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복구 못했는데…" 합천 축제 개최 논란

김선욱 기자 2025. 8. 7.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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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대표축제 '대야문화제'
일부 면은 불참의사 밝혀
11일 제전위원회 열어 결정


최근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 복구가 채 마무리되지 않은 합천에서 지역 대표 문화행사인 '대야문화제'의 개최 여부를 두고 읍·면 체육회장들과 일부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행사 운영 방식과 예산 투입의 적절성을 둘러싼 이견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축제의 정상 개최 여부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전히 수해 복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억 원의 예산을 들여 축제를 추진하는 군 행정을 두고, "현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합천 대야문화제는 합천의 역사적 상징인 대야국(大耶國)의 정신을 기리고 지역 문화자산을 널리 알린다는 취지로 1982년부터 이어져 온 향토축제이며 올해로 41회를 맞는 이 행사는 다음 달 19일부터 22일까지 4일간 개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7월 중순 쏟아진 폭우로 군 전역이 초토화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농경지는 흙탕물에 쓸려나가고, 마을길은 유실됐으며, 다수의 주택과 상가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일부 주민은 현재까지도 흙더미에 묻힌 집을 복구하지 못한 채 임시거처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합천군은 이미 지난 5월, 대야문화제전위원회 집행위원회를 열어 축제 일정을 확정하고, 각 읍면별 준비 절차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지난 6일에는 읍면 체육회장들과 담당 공무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축제 준비 회의가 열렸으나,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중단 사태'가 벌어졌다.

회의에 참석한 일부 읍면 체육회장들이 "이런 상황에서 축제를 논의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회의는 예정된 일정을 모두 소화하지 못한 채 흐지부지 종료됐다.

한 면체육회장은 "주민들 대부분이 아직도 수해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인데, 누구를 위한 축제냐"며 "행정은 현장을 너무 모른다. 이런 식으로는 협조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선 행정 현장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합천군의 면사무소 공무원은 "일정대로 축제를 준비하라고 하면 결국 마을에서는 인력 동원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아직 마을 진입로도 제대로 복구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인데, 체육대회 연습이나 공연 준비를 하라는 건 행정이 얼마나 현실에서 동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수해로 큰 피해를 입은 가회면, 삼가면, 대병면, 용주면, 대양면, 묘산면, 쌍책면, 초계면 등 8개 면은 이미 축제 불참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이들 지역은 농경지 유실, 축사 침수, 주택 붕괴, 도로 단절 등 전방위적인 피해를 입었다.

가회면에서 농사를 짓는 김 모 씨는 "논에 아직도 장화를 신고 들어갈 수 없을 만큼 질퍽한데, 군에서는 문화제 준비하라는 문서만 보내온다"며 "지금 우리가 원하는 건 공연이 아니라 복구 인력과 장비다"고 토로했다. 합천군은 오는 11일 대야문화제전위원회를 다시 열고, 축제 최종 참가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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