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1년 반 만에 장편소설 낸 ‘괴력’…그 에너지가 작품에 담겼다

조봉권 선임기자 2025. 8. 7.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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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갑자기 사라졌고, 열여섯 살에 학교를 그만둔 뒤로 배달 일 하면서, 힘겹고 가난하고, 버림받은 기분으로 사랑받지 못해 본 채 살아가는, 지지리도 삶이 빡센 20대 여성 '강하고'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장편소설 '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클레이하우스 펴냄)는 재미있고 강렬하고 힘을 주는 작품이다.

"우리 모두 좀 회복했으면 좋겠다, 망가진 도시에 살며 망가진 어떤 삶들이 있다. 근데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삶들이 주위에 있지 않나? 온 마을이 나서서 그 한 사람 데려다 놓고 회복하도록 돕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신나게 쓸 수 있을 것 같더라. 그러면서 내가 나이 들어서 되고 싶은 할머니들의 상을 그려나갔다." 김 작가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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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김슬기

- 공모전 대상작 책으로
- 마을의 ‘강한 할머니들’
- 삶에 시달리는 주인공 구출작전

엄마는 갑자기 사라졌고, 열여섯 살에 학교를 그만둔 뒤로 배달 일 하면서, 힘겹고 가난하고, 버림받은 기분으로 사랑받지 못해 본 채 살아가는, 지지리도 삶이 빡센 20대 여성 ‘강하고’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장편소설 ‘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클레이하우스 펴냄)는 재미있고 강렬하고 힘을 주는 작품이다.

김슬기 소설가가 최근 펴낸 장편소설 ‘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를 들어 보이며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클레이하우스 제공


이 장편을 쓴 김슬기(36) 작가는 2024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으로 소설가가 된 지 1년 반밖에 안 됐다. 그는 등단 전 독립출판으로 펴낸 에세이를 비롯해 책 네 권(공저 ‘두 번째 원고 2025’ 포함)을 벌써 냈다. 최근 단행본으로 출간된 ‘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는 지난해 제12회 브런치북 소설 부문 대상작이다. 지난 1일 이 눈길 끄는 신예 작가 김슬기를 서울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고향 울산에서 고교 때까지 살다가 대학 진학 뒤 줄곧 서울에서 활동합니다.” 김 작가는 이화여대에서 언론정보학과 사회학을 전공한 뒤 직장 생활을 하다가 일찌감치 전업 작가의 길을 택했다. 이렇게 물었다. “카카오가 진행하는 브런치북 공모는 인기와 인지도가 높고, 특히 소설 부문은 지난해 처음 생겼다. 모두 10종을 뽑는 지난해 공모에는 총 1만5000여 편이 응모했다는데, 비결이….”

그는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등단 통로를 터준 국제신문과 심사위원들께 거듭 고맙다. 책으로 내는 과정에서 출판사와 깊이 협의한 점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10종 선정에 1만500편 응모’라면 단순 산술로도 소설 부문 응모만 1000편이 넘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으니 이걸 ‘운’만으로 돌릴 수는 없을 듯하다. 결국 비결은 이야기의 힘 아닐까.

이 작품은 할머니들이 엄청나게 중요한 등장인물이다. 그런데 보통 할머니들이 아니다. 70대 중후반 왕영춘 할머니의 등장 장면이 이렇다. “키는 190센티미터 남짓. 얇은 고탄력 기능성 티셔츠 위로는 잘 부푼 빵처럼 매끈하게 솟아오른 근육들이 울룩불룩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 기둥 같은 다리 … 강인한 인체의 표본 … 나를 가볍게 들어 올렸던 적당히 그을린 팔뚝엔 만개한 장미 문신 ….”

세상과 거의 단절된 채 터널 하나로만 바깥 세계와 통하는 이상한 마을 구절초리에는 세월이 흐를수록 이처럼 강인해지며, 삶의 간난신고를 다 겪은 덕에 속도 깊고 정도 많은 신비한 할머니들이 산다. 할머니들에겐 약점도 있다. “제명이 다하면 아무런 예고도 없이 인생이 뚝 끊겨버리는” 운명이다. 그래서인지 구절초리 최고령 복자 어르신은 말한다. “쯧쯧쯧. 인생이 달아야지. 혀뿌리가 아릴 정도로 달아야지. 한 번밖에 안 사는 인생인데, 매일매일 최고로 달콤해야지!”

삶에 너무 시달려 지쳐 누워 죽을 순간만 기다리던, 별명이 호구인 주인공 강하고를 이 할머니들이 구해서 달랑 둘러업고 서울 한복판에서 탈출해 구절초리로 들어오면서 이야기는 시동을 건다. “우리 모두 좀 회복했으면 좋겠다, 망가진 도시에 살며 망가진 어떤 삶들이 있다. 근데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삶들이 주위에 있지 않나? 온 마을이 나서서 그 한 사람 데려다 놓고 회복하도록 돕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신나게 쓸 수 있을 것 같더라. 그러면서 내가 나이 들어서 되고 싶은 할머니들의 상을 그려나갔다.” 김 작가가 말했다.

이 소설은 무엇보다 읽으면 힘이 나고 가슴이 두근거리게 한다. 매력 넘치는 인물과 장면이 여럿 있다. 작가가 등장인물에 맞춰 개발한 차 만드는 레시피도 흥미롭다. 그중 오길자 할매가 하는 식당 ‘길자네 바다 식탁’에서 내는 음식인 물회를 만들고 먹는 장면은 빛난다. 김 작가는 “부모님께서 영덕 출신이시라 물회를 좋아하신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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