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은 ‘지구의 심장’ [.txt]

박기용 기자 2025. 8. 8.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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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11월 아이슬란드 남동쪽 32㎞ 지점에 섬이 하나 떠올랐다.

솟구친 마그마와 화산재로 몸집을 불린 이 섬의 이름은 '쉬르트'.

섬은 지구의 자연 생태계가 진공 상태에서 어떻게 시작되는지를 보여줄 더없이 좋은 곳이었다.

저자는 쉬르트섬을 시작으로 전 세계를 누비며 동물들이 먹고, 싸고, 죽는 과정에서 남긴 것들이 어떻게 지구의 순환을 가능하게 했는지 추적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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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싸고, 죽고 l 조 로먼 지음, 장상미 옮김, 슬로비, 2만3000원

1963년 11월 아이슬란드 남동쪽 32㎞ 지점에 섬이 하나 떠올랐다. 솟구친 마그마와 화산재로 몸집을 불린 이 섬의 이름은 ‘쉬르트’. 접근이 어렵고, 생명이 자랄 최소한의 것도 없는 그야말로 황무지. 섬은 지구의 자연 생태계가 진공 상태에서 어떻게 시작되는지를 보여줄 더없이 좋은 곳이었다.

10년이 흘렀다. 갓 생성된 암석엔 인이 풍부했지만 탄소·질소 같은 영양소가 없었다. 그러다 갈매기가 날아들고, 이들의 끈적한 분변이 척박한 섬에 고농도 질소를 공급했다. 이어 물에 잘 뜨는 커다란 씨앗이 해안가로 밀려왔고 섬의 초기 식물로 정착했다. 곤충이 날아들고 새가 찾아오고 물개까지 나타났다. 갈매기가 싼 똥에서 새 생태계가 시작됐다.

저자는 쉬르트섬을 시작으로 전 세계를 누비며 동물들이 먹고, 싸고, 죽는 과정에서 남긴 것들이 어떻게 지구의 순환을 가능하게 했는지 추적해 간다. 동물의 배설물과 사체가 에너지와 영양분으로 바뀌는 순환의 고리. 고래의 분변은 바다를 비옥하게 하고 연어의 사체는 숲에 질소를 남기며, 곤충 떼의 집단 죽음은 강가의 식생을 바꾼다. 이 과정을 따라가면, 지구 생태계에 최초의 에너지를 공급하는 식물의 광합성과 함께, 지구 에너지 순환 체계의 상당 부분을 동물이 감당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식물은 ‘지구의 허파’, 동물은 ‘지구의 심장’이랄까. 그러니까 세상은, 단순히 식물과 초식동물, 포식자로만 구분된 게 아니었다.

2012년 ‘환경 저술계의 최고 영예’라는, 레이철 카슨 환경도서상을 받은 미국의 해양생태학자이자 보전생물학자 조 로먼이 썼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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