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전 알바 첫날 숨진 이지혜양..."인천 인현동 화재 피해자 인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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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팔아 돈벌이한다고 할까봐 정말 나서기 싫었지만 우리 아이의 명예 회복을 위해, 억울함을 풀어주고자 용기를 내 이 자리에 섰다. 원하는 것은 보상금이 아니다. 명예 회복, 그리고 아이와 가족들의 안식이다."
26년 전 발생한 인천 중구 인현동 화재 참사 희생자 57명 가운데 한 명인 고 이지혜(사망 당시 18세)양의 어머니 김영순(71)씨는 7일 오전 인천시청 앞에서 열린 '인현동 화재 보상 조례 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마이크를 잡고 가슴에 켜켜이 쌓인 한을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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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김영순씨 "보상금 아닌 명예 회복 원해"
인천 중구청 "조례 사실상 폐지...개정 어려워"

"자식 팔아 돈벌이한다고 할까봐 정말 나서기 싫었지만 우리 아이의 명예 회복을 위해, 억울함을 풀어주고자 용기를 내 이 자리에 섰다. 원하는 것은 보상금이 아니다. 명예 회복, 그리고 아이와 가족들의 안식이다."
26년 전 발생한 인천 중구 인현동 화재 참사 희생자 57명 가운데 한 명인 고 이지혜(사망 당시 18세)양의 어머니 김영순(71)씨는 7일 오전 인천시청 앞에서 열린 '인현동 화재 보상 조례 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마이크를 잡고 가슴에 켜켜이 쌓인 한을 토해냈다.
그는 연신 흐르는 눈물을 닦으면서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벌렁거리고 숨이 멎을 것 같다"며 "일일 알바(아르바이트)로 갔을 뿐인 아이가 무슨 불법행위를 했다고 참사에 책임이 있는 가해자로 몰아 보상 대상에서도 제외했는지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1999년 10월 30일 저녁 4층짜리 상가건물 지하 노래방에서 난 불이 불법영업 중이던 2층 호프집까지 번지면서 발생한 참사는 중고등학생 52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이양도 그중 한 명. 하지만 호프집 종업원이었다는 이유로 가해자로 분류돼 보상은커녕 소송에 시달렸다. 참사가 발생한 그날은 이양의 첫 근무일이었다. 이양을 제외한 다른 호프집 종업원들은 실화자나 가해자로 분류돼 보상 대상에서 빠져 단지 종업원이라는 이유로 보상을 받지 못한 것은 이양 한 명뿐이다.
김씨는 "똑같은 학생 신분으로, 똑같은 교복을 입고, 똑같은 사고를 당한 우리 아이만 이렇게 원통한 죽음을 당해야 하나"라며 "잘못한 사람은 불법영업을 한 업주, 뒷돈을 받고 눈감아 준 공무원과 경찰 같은 어른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와 유가족협의회를 비롯해 시민모임 인현동1999 등 7개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양을 보상 대상에서 제외한 '인천 중구 인현동 화재사고 관련 보상 조례' 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보상금의 지급 대상에서 종업원을 제외한 조례 제3조(보상금의 지급 대상 및 범위) 시정권고를 요청하는 진정서도 인천시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이미리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사무처장은 "불법과 탈법, 공권력의 부패가 결합돼 수많은 학생이 희생된 이 끔찍한 참사에서 단지 종업원이라는 이유로 배제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적 규정을 담은 보상 조례는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중구청은 해당 조례가 사실상 폐지돼 개정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중구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조례 부칙상 보상금 지급이 완료되고 배상 책임이 있는 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해 완료됐을 시 조례가 폐지되는데 이미 보상금 지급은 끝난 상황"이라며 "재해 사망과 관련된 소송이 아직 진행 중이어서 폐지를 못하고 있지만 사실상 폐지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57명이 숨지고 81명이 다친 인현동 화재 참사는 학생들을 버려둔 채 혼자 도망간 업주와 "계산하고 가라"며 출구를 막은 종업원, 스프링클러나 비상구 등 안전시설을 갖추지 못한 건물 구조, 업주와 단속기관 유착 등이 빚어낸 최악의 인재(人災)였다. 참사 이후 호프집 업주와 관련 공무원 등 32명이 사법 처리되고 안전 규제가 강화되는 등 후속 조치가 뒤따랐다. 청소년들이 갈 곳을 만들어주자는 취지로 참사 현장 인근에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이 건립됐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석과 위령비가 세워졌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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