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불합치 이후 6년 지나도 입법 공백…‘임신중지 합법’ 그간 헌재 판단은?

김정화 기자 2025. 8. 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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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린 지 6년이 넘었지만, 국회의 입법 공백으로 ‘임신중지’ 여성들은 여전히 의료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최근 남인순·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약물 임신중지 허용 등을 포함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하면서 헌재의 역사적 판결을 완성할 법적 토대가 마련될지 관심이 쏠린다.

헌재가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판단한 것은 2012년과 2019년 두 번이다. 2012년 8월23일 헌재는 한 조산사가 낸 형법상 낙태죄에 대한 위헌소원에서 ‘합헌’ 결정을 내리며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사이에서 후자를 우선시했다. 당시 8명 헌법재판관 의견이 합헌 4명(김종대·민형기·박한철·이정미) 대 위헌 4명(이강국·이동흡·목영준·송두환)으로 갈리면서 합헌으로 유지됐다. 임신중지에 대해 “형벌보다 가벼운 제재가 이뤄지거나 낙태 사유가 확대되면 생명 경시 풍조가 확산할 우려가 있다”며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제한되지만, 그 정도가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에 비해 결코 중하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반면 2019년 헌재는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9명 재판관 중 4명(유남석·서기석·이선애·이영진) 재판관이 헌법불합치, 3명(이석태·이은애·김기영)이 헌법불합치 취지에 동의하며 당장 법의 효력을 중지해야 한다는 단순 위헌 의견을 냈다. 조용호·이종석 재판관은 낙태죄가 합헌이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폐지에 동의한 7명의 다수 의견은 “헌법 제10조에서 파생되는 개인의 ‘자기결정권’은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인간이 자신의 생활영역에서 인격의 발현과 삶의 방식에 관한 근본적인 결정을 자율적으로 내릴 수 있는 권리”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자기결정권에는 여성이 존엄한 인격권을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자신의 생활영역을 형성해 나갈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된다”며 “여기에는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신체를 임신상태로 유지해 출산할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할 권리가 포함된다”고 상세히 밝혔다.

특히 임신중지를 형사처벌하는 것보다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하고 사회적 제도를 마련하는 게 실효성이 크다고 봤다. 헌재는 “여성들은 형벌의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건강과 생명의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원치 않은 임신을 회피하는 방법으로 낙태를 감행해왔다”면서 “임신한 여성이 고심 끝에 내린 임신 종결 결정은 이미 태아의 생명 박탈에 대한 윤리적 문제와 함께 출산 후 양육을 부담해야 할 사회적⋅경제적 상황, 자신의 신체적⋅심리적⋅윤리적 부담을 포함해 태어날 자녀의 미래의 삶까지 고려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런 헌재의 전향적 판단 이후에도 6년째 관련 입법은 되지 않았다. 이번에 국회에 발의된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임신중지의 권리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남인순 의원 안은 ‘배우자의 동의’나 ‘강간에 의한 임신’ 등을 요건으로 했던 14조(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를 삭제하고, 약물에 의한 임신중지 허용, 건강보험 적용, 용어 변경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수진 의원 안은 여기에 더해 임신·출산 지원체계와 상담체계를 구축하고, 임신과 출산에 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건강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겠다는 내용을 담아 매우 포괄적이다.

이런 개정안에 대해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단체들은 환영 성명을 내고 “헌재 결정 이후 정부는 아무런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임신중지 의약품 승인을 미루며 상담이나 의료 접근성은 방치한 채 익명출산제도와 같은 왜곡된 해법으로 책임을 회피해왔다”며 “이번 개정안은 이런 무책임의 시대에 마침표를 찍는 첫걸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도 부재는 계획하지 않은 임신을 한 여성들을 불법적·비공식적 의료로 내몰았고, 의료인을 범법자로 만들었으며, 의료기관이나 정보 접근에 있어 취약한 이들을 더욱 위험한 조건에 방치했다”며 “헌법은 국가에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건강권을 우선 보장해야 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공적 의료재정은 도덕적 기준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평등한 건강권을 위해 쓰여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도 “정부는 국회가 빠르게 입법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임신중지에 관한 건강보험 적용과 의약품 승인 등 적극적 행정 조치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 낙태죄 폐지 6년 됐지만 여전한 입법 공백··· “임신중지 의료 행위 건보 체계 내에서 다듬어야”
     https://www.khan.co.kr/article/202508061655001


☞ [낙태죄폐지, 다음을 상상하다]윤정원, 나영 인터뷰① “재생산권, 낯설지만 전세계가 그 방향으로 가고있어”
     https://www.khan.co.kr/article/202408081525001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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