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가 베스트셀러를 결정하는 시대 [.txt]

한겨레 2025. 8. 8.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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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출판시장 최고의 셀럽은 '박정민 배우'다.

"영화감독의 추천사가 다른 감독의 영화 포스터에 등장하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요? 뮤지션의 추천사가 다른 뮤지션의 앨범 커버에 등장하는 경우를 본 적 있나요? 게임 디자이너의 추천사가 다른 디자이너의 게임 박스에 등장하는 경우는요? 저는 추천사가 출판 산업의 궁극적인 목표인 '최상의 품질의 책을 출판하는 것'에 극히 해로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믿습니다." 한 출판인의 문제 제기에 '품앗이'처럼 서로의 작품에 추천사를 써주던 작가들도 그간의 관행을 성찰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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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 style="color: rgb(0, 184, 177);">홍순철의 이래서 베스트셀러</span>
배우 박정민. 샘 컴퍼니 누리집 갈무리

올해 출판시장 최고의 셀럽은 ‘박정민 배우’다. 출판사 대표이기도 한 그가 추천한 성해나 작가 소설집 ‘혼모노’(창비)가 한달 넘게 주요 서점 종합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라는 직설적인 추천사가 젊은 세대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지난 3월 출간된 이 소설집은 박정민 배우가 주목받을 때마다 한 계단씩 순위 상승을 했다. 6월 접어들어 서울국제도서전 기간에 박정민 배우와 그의 출판사 관련 기사가 쏟아졌을 때, 가장 확실한 수혜주는 ‘혼모노’였다. 제대로 쓴 추천사의 놀라운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그런가 하면, 추천사와 관련한 또 다른 ‘사건’으로 출판계 전체가 충격에 휩싸이기도 했다. 유명 심리학 저자가 쓴 육아서에 소개된 세계적 석학들의 추천사가 거짓임이 밝혀지면서, 저자의 허위 학력 의혹이 제기됐고, 독자와 출판사의 해명 요구가 이어지자, 결국 저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있었다. 출판사는 즉각 책 판매를 중단했고, 저자의 학력과 추천사의 진위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것에 대해 사과했다. 추천사의 명암을 제대로 보여준 두개의 사건이었다.

미국에서도 올해 초 추천사와 관련해 출판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뉴스가 전해졌다. 미국 최대 출판사 가운데 하나인 ‘사이먼 앤 슈스터’가 “앞으로 책에 추천사를 싣지 않겠다”라고 발표하면서, 추천사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일었다. 사이먼 앤 슈스터 대표는 “앞으로 우리의 ‘주력 출판물’에는 저자가 추천사를 얻기 위해 과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도록 하겠다”라고 밝히면서, 이 결정이 “주력 출판물에만 적용된다”라고 덧붙였다. “영화감독의 추천사가 다른 감독의 영화 포스터에 등장하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요? 뮤지션의 추천사가 다른 뮤지션의 앨범 커버에 등장하는 경우를 본 적 있나요? 게임 디자이너의 추천사가 다른 디자이너의 게임 박스에 등장하는 경우는요? 저는 추천사가 출판 산업의 궁극적인 목표인 ‘최상의 품질의 책을 출판하는 것’에 극히 해로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믿습니다.” 한 출판인의 문제 제기에 ‘품앗이’처럼 서로의 작품에 추천사를 써주던 작가들도 그간의 관행을 성찰하는 분위기다.

유명인의 추천사는 대개 ‘띠지’에 실린다. 띠지에는 유명인의 추천사를 비롯해 책의 수상 경력과 홍보 문구 등이 굵고 강렬한 글씨체로 적혀 있다. ‘OOO 추천’, ‘필독서 선정’,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누적 100만부 이상 판매’ 등, 웬만한 책의 띠지에는 미사여구 일색이다. 화려한 메달과 월계관 장식이 등장하고, 자연스레 ‘과장’이나 ‘허풍’ 또는 ‘거짓’도 슬쩍 포함된다. 불필요한 종이 낭비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도 띠지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그나마 띠지가 책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광고판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추천사조차도 하나의 장식이 되어 버린 시대에 띠지에 쓰일 유명인의 추천사를 찾아 헤매는 일이 작가와 출판사의 또 다른 숙제가 되어 버렸다. ‘시대 유감’이란 말은 이럴 때 써야 하지 않을까?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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