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침스틸러] 샌드위치에 담긴 사랑과 희망…진정한 ‘솔푸드’ 의미 깨달아
레스토랑 일이 삶의 전부였던 유명 요리사
우여곡절 끝에 아들과 푸드트럭 도전하는데
모호 소스에 재운 돼지고기, 빵과 어우러져
한입 베어 물면 ‘겉바속촉’ 이국적 풍미 더해
시원한 쿠바 칵테일 ‘다이키리’와 찰떡궁합
쿠바 전통음식 아니지만 이민자 그리움 담겨

¿Cómo que no? ¡Dale! (왜 안돼? 해보자!)
겉멋 없는 진심과 단순한 열정이 그리울 때가 있다. 영화 ‘아메리칸 셰프’(존 파브로 감독, 2014년)는 그런 순간에 딱 맞다. 영화엔 맛깔나는 음식이 쉼 없이 등장한다. 고급 레스토랑의 정갈한 코스 음식부터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 치즈가 쭈욱 늘어나는 치즈 샌드위치, 달콤한 초콜릿 라바 케이크까지. 그리고 영화가 끝날 때쯤엔 쿠바 샌드위치가 미친 듯이 먹고 싶어진다.
“내 인생에서 모든 걸 잘하진 못해도, 이것(요리)만큼은 잘해. (중략) 요리로 사람들의 삶을 위로하고 나도 거기서 힘을 얻어.”
미국 유명 요리사인 칼 캐스퍼는 한 음식평론가에게 혹평받고 온라인에서 말싸움을 벌이며 갈등을 빚는다. 명성은 떨어지고 하고 싶은 요리도 못하게 된 그는 급기야 일을 그만둔다. 레스토랑 일이 전부였던 그는 아들 퍼시와 맛있게 먹었던 쿠바 샌드위치를 떠올리고 푸드트럭을 시작하게 된다. 곧장 푸드트럭을 끌고 아들과 함께 미국 전역을 돌며 7달러짜리 쿠바 샌드위치를 판다. 아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홍보로 푸드트럭은 인기를 얻고 셰프로서 재기에 성공한다. 이 과정에서 칼은 진정한 솔푸드(soul food)의 의미를 깨닫고, 소원하던 가족과의 관계와 사랑도 회복한다. 음식 영화인 줄만 알았는데 자꾸만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지?’라는 심오한 질문이 머릿속에 맴돈다.
“햄 두장, 돼지고기 셋. 그리고 치즈 두장, 피클 둘, 큰 걸로. 여기(빵)에 머스터드를 쭉 발라. 제일 중요한 것, 빵 위에 버터를 살짝 바른 다음 (그릴 뚜껑으로 샌드위치를 누르며) 빵이 노르스름해지고, 치즈가 녹을 때까지 기다려.”
칼이 아들에게 조리 과정을 리듬감 있게 보여주는 장면은 쿠바 샌드위치에 대한 욕망을 자극한다. 납작하게 눌러 겉이 바삭해진 쿠바 샌드위치를 나눠 먹으며 감탄하는 그들의 모습은 가늠할 수 없는 맛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쿠바 샌드위치는 쿠바에 없다. 미국 플로리다주로 이주한 쿠바 노동자들이 미국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고향의 맛을 낸 디아스포라(diaspora·고국을 떠난 사람들) 음식이다. 쿠바 전통음식은 아니지만 이민자의 그리움이 담겼다. 쿠바의 향수를 담은 공간이 제주에도 있다. 제주시 탑동 산지천 변에 있는 ‘하바나샌드위치클럽’은 채송화씨가 만든 작은 쿠바다. 그는 세계여행 중 처음 만난 쿠바의 매력에 반해 3년을 머물렀다.
“쿠바 사람들은 정말 낙천적이고 순수한 면이 있어요.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지만, 그걸로 행복을 재지 않죠. 쿠바 친구가 해준 말인데요, 인생에서 가장 필요한 건 ‘가족, 사랑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래요.”

뜻하지 않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국에 돌아와야 했고, 마음 한쪽의 미련을 이곳에 담았다. 벽면에 걸려 있는 쿠바 사람들의 미소와 오래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라틴음악은 쿠바로 떠난 듯한 느낌을 준다.
“제주가 쿠바랑 많이 닮았어요. 섬 풍경과 나지막한 건물들, 특히 탑동 광장은 바닷가에 방파제가 있는 모습이 쿠바의 말레콘 해안을 보는 것 같아요.”
쿠바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돼지고기는 마늘·라임·오렌지·쿠민·소금·후추 등을 넣은 모호(mojo) 소스에 숙성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가게에선 직접 만든 모호 소스에 24시간 이상 재운 제주 흑돼지를 저온에서 오래 구워낸다. 채 대표는 “양상추와 햄·치즈를 넣고 간편하게 먹는 샌드위치와 달리 오랜 정성이 필요한 요리”라고 설명한다.


쿠바 샌드위치는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하다. 한입 베어 물면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풍미의 소스, 짭짤한 치즈와 햄이 고소한 빵과 잘 어우러진다. 새콤한 피클의 변주 뒤로 두툼하지만 부드러운 돼지고기가 가장 마지막까지 씹힌다.
곁들여 마실 음료로 ‘다이키리’를 추천한다. 다이키리는 화이트 럼에 신선한 라임과 설탕을 넣은 후 얼음과 함께 세게 흔들어 시원하게 만든 쿠바의 칵테일이다. 새콤달콤함에 럼의 향이 더해진 상쾌한 맛이다. 사실 다이키리는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사랑했던 칵테일로도 유명하다. 단골 바 ‘엘 플로리디타’에서 설탕은 빼고 럼을 두배로 넣어 얼음과 갈아 먹는 ‘프로즌 다이키리’가 그의 취향이었다.

이외에 채 대표는 쿠바에서 즐겨 먹었던 음식 중 결대로 찢은 쇠고기를 토마토 소스와 포도주에 조린 ‘로파 비에하’를 넣은 샌드위치도 개발했다. 그는 “검은콩을 주재료로 소금·마늘·양파와 여러 향신료를 넣어 조리한 ‘프리홀레스 네그로스’도 언젠간 꼭 메뉴로 내서 한국 사람들이 맛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웃어 보였다.
당장 카리브해의 쿠바까지 30시간을 날아갈 수 없다면, 영화 한편과 쿠바 샌드위치 하나로 잠깐의 일상 탈출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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