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흠 칼럼] 민주주의에 반하는 ‘패권 정당’ 국가로 가나

“이재명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의 주류가 바뀌었다는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당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이제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정청래 민주당 신임 대표가 당선 직후 한 말이다. ‘이재명의 민주당’이나 ‘당원주권론’은 새삼스럽지 않다. 그보다는 집권여당으로서 민주당이 국정 과제에 직접 나서는 정당국가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정당 책임정치를 강조한 것이겠지만, 민주정부 원리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패권적 정당국가는 위험하다.
정당국가(Parteinenstaat, Party-State)는 정당이 국가 통치를 직접 주도하는 체제를 말한다. 대표적인 정당정치 이론가인 사르토리(G. Sartori)는 정당이 국가권력을 대체하거나, 국가 위에 군림하려 할 때 발생하는 병리적 정치 형태로 보았다. 그는 특히 일당 체제나 패권정당 체제처럼 경쟁이 실종된 구조에서, 국가의 외피를 두른 정당의 권력독점 현상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당이 책임지고 정부를 담당하는 체제가 바로 의원내각제다. 민주당의 국정 주도 의지는 내각제적 책임정치 차원에서 볼 수 있다. 민주당 ‘원팀’이나 ‘당정대 일체론’도 그런 맥락이다. 그러나 내각제같은 권력융합형 체제에서도 의회의 독자적인 존재 이유가 있다. 민심을 토대로 여야 정당들이 토론하면서 비판여론을 수렴하는 무대가 된다. 의회정치를 건너뛴 정당국가는 대의민주주의의 이탈이다.
과거 개발독재 시절에 정당을 통치와 국민동원의 핵심 조직으로 삼고자 한 적이 있었다. 박정희 정권의 민주공화당이 그런 취지에서 태동했다. 그러나 실제는 중앙정보부와 관변단체들이 그 기능을 대체했다.
역대 집권 여당은 정권에 대한 여당의 책임을 말했다. 물론 실제로는 대통령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닌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최근 민주당은 아예 정부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야당 시절 꾸렸던 허위조작정보감시단, 이른바 ‘민주파출소’를 더 적극 가동하겠다고 한다. 마치 정부의 사정 기능을 여당이 주도하겠다는 태도로 보인다. 정당과 정부의 기능을 혼동하고 있다. 민주파출소 소장을 맡고 있는 국회의원이 최근 고등법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았다. 정당국가의 병리적 특성을 보여주는 위선의 현실이다.
법원에서 다투고 있고, 특검이 진행 중인 내란을 민주당이 나서서 척결하겠다고 한다. 법원과 특검을 지켜보는 것 이상으로 민주당이 할 일이 있어 보인다. 검찰개혁, 사법개혁, 언론개혁, 이른바 3대 개혁을 추석 전에 끝내겠다고 정청래 대표는 공언했다. 바로 3개 특위를 구성하고 전광석화처럼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나서는 걸 보니 마치 당정대의 개혁 지도부처럼 보인다. 권력 분립의 견제와 균형이 사라진 정당국가 모습이다.
더구나 국민으로부터 가장 불신받는 국회와 정당이 다른 국가기구, 심지어 언론에 책임을 돌리고 개혁 대상으로 삼고 있는 희극적 상황이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24년 국가기관 신뢰도 조사를 보면 검찰이 44.5%로 하위권이었다. 그런데 정당의 활동 무대인 국회는 그 절반에 불과한 24.7%로 최하위였다. 정치가 문제다. 검찰을 비롯한 국가기관 개혁론도 사실은 정파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정당정치의 개혁이 더 시급하다.
집권 정당이 행정, 사법, 언론까지 주도하려 한다면 사르토리 등이 우려했던 패권 체제의 정당국가다. 입법권력을 토대로 전권을 장악한 헝가리의 오르반(Orban Victor)정권 등이 바로 그런 사례다. 정당이 곧 통치 기구였던 나치나 공산당 체제가 대표적인 정당국가였다.
우리의 경우 야당의 붕괴가 자초한 면이 있다. 실질적 야당인 국민의힘은 원내 1/3을 간신히 지키고 있으며, 국민 지지도는 그보다도 낮아 여론을 등에 업지도 못한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국민의힘을 내란세력으로 거침없이 규정하면서 아예 상대하지도 않고 있다.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를 형사피의자로 보고 대표 대우를 하지 않았던 차원을 넘어선다. 민심을 담지 못한 채 무시당하는 야당 스스로의 책임이 크다.
패권 정당체제는 정당민주주의에 반한다. 민심이 천심이라지만, 패권의 재생산 구조는 자칫 그 민심마저 통제할 수 있다. 정파적 시각으로 검찰, 사법, 언론까지 지도하려 한다면, 그것은 책임정치를 넘어 전체주의의 길이다. 민주당과 대통령 리더십의 상호관계가 정당국가화의 향배를 가늠하는 중대 변수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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