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사를 잡무에서 해방시켜야 교육이 산다

중부일보 2025. 8. 7. 19:0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기도교육청이 오는 9월 1일부터 도내 각급 학교에서 운영해 온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를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한다고 밝혔다. 성희롱·성폭력 사안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높이고 무엇보다 교사들이 본연의 교육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려는 조치다. 전국 시·도교육청 중에서도 선도적으로 추진된 이번 결정은 단지 행정 체계의 개편을 넘어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알리고 있다. 현장의 교사들은 오랜 시간 동안 교육 이외의 잡무에 시달려 왔다. 수업 준비와 학생 지도에만 집중하기에도 벅찬 상황에서 각종 행정업무와 민원 처리, 위원회 참여, 심지어 법적 판단이 필요한 민감 사안에까지 관여해야 했다.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 역시 그런 부담 중 하나였다. 인권과 성인지 감수성이 필요한 사안을 비전문가인 교사가 맡아 조사·심의해야 했던 구조 자체가 무리였다. 사안의 민감성에 비해 처리의 전문성과 독립성은 충분치 않았고, 이는 피해자 보호에도 한계를 안겨줬다. 이번 교육지원청 이관은 그러한 구조적 한계를 바로잡는 실질적 개혁으로 평가된다. 학교는 앞으로 피해 상담 및 신고 접수, 재발 방지 교육 등 1차적 예방 활동만 맡고, 조사 및 판단은 보다 전문 인력과 체계를 갖춘 교육지원청이 담당하게 된다. 이는 교사의 심리적 부담을 줄이고, 동시에 사안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이중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주목할 점은 이번 조치가 단발성 제도 개편이 아니라, 교사의 업무를 '교육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정책적 철학 위에 있다는 사실이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학교가 학생의 기초역량과 기본 인성을 키우는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대목은 오늘의 교육 현실을 다시 성찰하게 만든다. 교사가 행정에 발목 잡혀 있는 한 교육의 질은 올라갈 수 없다. 수업의 질이 곧 교육의 성패를 가르는 오늘날 교사가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할 수 있는 구조는 그 어떤 교육정책보다 시급하고 절실한 과제다. 실제로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한국 교사들은 수업 외 업무 비중이 높은 편이다. 많은 이들이 행정 문서 작성, 각종 위원회 참여 지역사회 연계 활동 등으로 수업 시간 외에도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교사의 행정 부담을 줄이는 일은 단지 편의를 도모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는 일이다. 교육현장을 둘러싼 다양한 행정 기능은 가능한 한 외부 기관이나 교육청 단위에서 처리하는 방향으로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 각급 학교에는 전문 행정 인력을 보다 확충해, 교사는 가르치고 학생은 배우는 본연의 기능이 온전히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 경기도교육청의 이번 조치는 분명 작은 시작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공교육 혁신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
 

Copyright © 저작권자 © 중부일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