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그런 걸 사요] 인천부두 자동차 공매장의 클래식 카

김지은 기자 2025. 8. 7.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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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부둣가 자동차 공매장에서 한 첫 경매, 나는 무릎을 꿇었다.
사진 박찬용 제공

[우먼센스] 나이 들면 비슷한 사람끼리 친해진다. 내 경우엔 돈은 없는데 좋은 물건은 한번 사 보려는 아저씨들이다. 입맛으로 치면 멋은 없는데 맛은 있는 식당을 찾아가는 사람들. 그렇게 가까워진 어떤 분께 어느날 솔깃한 이야기를 들었다. 다양한 이유로 압류된 공매 차량 중 보기 힘든 옛날 차들이 있다고. 그는 그런 차량이 매물로 올라오는 사이트를 알려 주었다.

그 후 종종 재미로 그 사이트에 들렀다. 이미 차가 있었으니 실제로 차를 살 생각은 없었다. 주로 '이런 차가 아직 있네'싶은 노후 국산차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 어느 시골에서 방치된 듯한 차령 30년 이상의 국산차들이 종종 올라왔다. 그런 차가 고철값으로 올라오면 자동차 수리 교재라고 생각하며 한번쯤 사서 고쳐볼까 생각만 하던 중, 생각지도 못한 보물이 올라왔다.

1980년대의 유럽산 모 명차. 한국에는 들어온 적이 없고 해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그 정도 오래된 차들은 일반 중고차 개념으로 취급되지 않는다. 자동차, 기계, 디자인의 역사에서 의미가 있을 경우 상태 등을 고려해 수집품 개념으로 거래된다. 자동차는 공도 주행 가능한 번호판까지 있어야 하므로 더 복잡하다. 이 차는 그걸 다 갖췄다. 심지어 입찰 최소금액까지 너무 낮았다. 최신형 TV보다 저렴했다.

나는 너무 궁금해서 그 차를 보러 갔다. 각종 기업 물류창고만 가득해 밤이 되면 좀 무서울 듯한 인천 부둣가에 압류차 보관소가 있었다. 특이차량들이 가득한 대형 실외주차장같은 그곳에 진짜 그 차가 있었다. 실제로 보니 더 신기했다. 상태가 좋았는데 오랫동안 방치된 듯 타이어 공기압이 빠져 있었다. 자동차의 무덤에서 보물을 찾았는데 이 차를 사야 할까? 그 전엔 부동산이나 미술품 경매는커녕 이베이 경매도 해본 적이 없던 나는 고민 끝에 입찰을 결정했다. 경쟁자가 있을까? 덜컥 입찰했다 낙찰되면 어쩌지? 나는 고민 끝에 시작가보다 조금 높은 가격으로 입찰을 신청했다.

결과는 지나치게 싱거웠다. 낙찰금액은 내 예상을 뛰어넘는 수천 만원. 이 차의 수집품적 가치를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그 외에도 응찰자가 많아 내 입찰금액은 순위표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나는 또 교훈을 얻었다. 세상에는 고수가 많다. 가치 있는 것에는 늘 지켜보는 눈이 있다. 눈에 안 띌 뿐 근사한 물건과 일상도 많을 것이다. 그러니 어디 가서 아는 척 멋있는 척 해봐야 부끄러운 일이다. 실제로 낙찰된 그 차를 도로에서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혹시 내가 알면 안 되는 도시의 비밀과 마주쳤나 싶어 정확히 어떤 차인지는 알리지 않는다.

CREDIT INFO

박찬용 작가 프리랜스 에디터. 다양한 매체를 거쳐 남성지 <아레나옴므플러스> 피처 디렉터로 일했다. 단행본 <요즘 브랜드> <잡지의 사생활> <모던 키친> 등을 냈고 2023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박찬용의 집'을 출품했다. 현재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에 칼럼을 연재 중이다.

 

김지은 기자 a051903@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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