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강국 되려면 ‘사람’에 투자하라

2025. 8. 7. 18:3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지웅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원장


지난 2016년, 인간 대표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대국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경기 결과를 넘어, 인간의 ‘직관과 지능’이 기술에 의해 도전받는 장면은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예고했다. 이제 9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 AI 시대의 중심에 서 있다.

이런 시대적 맥락에서, 이재명 정부는 대통령실에 AI·미래 수석비서관을 신설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인공지능 전문가로 임명했다. 또한 AI 분야에 100조원이라는 과감한 투자를 천명했다. 산업과 연구 현장에서도 ChatGPT, Gemini 등 다양한 유형의 생성형 AI가 일상과 업무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행정문서 작성, 시장 분석, 창작 활동까지, AI는 이제 조력자를 넘어 지식 생산의 파트너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 눈부신 기술의 배경에는 종종 간과되는 중요한 토대가 있다. 바로 ‘Science for AI’, 인공지능을 위한 기초과학의 지속적인 투자와 축적이다. 지금 주목받는 AI 기술은 사실 1980년대부터 주요 선진국에서 장기적으로 이루어진 수학, 물리학, 뇌과학 등 기초과학 연구의 성과물이다. 2012년 제프리 힌튼 교수팀이 발표한 딥러닝 모델 ‘알렉스넷’(AlexNet)은 하루아침에 등장한 것이 아니었다. 30여 년에 걸친 인공신경망 연구와 실패, 그리고 개선의 반복 속에서 만들어진 결과였다.

거대언어모델(LLM) 역시 마찬가지다. 1989년 르쿤(LeCun)이 발표한 합성곱신경망(CNN) 구조는 오늘날 ChatGPT나 Gemini로 이어지는 인공지능의 근간이 되었다.

한편, AI는 이제 과학기술의 소비자에서 창조자로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AlphaFold)이다. 단백질 아미노산 서열을 입력하면 그 3차원 구조를 원자 수준에서 예측하는 이 기술은 신약 개발, 질병 메커니즘 분석, 생명과학 전반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국내에서도 이 흐름은 감지되고 있다. 네이버는 오래 전부터 CLOVA-X 등 한글 기반의 소버린 AI를 개발해 왔다. LG 등의 대기업 뿐만 아니라 아스테로모프, 인이지 등 AI 전문 스타트업들이 분야별로 약진하고 있다. 이처럼 AI는 이제 실험실의 보조자가 아니라, 새로운 과학적 발견의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바로 ‘AI for Science’, 과학을 위한 AI의 시대다.

결국 이러한 AI-과학의 상호작용 속에서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는 사람, 즉 과학기술 인재다. 현재 글로벌 AI 산업을 이끄는 주역은 단기간의 기술 교육만 받은 인력이 아니다. 이들은 수학, 물리학, 뇌과학 등을 연구하며 기초역량을 축적한 우수한 인재들이다. 이에 더하여 철학, 경제학, 심리학, 사회학 등 인문·사회과학 소양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의 도입과 활용에 따른 윤리적 문제, 사회·경제적 문제를 심도있게 연구하는 인재도 필요하다.

미국은 국립과학재단(NSF)을 중심으로 ‘AI for Science’ 연구소를 설립했고, 장기적 인재 양성을 국가전략으로 채택했다. 중국도 뇌과학 기반 AI 개발을 국책 과제로 추진 중이다. 이들 국가가 앞서가는 이유는 기술보다도 사람에 대한 투자의 깊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자문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과연 이 흐름에 준비되어 있는가? 단기간에 양성할 수 있는 인재도 있지만, 동시에 기초과학과 인공지능을 아우르는 교육·연구 생태계를 설계하고, 이를 이끌어갈 인재를 육성하는 장기적인 안목의 정책이 필요하다.

AI와 기초과학은 지식생태계의 양 날개다. 한쪽의 비행만으로는 멀리 날 수 없다. 이 둘을 조화롭게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진정한 투자가 전제되어야 한다. 지금은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라, 사람의 깊이를 키우는 국가전략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이 과학기술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여부는, 지금 우리가 어떤 인재 생태계를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기초와 미래, 기술과 사람을 함께 보는 긴 호흡이 필요한 때다.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