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뿜뿜? 간질간질 추억여행? 연애 프로의 ‘무한변주’

‘무한한 썸을 타는 공간을 찾아온 청춘남녀들의 짜릿한 동거 이야기’.
2017년 6월 이런 소개 글과 함께 찾아온 ‘하트시그널’(채널A)은 연애 예능 프로그램 붐을 일으켰다. 8년이 흐른 지금도 연애 프로는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다. “비슷한 형식이 이제 지겹다”는 반응 속에서도 ‘환승연애’(tvN), ‘솔로지옥’(넷플릭스),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넷플릭스) 등 흥행작들이 배출되며 연애 프로의 인기는 식을듯 식지 않고 있다. 남의 연애를 구경하는 일은 왜 이토록 질리지 않는 것일까?

2010년대 연애 프로의 인기가 본격화할 즈음에는 주로 연예인 못지않게 출중한 외모와 고스펙을 자랑하는 젊은 이성애자 남녀가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이런 형식이 뻔하다는 반응이 나오면서 중년, 무속인, 성소수자, ‘돌싱’, 모태솔로 등 출연자가 다양화되기 시작했다. 지난 3일부터는 연예인들이 자신의 절친을 맺어주는 형식의 ‘진짜 괜찮은 사람’(tvN)도 방송을 시작했다.
이처럼 여러가지로 변주할 수 있다는 점은 연애 프로가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이유 중 하나다. 출연자를 달리하면 서사 또한 신선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지난달 8일 공개돼 큰 인기를 끈 ‘모태솔로지만…’은 한번도 연애를 해본 적 없는 사람들만 모은 덕에 더욱 눈길을 모았다. 한 남자 출연자가 좋아하는 여성을 맞닥뜨렸을 때 자연스럽게 대화하지 못하고 풀숲에 숨어버리는 등 기존과 차별화된 장면이 만들어졌다. ‘돌싱글즈’(MBN)는 이혼한 남녀를 출연시키는데, 자녀 유무를 공개하면서 미묘한 기류 변화가 생기기도 하고 기존 가치관을 뒤바꾸는 선택이 이뤄지기도 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연애는 남녀 간 사랑이 이어질까 하는 관심을 자극하기 때문에 예능에 최적화된 소재로, ‘사랑의 스튜디오’ 때부터 이어진 스테디셀러”라며 “다만 비슷한 포맷으로 두세번 반복하면 지겨워질 수 있기 때문에 지금 트렌드에 맞게 출연진에 변화를 주고 색다른 재미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무속인을 데려온 ‘신들린 연애’나 ‘모태솔로지만…’이 그 예”라고 짚었다.
주로 일반인이 출연한다는 점도 인기 비결이다. 방송에 노출된 적 없는 이들이라 등장만으로도 신선하다. 이들은 카메라가 익숙한 연예인들과 달리 자신을 꾸며내는 데 서툴기 때문에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낸다. 이는 진정성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며 시청자들의 몰입감을 끌어올린다. ‘환승연애’ 출연자들은 함께 출연한 전 연인을 보며 감정적으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게 차별화된 인기 비결 중 하나다. 2022년 방송한 ‘환승연애 2’의 한 출연자가 전 연인이 다른 이성과 데이트 하러 나가는 장면을 보며 가까스로 눈물을 참는 장면은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반대로 ‘나는 솔로’(ENA)처럼 출연자들 간 싸움이 붙는 장면은 보는 이들에게 짜릿한 도파민을 선사한다. 다만 일반인 출연자들이 방송 후 연예계에 데뷔하거나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사례가 빈번해 진정성이라는 매력이 반감되기도 한다. 이는 연애 프로의 인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요즘 현실에서 사람들이 연애를 잘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연애 프로를 통해 대리만족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출연자 캐릭터를 보며 뒷담화를 나누는 게 하나의 유희처럼 자리 잡은 것 같다. 그렇게 몰입한 이들이 고정 시청자가 되면서 인기가 유지되고 있다”고 짚었다.
리액션 유튜버들이 ‘함께 보는 맛’을 끌어올려주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친구 여럿이 모여 남의 연애 이야기를 나누는 게 흥미로운 것처럼, 연애 프로도 혼자보다 함께 볼 때 더 재밌어진다는 것이다. 연애 프로 리액션 전문 유튜버들은 그런 친구의 역할을 대신해준다. 구독자 92만명을 보유한 유튜버 ‘찰스엔터’는 ‘환승연애’, ‘솔로지옥’, ‘모태솔로지만…’ 등 다양한 연애 프로를 공책에 메모해가며 리뷰를 하는 콘텐츠로 유명하다. 마치 자기 일인 양 분노하고 방송 패널이 긁어주지 못한 속을 시원하게 긁어주면서 엠제트(MZ)세대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방송을 먼저 본 뒤 리액션 영상을 보는 경우가 흔하지만, 방송을 접하기 전에 리액션 영상을 먼저 보는 이들도 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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