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기업 비판하더니..."트럼프 친구 영입하면 반독점법 피해간다"

곽주현 2025. 8. 7.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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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기업을 강력히 비판하면서 반독점법을 엄격히 집행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내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층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30년 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이자 지난해 대선 자금 5,000만 달러 모금에 앞섰던 로비스트 브라이언 발라드를 고용했고, 지난주 미 법무부는 이 기업에 제기했던 반독점법 관련 소송을 취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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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E, 트럼프 친구 변호사로 영입 후
미 법무부 반독점 소송 취하, 인수 승인
라이브네이션 등 다른 기업도 '영입전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애플의 1,000억 달러 투자를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빅테크 기업을 강력히 비판하면서 반독점법을 엄격히 집행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내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층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이 개입된 빅테크 반독점 수사에서 유난히 규제당국의 칼끝이 무뎌져서다. 기업들은 앞다퉈 트럼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연이 닿는 로비스트를 섭외하고 나섰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기업에 대해 강경한 정책을 펼치겠다던 트럼프 행정부의 공약이 트럼프 대통령과 친한 로비스트들의 영향력 행사에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정보기술(IT) 기업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HPE)다. 미국 법무부는 올해 1월 말 주요 경쟁사인 주니퍼 네트웍스를 인수하려던 HPE에 반독점범 위반 혐의가 있다며 소송을 걸었다. 업계 2위인 HPE와 3위인 주니퍼가 합병되면 시장 지배력이 과도하게 커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기업 인수합병에 제재를 건 첫 사례였다. 그런데 HPE가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마이크 데이비스 변호사를 영입한 이후인 6월 말, 법무부는 갑자기 HPE의 주니퍼 인수를 승인했다.

WSJ는 뒷배경에 '알려지지 않은' 조건 거래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로비스트들이 미 행정부에 "미국 내 공장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할 만한 조건을 약속했고, 이후 법무부가 소송에 합의하고 승인을 내줬다는 것이다. 특히 이 시기쯤 게일 슬레이터 법무부 최고 반독점 집행관과 두 명의 수석 보좌관이 해고됐는데, WSJ에 따르면 이들은 정부가 정치적 연줄이 있는 변호사들을 앞세운 기업과 협상하는 것에 반대한 직원들이다. 즉, 트럼프 대통령과 친한 로비스트의 개입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가 해고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에 있는 라이브네이션 본사 건물 모습.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

HPE 사례를 본 다른 기업들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30년 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이자 지난해 대선 자금 5,000만 달러 모금에 앞섰던 로비스트 브라이언 발라드를 고용했고, 지난주 미 법무부는 이 기업에 제기했던 반독점법 관련 소송을 취하했다.

이 뿐만 아니다. 최근 반독점법 수사 대상에 오른 라이브네이션은 트럼프 대통령 장남인 도널드 J 트럼프 주니어와 친한 아서 슈워츠 변호사와 HPE 사례에서 활약한 데이비스 변호사를 새로 고용했고, 멜라니아 트럼프 영부인의 측근인 보수 인사 리처드 그레넬을 이사회에 영입했다. 사모펀드 운용사 토마 브라보도 여러 반독점 소송 대응을 위해 로비스트 발라드를 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독점 수사가 약화하는 경향성을 보이자 전통적 마가 지지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유명한 우익 인사인 로라 루머는 최근 엑스(X)에 "법무부가 '최고 입찰자'에게 사업을 맡길 의사가 있다는 걸 분명히 했다"며 "다른 컨설턴트들도 법무부의 반독점 소송 해결을 돕기 위해 로비 활동에 더 큰 가격표를 붙이고 있다"고 썼다. 사실상 법무부가 높은 금액에만 반응한다며 비꼰 셈이다. 다만 법무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루머의 비난은 근거가 없다"고 답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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