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7주년 인터뷰] '큰손' 노희영의 롱런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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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고·올리브영 만든 그녀, 요즘은 유튜버입니다"
[우먼센스] 노희영은 몰라도 노희영(식음연구소 대표)이 만든 브랜드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현대인의 밥상 단골 아이템 비비고, 핫한 뷰티 브랜드 제품이 한데 모인 드러그스토어 올리브영,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아이맥스 상영관, 홀 케이크의 판도를 바꾼 프랜차이즈 카페 투썸플레이스.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을 순 없지만 우리의 생활권에 스며든 친숙한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 30년간 노희영의 이름 석 자를 걸고 세상에 나온 브랜드만 200여 개, 오픈한 오프라인 매장은 2,500여 개에 달한다. 분야 막론 '미다스의 손'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녀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자신을 콘텐츠로 삼은 유튜브 채널 <큰손 노희영>이다.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 여전히 핫한 그녀의 일상과 안목을 엿볼 수 있는 채널로 개설 4개월 만에 구독자 30만 명을 돌파했다. <우먼센스> 창간 37주년 기념 인터뷰를 위해 만난 노희영 대표는 유튜버답게 카메라와 함께 등장했다. 그 순간조차 즐기는 모습이었다.
유튜브 채널 <큰손 노희영>이 알찬 정보와 재미로 입소문을 타고 있어요.
유튜브를 시작한 뒤로 젊은 친구들이 저를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매체 출연이 익숙한 편인데 유튜브는 완전 다른 세상이더군요. 수시로 댓글을 확인하고 있어요. 일일이 답변을 달고 싶은데 스태프가 말려서 간신히 참고 있어요.(웃음) 유독 유튜브에 대한 애정이 커요. 많은 브랜드를 만들고 상품들을 판매했지만, 제가 콘텐츠가 되고 상품이 되는 건 처음이니까요.
48시간 같은 노희영 대표의 하루 루틴 영상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에요. 생각나면 움직여야 하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야 마음이 편해요. 오늘 인터뷰는 네 번째 스케줄이에요(노희영 대표와의 인터뷰는 낮 12시에 시작됐다). 오전 6시 30분에 일어나 조식 미팅, 비대면 미팅 등 스케줄을 소화했어요.
유튜브가 큰 반응을 얻을 거라 예상했나요?
오히려 두려움이 있었어요. 워낙 악성 댓글에 노출됐던 적이 많아서 유튜브 반응이 좋을 거라 예상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조회 수가 늘고, 댓글이 연이어 달리는 걸 보곤 '왜?'라는 생각을 먼저 했어요. 스태프들이 애정을 갖고 채널을 운영하다 보니 진정성이 담기는 거 같아요.
'MZ 사로잡은 전력가' 노희영이 만든 200개의 브랜드 일상
28세에 대한민국 최초의 단추 디자이너로 출발해 오리온그룹 부사장, CJ그룹 브랜드전략 고문, YG푸즈 공동대표 등을 역임하며 대중에게 맞닿아 있는 브랜드를 만든 노희영 대표. 타고난 기획력, 세심한 관찰력, 냉철한 판단력은 노희영 대표가 가진 무기다. 마켓오, 계절밥상, 제일제면소, 백설, CGV, 갤러리아백화점, 뚜레쥬르, 빕스, 다시다, 프레시안, 햇반, 해찬들, CJ오쇼핑 등 1년에 6개 이상의 브랜드가 그녀의 손을 거쳐 세상에 나왔다. 문화 분야에서도 활약상을 보였다. 영화 <광해> <명량>의 마케팅을 도맡아 작품의 흥행을 견인한 바 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시간이 멈춘 듯했던 시기에 노희영 대표는 기업의 방향성을 논하면서 건강식과 밀키트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마케팅과 관련해선 인플루언서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 당시만 해도 건강식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았고, 밀키트는 인스턴트식품이라는 인식이 존재했다. 인플루언서는 '팔이피플'이라는 부정적 프레임이 따라다니던 시기였다. 5년이 흐른 지금은 어떤가? 파인 다이닝의 시대가 저물며 저속노화의 시대가 도래했다. 건강한 식단에 대한 관심은 전 연령층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그뿐일까? 줄 서서 먹는 음식점까지 너도나도 밀키트를 출시해 온라인 시장으로 진출했고, 연예인보다 인플루언서 모시기가 더 어려운 현실이다. 노희영 대표의 예측이 적중한 것이다.
노희영 대표 하면 트렌디함이 연상됩니다.
저는 호기심이 많아요. 예를 들어 챗GPT가 유행이라면 무조건 사용해보고 습득해야 마음이 놓여요. MZ세대에서 명품 브랜드 미우미우 열풍이 불기 시작했을 때도 아이템을 눈여겨보고 구매했어요. 핫 플레이스로 소문난 곳은 비행기를 타고서라도 다녀옵니다. 다 알고 있어야 직성이 풀리는 요란한 성격이죠.(웃음)
눈여겨보고 있는 트렌드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요즘이요? 라부부죠. 하하. 없어서 구하지 못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키 링 아이템이에요. 우리나라는 어린이를 위한 캐릭터로 성공한 적은 있지만, 어른들까지 사로잡은 어덜트 토이로 성공한 사례는 없던 것 같아요. 디자인 면에서 훌륭한 수준을 보유한 우리나라에서 매력적인 캐릭터가 탄생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커요.
브랜드를 기획하고 만들기까지 반드시 지키는 철칙이 있나요?
제 이름이 언급되는 모든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관여해요. 이름만 빌려주지 않는다는 이야깁니다. 직접 만드는 브랜드든, 협업을 하는 브랜드든 같은 크기의 관심과 애정을 갖고 움직여요. 저는 800평과 8평을 대하는 자세가 같아요. 제 이름이 들어가면 무조건 발로 뛰어 모든 단계를 점검하고 살펴요.
매사에 최선을 다하니 후회가 남지 않을 거 같아요.
세상에 후회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웃음) 지금까지 진행했던 모든 프로젝트가 성공하진 않았어요. 성공과 실패가 섞여 있고, 성공인 줄 알았는데 뒤늦게 실패였구나 느낀 경우도 있어요. 일례로 영국에 입점했던 비비고 매장이 제가 CJ에서 퇴사한 이후 폐업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많은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결과를 떠나 저에게 경험과 자산으로 남았어요.

지난 30여 년의 과정은 무엇을 남겼나요?
'브랜드를 만드는 여자'라는 수식어가 생겼어요. 저를 소개할 수 있는 한 줄의 설명이죠. 무엇보다 그 설명을 타인도 인정한다는 게 제겐 큰 행복이에요.
유수의 기업에 인재로 영입돼 임원을 지내며 화려한 직장 생활을 했다고 정평이 났습니다. 어떤 리더였나요?
언제나 직접 일을 했어요. 권력은 의자에 앉아 있을 때가 아니라 두 발로 뛰어다닐 때 생겨요. 직원들의 입장에선 마냥 좋은 리더이진 않았을 거예요. 제 직언 때문에 상처받은 직원도 있을 거예요. 그 시간이 후회될 때가 있어요. 그래서 요즘은 현장에서 지적을 하지 않아요. 특히 어린 친구들에게는 더 조심스럽게 대하게 돼요.
자신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참을성이요. 저는 참아야 할 때는 참아요. 못 이길 싸움은 하지 않아요. 그리고 저는 제가 몸 담았던 회사를 과거도 현재도 절대 흉보지 않아요. 내 명함이잖아요.
요즘 최대 관심사는 뭔가요?
노화요. 60대에 접어들면서 실버에 대한 관심이 커졌어요. 노화 방지에 좋다는 영양제를 섭취해보고, 노년층을 타깃으로 한 사업을 구상하기도 해요.
늙는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요?
모든 걸 내려놓고 쉬는 것. 젊은 시절부터 제가 사용하는 아이디에 숫자 '2033'을 넣었어요. 2033년은 제가 70세가 되는 해입니다. 치열하고 숨 가쁘게 살다가 70세엔 모든 걸 내려놓겠다는 마음으로 지은 아이디예요. 그런데 60대에 접어든 지금은 70세에 내려놓긴 아쉬움이 있겠다 싶어요.(웃음) 힘이 닿을 때까지 계속 새로운 일을 찾아가고 싶어요.
마음에 품고 있는 문장이 궁금합니다.
'한다면 한다.' 돌이켜보면 하고 싶은 걸 못 한 적은 없어요. 나는 반드시 할 거라는 믿음이 도전을 주저하지 않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노희영 대표의 넥스트 스텝은 뭔가요?
실버타운을 만들고 싶어요. 나이가 들면 다시 어려진다고 하잖아요. 어른들을 위한 유치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젊은 친구들과 협업을 하고 싶어요. 제가 이룬 성공과 실패는 모두 과거의 것이에요. 과거의 경험이 미래에도 옳게 적용되진 않아요. 그래서 감각적인 젊은 사장과 협업해 저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저는 제게 없는 것을 그들에게서 배우면 좋을 거 같아요.
끝으로 <우먼센스>가 창간 37주년을 맞이했습니다.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자녀의 교육에 올인하기보다 자신의 인생을 먼저 돌봤으면 좋겠어요. 학력으로 승부를 보는 시대는 지나갔어요. 자녀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관찰하고 보조하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노후를 챙기는 것입니다.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김연주(프리랜서)
사진 이대원
하은정 기자 haha@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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