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美 원조 삭감은 취약국에 위기이자 기회…단순 대응 이상의 구조적 전환 나서야”
말라위 보건부, 재정 자립·시스템 통합 최우선 목표로
인력 구조 전면 개편해 외부 의존도 낮춰
국제기구 ·NGO도 지원 전략 재편
“외부 원조, 언젠가 끝나…지금이 시스템 개혁 이끌어낼 적기"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미국의 해외원조를 90일간 동결했다. 이로 인해 특히 치명상을 입을 쪽은 아프리카. 조선비즈는 국제 기구 해외 원조의 주요 수혜국인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예산 삭감 여파와 해결 방안, 나아가 아프리카의 자생 가능성을 살펴보며 향후 아프리카의 미래를 진단한다. [편집자주]
“말라위는 분명 과거에 비해 여러 방면에서 진전을 거듭해왔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곧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말라위는 순식간에 과거로 회귀할 수 있습니다.”
샘슨 몬돌로 말라위 보건부 장관은 말라위 의료·보건 체계에 대해 평가를 내리면서 이렇게 강조했다. 2023년 4월부터 장관직을 수행 중인 몬돌로 장관은 마취과 전문의 출신으로 말라위 대표 공공병원인 퀸 엘리자베스 센트럴 병원에 다년간 의료 현장을 지켰다. 코로나19 대유행과 사이클론 ‘프레디(Freddy)’ 등 국가적 재난 당시에도 최전선에서 의료 대응을 이끈 인물로 평가된다.

몬돌로 장관은 현재 말라위 보건부의 최우선 과제로 ‘재정 자립’과 ‘보건 시스템 통합’을 꼽았다. 앞서 미국이 올해 초 국제개발처(USAID)를 전격 해체해 공적개발원조(ODA)를 동결한 데 이어 지난 5월에는 2003년부터 운영해 온 ‘에이즈 퇴치를 위한 대통령의 긴급계획(PEPFAR)’의 자금 송금을 일부 중단하자 말라위 보건부는 예산 활용도를 극대화할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했다.
특히 보건부는 질환별로 따로 운영되던 의료 인력 구조를 전면 개편했다. 기존에는 ▲HIV 감염 ▲산모 케어, ▲가족계획사업 등 부문별로 각각 인력을 배치했다면 이제는 한 명의 보건 인력이 다양한 핵심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개편한 것이다. 정부는 이중에서도 ▲HIV 치료 연속성 확보 ▲산모 사망 예방 ▲청소년 임신 예방 등 ‘생명과 직결되는 보건 서비스’를 우선순위로 설정, 이를 중심으로 ‘의료서비스 패키지’를 구성해 예산을 재조정하고 있다.
다만 인력 감축에만 방점을 두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인력에 대해 정부 차원 확충을 단행, 자원봉사자 등 외부 지원에 의존하던 전문 인력 확보에 힘쓰고 있다는 것이다. 보건부는 최근 지역사회 1차 의료를 담당할 간호사와 임상요원 2100명을 신규 채용했으며 현재도 2700명을 추가 채용 중이다. 특히 아프리카에서는 드물게 지역 보건요원(Community Health Worker)까지 국가직 공무원으로 정식 채용해 정기 교육과 고용 안정성을 보장한다.
국제기구와 NGO들도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지원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유엔인구기금(UNFPA)은 2008년부터 ‘모성건강 신탁기금(Maternal Health Trust Fund)’을 운용, 말라위를 포함한 44개국에서 산모·신생아·청소년을 위한 필수 보건 서비스를 지원해 왔다. 특히 2021년부터는 ▲기후위기 대응 ▲청소년 보건권 확대 ▲지속가능한 국가 재정 시스템 구축 등을 우선 과제로 설정해 제한된 예산 내에서도 효과적으로 보건 인프라가 가능하도록 조정한 바 있다.
앞서 2023년 사이클론 프레디 상륙 당시 말라위 남부 침수 지역에 조산사와 숙련 의료진 20여 명을 파견하고 헬기를 동원해 응급 분만 진료를 제공한 사례 또한 해당 기금을 유연하게 운용한 성과로 풀이된다.
아울러 UNFPA는 단기 지원을 넘어 말라위의 보건 재정 자립을 위해 ‘컴팩트(Compact)’라는 공동재정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는 말라위 정부가 자체 보건 예산을 일정 비율 이상 확보할 경우 UNFPA가 이에 비례한 추가 자금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실제로 말라위 정부는 2023년 이후 매년 목표치를 초과해 보건 예산을 집행 중이다.

리차드 델레이트 UNFPA 말라위 사무소 소장 권한대행은 정부의 개혁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급작스러운 원조 단절에 대해서는 우려를 제기했다. 원조 단절의 충격은 결국 사회의 최약층인 여성과 아이들에게 전가된다는 것이 델레이트 소장 권한대행의 시각. 다만 원조 수혜국들이 영구적으로 외부 원조에 의존할 수 없는 만큼, 현 시점을 ‘위기’에서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외부 원조는 언젠가는 끝날 수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건 원조 이후 국가의 자생력이지요. 지금 원조 수혜국들이 해야할 일은 단순한 대응 이상의 구조적 전환입니다. USAID 예산 삭감의 충격은 불가피하지만, 이 시점을 기회로 돌리는 것은 국가의 개혁 의지에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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