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답례품] 버리는 감 살리려 고민하다 마침내 감 잡았다
26. 함안군 아라가야협동조합 '함안불빵·아라홍시'
퇴직 후 귀향해 협동조합 몰두
불꽃무늬토기 본뜬 불빵 개발
도 관광기념품 공모전서 대상
홍시 떫은 맛 제거 기술 연구
주스 만들고 미국 등 수출도
농가 폐기 감 매입 상생 역할

해마다 가을이 되면 농민들은 따지 못한 홍시가 속절없이 땅바닥으로 떨어져 스스로 뭉개져버리는 모습을 허탈하게 바라본다. 버릴 수밖에 없는 감들이다. 이런 감을 돈을 주고 사서 농가 소득을 올려주고 함안지역 관광 기념품도 만들며 고향사랑기부 답례품 목록에 올린 사람이 있다. 이근표(58) 아라가야협동조합 대표다. 그는 버리는 감을 살려보려고 감에 미쳐 고민하고 고민하다 마침내 '감을 잡은' 의지의 창업가다.

◇아라가야 유물 본떠 만든 '함안불빵' = 아라가야협동조합은 2017년 가야 6국 중 하나인 함안군을 칭하는 아라가야 지역 의미를 담아 설립했다. 이 대표를 비롯해 문화예술인 등이 주축이 됐고 이 대표는 전무이사로 참여하며 조합 업무를 총괄했다. 함안에서 매년 열리는 '함안곶감축제' 사무국장을 10년간 맡아온 이력이 도움이 됐다.
함안토박이인 그의 행로를 보면 협동조합 자체가 그의 삶이라 할만하다. 부산대 법대를 졸업하고 서울 용산에서 경찰 일을 했던 그는 부산교통공사로 이직해 근무하다가 협동조합 창립 5년 뒤인 2022년 공사 과장 자리에서 명예퇴직하고서 협동조합 일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함안불빵은 이 대표가 당시 함안군청 문화관광과장과 같이 함안 대표 식품을 개발해보자고 뜻을 모아 조합 설립 후 3개월여 만에 바로 개발했다.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꾸준히 제빵사들을 찾아가 의뢰한 끝에 함안군 관광 기념품으로 만들어냈다.
이 대표는 아라가야 역사와 유물, 특산물 세 가지를 결합한 빵을 창조해내느라 머리를 싸맸다. 함안 특산물인 수박 조청(여름), 홍시 조청(연간)과 곶감을 잘라 넣고 밀가루(우리밀 8·수입밀 2)로 반죽해 마들렌처럼 빵을 만들었다. 빵 모양은 아라가야 대표 토기인 불꽃무늬토기의 불꽃 문양, 성산산성에서 출토된 귀면와(잡귀나 재앙을 막고자 귀신 얼굴을 그린 장식 기와) 형상을 본떴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함안불빵은 2022년 제5회 경남도 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현재 함안불빵은 수제로 1개 틀에서 18개를 생산하며 1회에 144개를 만들 수 있다. 협동조합은 8년째 이 방식으로 빵을 구워왔다.

◇끈질긴 기술 개발로 떫은 맛 잡은 홍시주스 = 이 대표는 아버지가 물려주신 함안 지역 약 3만 3000㎡(1만 평가량) 감 농장에서 곶감과 홍시를 생산하고 있다. 홍시주스 '아라홍시'는 2020년 개발했다. 홍시 떫은 맛을 내는 탄닌 제거 기술을 개발하는 데 3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지역 기술자, 연구원, 업체들을 수소문해서 교류하며 떫은 맛이 없는 홍시 주스 개발에 성공했다.
이 기술로 아라가야협동조합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받았다. 떫은 맛은 없어졌어도 본래 홍시 효과로 알려진 숙취 해소와 고혈압 예방 효능은 그대로 유지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탄닌은 고온살균 처리 때 분리되면서 떫은 맛이 나오는데 탄닌을 중화시키는 혁신 기술을 사용해 함안 아라홍시는 변비 걱정 없고 탄닌의 좋은 효과가 유지된다"며 "독일 논문 등을 찾아보고 기술자들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독자적으로 개발해내 뿌듯하다"고 말했다.
현재 홍시주스는 함안군 외 지역 생산라인에서 홍시 세척, 분쇄, 생산까지 10일이 걸려 생산된다. OEM(주문자가 요구하는 제품과 상표명으로 완제품을 생산하는 것)방식이며 공법 다섯 가지를 적용한다. 재료는 홍시(90.6%), 정제수 등이 들어가며 방부제와 보존료는 전혀 안 쓴다. 1회 생산라인을 돌리면 3만 3000포를 생산해내며 연간 20만 포를 생산한다. 2024년에는 미국FDA 승인을 받아 12월 로스엔젤레스에 처음 수출(500만 원)하기도 했다. 올해는 대만 수출 시장에 도전 중이다.
홍시주스는 스파우트 파우치에 담아 유통되며, 상온에서 2년간 보존되는 것도 기술력이다. 홍시주스 1상자에 파우치 팩 15개가 들어 있다. 유통은 오프라인 70%, 온라인 30% 비율이다.

◇버리는 감으로 고향 사랑·농가 소득 증대 = 함안불빵은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된 첫 해인 2023년 고향사랑기부 답례품으로 선정됐다. 2024년에는 홍시주스 '아라홍시'와 '장희빈이 사랑한 함안곶감'도 이름을 올렸다.
함안불빵은 경남도와 함안군 관광기념품에도 포함돼 입소문을 타고 매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아라가야협동조합 매출도 오름세다. 2025년 한국관광공사 공모사업 DMO(지역관광추진조직)에 뽑혀 여행·관광사업도 진행하고 연 2억 원씩 5년간 20억 원을 지원받게 되면서 홍보가 돼 매출이 오르고 있다.
아라가야협동조합 직원은 현재 사무실 4명, 매장 3명 총 7명이다. 매장은 함안 농산물을 활용해 만든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자 개업한 오프라인 가게 '마틴 베이커리' 카페다. 카페에서 직접 함안불빵 등 다양한 빵을 만들어 다른 카페에 납품하고 홍시주스도 판매한다. 함안지역 주요 행사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며 홍보한다.
이 대표는 홍시주스 생산에 사용하고자 감 농사를 짓는 지역 농민들이 버리는 감을 매년 매입한다. 30여 농가가 버리는 감을 팔아 소득이 되니 지역 상생 역할에 큰 역할을 한다. 고향사랑기부 답례품에 선정되며 전국에 알려지고 매출도 증가하니 일석삼조다. 현재 총 매출은 함안불빵 2억, 홍시주스 2억, 관광사업 2억 원 총 6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 대표에겐 아직도 이뤄야 할 꿈이 있다. 그는 "함안불빵은 자동화보다는 계속 수제로 만들고 싶고 홍시주스는 자체 생산공장을 설립해 대량 생산을 하고 싶다"며 "홍시주스 공장은 공법이 복잡해 20억 원 정도 비용이 들기 때문에 농산물제조가공업 지원사업에 응모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