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연준 청사와 중앙은행 독립성

장보형 경제평론가 2025. 8. 8.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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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경제안정의 초석으로 흔히 중앙은행 독립성을 거론한다.

그런데 최근 도널드 트럼프의 '연준(연방준비제도) 때리기'가 다시 기승을 부리면서 미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이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부활했다.

미국 경제사가 해럴드 제임스는 이와 관련해 중앙은행의 선례도 많다고 지적하면서 연준의 '궁전 같은' 프로젝트에 일침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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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형 경제평론가

현대 경제안정의 초석으로 흔히 중앙은행 독립성을 거론한다. 그런데 최근 도널드 트럼프의 '연준(연방준비제도) 때리기'가 다시 기승을 부리면서 미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이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부활했다. 특히 트럼프는 그저 금리인하나 제롬 파월이 사퇴하는 수준의 압박이 아니라 이제는 연준의 워싱턴 청사 개보수를 두고도 이 '궁전 같은' 프로젝트가 불필요하게 사치스러우며 예산을 크게 초과했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연준과 대통령, 보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과 정부(정치)의 충돌은 딱히 새로운 일은 아니다. 사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이라는 개념이 세계적으로 정립된 것도 1990년대 후반이다. 정치에 휘둘리지 않는 전문관료들이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해 안정적인 경제성장의 기반을 일구는 게 바람직하다는 논리다. 여기서 핵심은 물가안정이다. 1970년대 인플레이션 충격의 영향이 직접적이었고 양차 대전을 포함해 각종 전쟁이나 내전, 체제전환 과정에서 초인플레이션을 겪은 악몽도 이에 가세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30년 가까이 지나면서 이제 통화정책의 독립성이라는 새 발명품에도 의구심이 이어진다. 그 발단은 무엇보다 21세기 초 두 번의 위기였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위기의 가공할 충격에 직면해 연준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제로금리, 마이너스금리, 양적완화, 신용완화 등 혁신적인(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쏟아냈다. 분명 위기극복에 크게 기여했지만 문제는 그 과정에서 비선출직 전문관료 집단인 중앙은행의 역할과 권한이 확대되면서 국민의 정치적 대변자인 정부와의 책임경계가 흐려진 것이다. 과연 누가 국가경제 또는 민생을 책임지는가.

물론 트럼프의 도발방식은 당연히 경제나 금융시장 안정에 전혀 도움이 못 된다. 따라서 그의 압박에 꿋꿋이 버티는 파월의 모습에서 독립성에 대한 호감이 번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통화정책에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해서 민주적 절차나 책임을 방기할 수는 없다. 본래 통화정책은 국가경제 내부적으로 자원배분이나 소득분배와 관련된 효력을 수반한다. 따라서 민주적 정당성을 지닌 정부와 긴밀히 협조하는 게 필수다. 물론 정치적 혹은 당파적 이해관계가 중요한 정부 속성은 경계해야 하겠지만 정부 내의 상대적 독립은 몰라도 아예 정부나 국민으로부터의 독립은 어불성설이다. 21세기 격동의 시대를 보내면서 되짚어 봐야 할 쟁점이 아닐 수 없다.

오래전 영국의 풍자작가 노스코트 파킨슨은 호화로운 새 사옥의 건축이 종종 그 기관의 쇠퇴를 상징한다고 지적했다. 그가 든 예로는 일련의 군사적 패배로 얼룩진 프랑스 루이 14세의 베르사유 궁전, 또 전간기(戰間期) 중 실패로 막을 내린 국제연맹의 호화찬란한 본청 건물이다. 미국 경제사가 해럴드 제임스는 이와 관련해 중앙은행의 선례도 많다고 지적하면서 연준의 '궁전 같은' 프로젝트에 일침을 놓았다. 하지만 그는 복귀하자마자 (기존 연방정부 건물을 철거 내지 매각하면서) 새롭게 '고전주의' 양식의 초호화 연방정부 건물을 짓겠다는 트럼프의 '내로남불'식 프로젝트를 더 걱정한다. 재정위기와 국가몰락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보형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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