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영원으로 포착한 곳에 내가 있었네

하영란 기자 2025. 8. 7.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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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편처럼 흩어지는 감정의 조각과 틈 사이를 좋아해
내 감정의 파편들과 일치하는 빛의 순간을 포착하고
거기에 이름 붙이는 순간 의미 부여되고 존재 드러나
빛의 파편(목포)

도슨트갤러리(김해시 진영)에서 지난달에 시작한 '한여름밤의 詩(시)' 사진과 작가의 글이 어우러진 전시가 인기가 많아서 전시 기간을 2주 연장했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6일 오후에 전시장을 찾아갔다.

사진작가 이영준, CHIKI, 호광, 화양연화, 김수환, 김소희, 오아시스, 장현호, 조이 등의 작품과 시적인 감성이 담긴 글이 사진 작품과 함께 전시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작품이 전시된 아래에는 별도의 테이블을 마련해 작가들이 찍은 사진 작품을 엽서로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었다. 마음에 드는 작가의 작품 엽서를 살 수 있어서 인기가 많다고 한다.

유독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 사진 앞에 멈춰 섰다. 전시장을 한 바퀴 돌고 나서도 다시 멈춰 서게 했다. 그 작가는 바로 조이(照異) 작가다.
시선, 존재의 정의(고흥)

처음 4점의 전시된 사진 작품을 봤을 때 그림이라고 착각했다. 분명히 사진전인데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다시 집중해서 봤다. 그래도 그림이었다. 사진과 그림의 영역을 넘나들며 '색과 빛과 일렁임과 흐름, 반짝임'에 대한 인상이 강하게 다가왔다. 조 작가가 쓴 글이 작가 자신의 작품을 대변했다.

"본다는 것은 존재를 증명하는 일. 파편처럼 흩어지는 감정의 조각과 틈 사이를 좋아합니다. 사라지기 쉬운 감정을 사유하는 힘.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물 수는 없지만, 마음의 결은 흐트러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조이 작가의 전시 작품 엽서 4장을 사 들고 조 작가에게 바로 전화했다. 작품이 궁금하다고, 작품 이야기를 해 달라고 했다. 조 작가의 작품 세계와 전시된 작품 이야기를 바탕으로 전한다.

"뻔하고 예쁜 사진을 찍고 싶지 않았다. 그건 내 취향이 아니다. 그림처럼 보이려고 캔버스에 인화했다. 다른 이들이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많이 남겨주려고 한다. 풍경을 채집한다. 지나치기에 묘하게 마음에 남는 순간들이 있어서 사진으로 붙잡아 둔다. 붙잡아 두고 보니 그 안에 내가 있었다."

조이(照異)라는 이름에서 벌써 작가의 취향이 드러난다. 존재를 다르게 비추고 싶다는 열망이 이름 안에 있다. 엄마 성 '조'와 아빠 성 '이'를 따서 이름을 만들었다고 한다. 사진을 다르게 찍어보자고 '조이'라고 지었다. 물론 부모님의 성의 한자와는 다른 한자를 쓴다.
푸른 틈(여수)

인상파 그림 같은 사진 작품 4점에 관한 이야기를 이렇게 들었다.

'빛의 파편'(목포)은 목포에서 물을 찍었다. 빛을 받는 사물은 장소와 시간에 따라서 색깔이 다르다. 물의 일렁임은 시간에 따라서 빛에 따라서 다르다. 검은색도 각도에 따라서 밝게 어둡게 보인다. 야간 목포 항구 도시 조명들이 화려하다. 밤에 찍은 윤슬이다. 밝은 면 뒤의 어두운 면이 있다. 한 면만으로는 알 수가 없다. 앞·뒤·옆에서 다각도로 봤으면 한다. 다양한 빛의 반사면이 있어서 보는 이들이 다르게 본다. 기술을 쓴 것은 아니다. 물에 빛이 비친 순간을 포착했다. 그 순간 물방울의 크기도 빛이 비치는 모습도 다르다.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것이라 이런 장면의 모습을 포착했다.

'파란 파편'(목포)은 빛의 파편을 찍을 때 같이 찍었다. 나의 이미지는 색에 비유했을 때 파랑이다. 파란 파편은 나의 감정의 조각들, 여러 가지 순간들이다. 추구하는 삶의 방향으로 가다가 흔들릴 수는 있지만 꺾이고 싶지는 않다. 파도가 일렁일 때 빛이 비친다. 잘못된 길을 가기도 하는 것, 그것도 나다. 내 고유의 색은 파랑이고 변하지 않는다. 사진은 빛이 있어야 찍는다. 빛과 어둠이 너무 분명하게 보인다. 빛과 어둠을 함께 찍을 수 있는 피사체가 내 감정과 통하는 순간, 거기에서 나를 보는 순간 찍는다.
파란 파편(목포)

'시선, 존재의 정의'(고흥)는 고흥 부둣가에서 한낮에 찍은 사진이다.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는 기름은 걷어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에 우주처럼 보였다. 존재 자체가 내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리 보였다. 시선은 존재 정의의 영역이다. 반짝거리는 것, 별, 우주, 물 등을 좋아한다.

'푸른 틈'(여수)은 시선이 존재로 가는 과정에서 전 단계다. 파도치는 물결을 순간의 눈으로 보는 풍경은 광활하다. 카메라는 보고 싶은 것 하나만 찍는다. 그 하나를 포착할 때가 내 감정의 빛깔과 사물이 통하는 순간이다. 이렇게 포착해 이름을 붙여주는 순간에 의미가 부여되고 그것은 비로소 어떤 존재로 다가온다. 푸른 틈이 존재로 도달하기 전에 있는 것이다. 그 과정을 거치는 순간 일렁임이 있고 존재가 되는 것이다. 빛의 파편을 나에게 적용했을 때 정의할 수 없는 감정의 조각이 순간 일렁인다.
조이 작가 사진 전시 모습
"영원하지 않은 것을 붙잡아 두고 싶다. 감정을 색이나 모양으로 나타내면 서로 다르다. 감정이나 표현하고 싶은 것에 따라서 색이 달라진다. 하나를 관찰하더라도 깊이 생각하고 싶다. 나의 강렬하고 부드러운 부분을 '물'을 찍은 사진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배경이나 빛에 따라서 사물의 모습이 다르게 보인다. 하지만 속성은 변하지 않는다. 어떤 것이 와도 변하지 않는 물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는 조이 작가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조이 작가

조이(照異) 사진 작가 프로필

2025 빈칸 압구정 'Urban Bloom : 도시의 움직임' 단체전

2025 빈칸 압구정 'Blooming Spring : 봄의 움직임' 단체전

2025 더스퀘어즈 갤러리 '357 PART 1: Echoes of Nature' 단체전

2025 도슨트 갤러리 '한여름밤의 시' 단체전

2025 캐논 굿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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