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광부들의 음식에서 후쿠오카 대표 음식으로’

정희성·정웅교 2025. 8. 7.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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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 있는 향토 음식, 관광상품으로 키우자
[1 ] 한국인의 애환이 담긴 일본 후쿠오카 모츠나베

가난한 광부들의 식탁에서 출발
지금은 돈코츠라멘, 명란젓과 함께
후쿠오카 향토 3대 요리로 큰 인기
한국 관광객들이 찾는 ‘필수 메뉴’

현재 대한민국은 사람과 돈이 서울 등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다.

반면 지방은 지역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고 있다. 청년이 지역에 머물기 위해서는 대기업 등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급선무지만 지역으로 이전하는 기업은 드물다. 지방이 살기 위해서는 지역 경제 활성화가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의 향토기업, 향토 음식 등이 지역 경제 발전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1956년 대전역 앞 천막집에서 출발했던 성심당(2001년 로쏘주식회사 법인 설립)은 지역과 상생하며 직원수 1569명(아르바이트 포함, 2025년 6월 기준), 연 매출 1973억 원(지난해 기준)을 기록하며 대전보다 더 유명한 대전의 빵집이 됐다.

성심당 빵은 대전에서만 먹을 수 있어 지역 상권 활성화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에 경남의 시·군들도 지역만의 특색 있는 먹거리를 개발하고 스토리텔링을 입혀 관광 상품으로 키워야 한다. 경남일보는 대전 성심당을 비롯해 국내·외 향토기업과 향토 음식의 성공 사례를 기획 취재했다.


일본 후쿠오카의 대표적 향토 음식인 '모츠나베(もつ鍋)'는 돈코츠라멘, 명란젓과 함께 후쿠오카 3대 요리로 유명하다.
모츠는 동물의 내장을 뜻하고 나베는 전골 요리를 뜻한다. 소나 돼지의 내장을 양배추, 부추 등 채소와 함께 끓여내는 '일본식 곱창전골'인 것이다.

하카다 모츠나베 야마나카 아카사카점의 대표 메뉴인 된장(미소) 맛 모츠나베 이미지 컷.


후쿠오카 모츠나베는 진한 국물과 부드러운 곱창, 그리고 신선한 채소가 특징으로, 일본인뿐만 아니라 후쿠오카를 찾는 한국인과 외국인 관광객도 즐겨 찾는 음식이다.

남녀노소가 좋아하는 모츠나베의 뿌리는 배고픈 탄광 노동자들의 식탁 위에서 시작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규슈 지방은 일본의 주요 탄광지로 번성했는데 당시 가난한 노동자들은 고기 대신 버려진 소의 내장 등으로 음식을 만들어 배를 채웠다.

이후 마늘, 부추, 양배추와 함께 진한 육수에 푹 끓여낸 것이 바로 모츠나베의 시작으로 알려졌다.
 
하카타 모츠나베 야마나카 아카사카점 나미세 사야 씨(왼쪽)와 치아키 토미야마(Chiaki Tomiyama) 본부 총무과장이 된장(미소) 맛 모츠나베를 설명하고 있다.


모츠나베는 한국의 아픈 역사와 연관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인 15만 명이 후쿠오카현 탄광촌으로 강제 징용됐다.

매일 매일 고된 노동에 시달리던 조선인들은 저렴하면서 배부르게 먹기 위해 일본인들이 잘 먹지 않는 소나 돼지의 내장에, 구하기 쉬운 채소 등을 넣고 끓여 먹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모츠나베의 기원이라는 것이다.

모츠나베는 조선인을 비롯해 탄광 노동자들의 애환이 담긴 음식에서 시작됐지만 지금은 후쿠오카 지역을 대표하는 독특한 지역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1950~60년대 이후 후쿠오카 최대 도시인 하카타식으로 발전했고 이후 도쿄에서 유행하면서 일본 전역에 퍼졌다.

후쿠오카는 오사카, 도쿄와 함께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일본 관광지로, 후쿠오카 모츠나베가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나면서 2016년에는 경기도에 1호점이 오픈하는 등 한국에도 상륙했다.
 
일본 후쿠오카의 3대 요리인 모츠나베를 홍보하는 광고가 일본 후쿠오카 공항 기둥 곳곳에 부착돼 있다.


후쿠오카 모츠나베는 어떤 양념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미소(일본 된장), 쯔유(일본간장), 소금으로 크게 3가지 종류로 나뉜다.

미소를 기반으로 하는 모츠나베는 주로 닭 육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진한 감칠맛이 특징이며 쯔유를 사용하는 모츠나베는 미소보다 국물이 가볍고 향긋하다. 소금 맛은 단순함이 매력이다.

신선한 재료가 아니면 잡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신선한 모츠를 사용하는 식당인지 판별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후쿠오카를 찾는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모츠나베는 꼭 먹어봐야 할 필수코스가 됐다.

모츠나베의 기본 재료는 간단하다. 소 곱창, 양배추, 부추, 마늘, 고추 등이지만 이 단순한 조합이 만들어내는 맛은 전혀 단순하지 않다. 부드러운 곱창과 신선한 채소, 여기에 다양한 육수의 풍미가 더해져 현지인은 물론 한국 관광객들의 입맛도 사로잡고 있다.

후쿠오카에서는 모츠나베 음식점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하카타 모츠나베 야마나카' 아카사카점은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대표적인 모츠나베 맛집이다.

이곳의 모츠나베는 일본산 소곱창만을 사용하며, 특히 오리지널 미소(된장) 육수가 큰 특징이다.

음식점 내부는 일반적 일본 전통 식당과는 다르게, 유럽과 아시아의 감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어 마치 유럽의 클래식 레스토랑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하카타 모츠나베 야마나카는 후쿠오카 미니미구에 있는 본점 '오하시'를 비롯해 아카사카점, 하카다점, 도쿄 긴자점 등 4개 점을 운영 중이다. 4개 음식점에서 근무하는 직원만 240명 정도로 파악된다.

1984년에 문을 연 하카타 모츠나베 야마나카 아카사카점은 41년 동안 변함없는 맛으로 사랑받고 있다.

아카사카점 '영업 마케팅 부서'에 근무하는 나미세 사야(Saaya Namise) 씨는 "후쿠오카 모츠나베는 탄광 노동자들이 즐겨 먹었던 음식"이라며 "현지인을 비롯해 한국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1984년 창업 이래 전통의 맛을 지키고 있다. 특히 콜라겐이 풍부한 일본산 내장(기본적으로 소의 소장)과 신선한 제철 채소가 듬뿍 들어간다"며 "잡내가 없고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맛을 유지하고 있어 수십 년 단골도 많다"고 설명했다.
 
하카다 모츠나베 야마나카 아카사카점 내부 모습. 이곳은 언제나 현지인을 비롯해 한국 관광객 등으로 붐빈다.


300평에 달하는 아카사카점에는 20명이 넘는 인원이 근무하고 있다. 본점을 비롯해 4개 지점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는 겨울철에는 하루 평균 500명 이상이 찾는다고 했다.

나미세 사야 씨는 "1일 매출로 320만 엔(원화 3000만 원)을 기록한 적도 있다. 예전에는 회사원들이 많이 먹었는데 지금은 20~30대 젊은 사람들을 비롯해 여성들도 즐겨 먹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며 "적당한 가격에 양이 많은 것이 장점이다. 신선한 내장과 채소는 다른 가게와 차별화를 위해 특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아카사카점의 대표 메뉴는 세 가지다.

나미세 사야 씨는 "본연의 맛을 즐기고 싶다면 간장 맛을, 감칠 맛과 단맛을 맛보려면 전통의 된장 맛을, 깔끔함을 즐기려면 샤브샤브를 선택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랜 단골들은 '간장 맛' 모츠나베를, 젊은 손님들은 '된장(미소) 맛'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옛 맛을 유지하면서 조금씩 변화를 준 것이 인기 비결인 것 같다"고 전했다.

끝으로 나미세 사야 씨는 "지역 향토 음식이 관광상품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음식 맛이 제일 중요하다. 신선한 재료를 통해 한결같은 맛을 유지해야 한다"며 "그다음으로 스토리텔링을 통해 음식의 가치를 의미 있게 전달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글·사진=정희성·정웅교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후쿠오카 모츠나베는 어느 음식점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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