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1년 반 만에 장편소설 낸 ‘괴력’…그 에너지가 작품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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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갑자기 사라졌고, 열여섯 살에 학교를 그만둔 뒤로 배달 일 하면서, 힘겹고 가난하고, 버림받은 기분으로 사랑받지 못해 본 채 살아가는, 지지리도 삶이 빡센 20대 여성 '강하고'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장편소설 '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클레이하우스 펴냄)는 재미있고 강렬하고 힘을 주는 작품이다.
"우리 모두 좀 회복했으면 좋겠다, 망가진 도시에 살며 망가진 어떤 삶들이 있다. 근데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삶들이 주위에 있지 않나? 온 마을이 나서서 그 한 사람 데려다 놓고 회복하도록 돕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신나게 쓸 수 있을 것 같더라. 그러면서 내가 나이 들어서 되고 싶은 할머니들의 상을 그려나갔다." 김 작가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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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모전 대상작 책으로
- 마을의 ‘강한 할머니들’
- 삶에 시달리는 주인공 구출작전
엄마는 갑자기 사라졌고, 열여섯 살에 학교를 그만둔 뒤로 배달 일 하면서, 힘겹고 가난하고, 버림받은 기분으로 사랑받지 못해 본 채 살아가는, 지지리도 삶이 빡센 20대 여성 ‘강하고’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장편소설 ‘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클레이하우스 펴냄)는 재미있고 강렬하고 힘을 주는 작품이다.

이 장편을 쓴 김슬기(36) 작가는 2024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으로 소설가가 된 지 1년 반밖에 안 됐다. 그는 등단 전 독립출판으로 펴낸 에세이를 비롯해 책 네 권(공저 ‘두 번째 원고 2025’ 포함)을 벌써 냈다. 최근 단행본으로 출간된 ‘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는 지난해 제12회 브런치북 소설 부문 대상작이다. 지난 1일 이 눈길 끄는 신예 작가 김슬기를 서울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고향 울산에서 고교 때까지 살다가 대학 진학 뒤 줄곧 서울에서 활동합니다.” 김 작가는 이화여대에서 언론정보학과 사회학을 전공한 뒤 직장 생활을 하다가 일찌감치 전업 작가의 길을 택했다. 이렇게 물었다. “카카오가 진행하는 브런치북 공모는 인기와 인지도가 높고, 특히 소설 부문은 지난해 처음 생겼다. 모두 10종을 뽑는 지난해 공모에는 총 1만5000여 편이 응모했다는데, 비결이….”
그는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등단 통로를 터준 국제신문과 심사위원들께 거듭 고맙다. 책으로 내는 과정에서 출판사와 깊이 협의한 점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10종 선정에 1만500편 응모’라면 단순 산술로도 소설 부문 응모만 1000편이 넘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으니 이걸 ‘운’만으로 돌릴 수는 없을 듯하다. 결국 비결은 이야기의 힘 아닐까.
이 작품은 할머니들이 엄청나게 중요한 등장인물이다. 그런데 보통 할머니들이 아니다. 70대 중후반 왕영춘 할머니의 등장 장면이 이렇다. “키는 190센티미터 남짓. 얇은 고탄력 기능성 티셔츠 위로는 잘 부푼 빵처럼 매끈하게 솟아오른 근육들이 울룩불룩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 기둥 같은 다리 … 강인한 인체의 표본 … 나를 가볍게 들어 올렸던 적당히 그을린 팔뚝엔 만개한 장미 문신 ….”
세상과 거의 단절된 채 터널 하나로만 바깥 세계와 통하는 이상한 마을 구절초리에는 세월이 흐를수록 이처럼 강인해지며, 삶의 간난신고를 다 겪은 덕에 속도 깊고 정도 많은 신비한 할머니들이 산다. 할머니들에겐 약점도 있다. “제명이 다하면 아무런 예고도 없이 인생이 뚝 끊겨버리는” 운명이다. 그래서인지 구절초리 최고령 복자 어르신은 말한다. “쯧쯧쯧. 인생이 달아야지. 혀뿌리가 아릴 정도로 달아야지. 한 번밖에 안 사는 인생인데, 매일매일 최고로 달콤해야지!”
삶에 너무 시달려 지쳐 누워 죽을 순간만 기다리던, 별명이 호구인 주인공 강하고를 이 할머니들이 구해서 달랑 둘러업고 서울 한복판에서 탈출해 구절초리로 들어오면서 이야기는 시동을 건다. “우리 모두 좀 회복했으면 좋겠다, 망가진 도시에 살며 망가진 어떤 삶들이 있다. 근데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삶들이 주위에 있지 않나? 온 마을이 나서서 그 한 사람 데려다 놓고 회복하도록 돕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신나게 쓸 수 있을 것 같더라. 그러면서 내가 나이 들어서 되고 싶은 할머니들의 상을 그려나갔다.” 김 작가가 말했다.
이 소설은 무엇보다 읽으면 힘이 나고 가슴이 두근거리게 한다. 매력 넘치는 인물과 장면이 여럿 있다. 작가가 등장인물에 맞춰 개발한 차 만드는 레시피도 흥미롭다. 그중 오길자 할매가 하는 식당 ‘길자네 바다 식탁’에서 내는 음식인 물회를 만들고 먹는 장면은 빛난다. 김 작가는 “부모님께서 영덕 출신이시라 물회를 좋아하신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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