주를 빼고 모두 이 기준에 미달하는 셈이다.

문제는 대규모 지출에 따라 CET1 비율이 하락하면 주주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당초 4대 지주는 올 하반기 3조8672억원의 자사주 소각과 현금배당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다. 하지만 하반기 각종 지출에 따라 CET1 비율이 하락하면 CET1 비율이 13%를 턱걸이한 B지주를 제외한 나머지 지주들의 환원 예정금액인 2조5200억원이 그대로 집행될지 불투명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홍콩ELS 판매액에 대한 과징금 비율이 일괄적으로 50%로 부과되진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며 “정부의 배당 확대 기조를 감안해 CET1 비율이 하락하더라도 감소분에 맞춰 경직적으로 주주환원액을 감액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대 10조원에 달하는 재원 악재 이외에 앞으로 지출 규모가 줄줄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일례로 정부는 100조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출범하며 상당 부분을 금융권 출연금으로 메운다는 계획을 세웠다. 금융지주별로 분담액이 최소 수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홍콩ELS·LTV 담합 과징금에 위험가중치가 적용돼 추가로 위험가중자산(RWA)을 적립해야 할 가능성도 높다. CET1은 안전자산(보통주자본)을 RWA로 나눈 비율이다. 이에 분모인 RWA가 높아지면 CET1은 추가 하락한다.
과징금에 따른 위험가중치는 지주별로 다르지만 LTV 담합의 경우 과징금의 6~7배, 홍콩ELS의 경우 5~6배 선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뜩이나 자본 규제 문턱이 높아지며 4대 금융지주의 RWA는 올 상반기 1207조원으로 최근 5년 새 23% 늘었다. 4대 금융지주는 외부에 자금을 공급할 때 회수 가능성 등 투자 위험을 분석해 위험가중치를 적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산 규모를 다시 산출한다. 외부 투자에 대한 자본규제가 늘면서 그만큼 위험가중자산이 빠르게 늘어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위험가중치를 완화하지 않으면 기업 금융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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