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인] 김해시 외교 담당 손은경 국제협력전문관
필수 요건, 언어능력·배경지식·표정 읽는 센스
"튀르키예와 문화 외교, 모범 사례 평가 보람"
우리나라와 외국 간 '외교'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부각되는 요즘이다. 외교는 한 나라의 품격과 태도, 존중, 예의를 다하는 전략, 의전까지 모두 포함한다. 최근 한·미 관세 협상에서 한국이 미국 정부와 담판하고자 펼쳤던 '애티튜드(attitude: 정신적인 태도와 사고 방식)'가 외교의 실체를 보여줬다.
김해시에도 외교를 책임지는 사람이 있다. 시 행정과 소속 손은경(47·7급 공무원) 국제협력전문관이다.
김해는 6개국 11개 도시와 우호·자매 결연을 맺고 있다. 손 전문관은 11개 도시 가운데 중국 3개·일본 1개 도시를 제외한 7개 도시 통역을 담당하는 통역사다. 대·중·소 행사 관련 교류 도시와 연락, 축제·행사 계획, 출장 준비(김해시장 연설문 영어로 작성)와 일정 가이드, 손님 영접(의전), 교류 마무리 행정까지 총망라한다. 시 국제 행사는 느는 추세지만 현재 영어 통역사는 1명뿐이다.

그는 부산대 공대(도시공학과) 다닐 때 친구들과 뉴질랜드 5개월 연수를 다녀오고, 대학 졸업 후 현대로템에서 통역사로 근무하면서 영어 통역사 꿈을 키웠다. 동시통역사로 활동하려면 통역대학원 학위를 따거나 수료해야 했다.
하지만 2006년 김해시 공무원이 되고 결혼, 아이 둘 육아 등을 하느라 꿈은 잠시 뒤켠에 놓았다. 이후 부산외대 통역대학원 석사 학위를 따며 통역사 활동 경험 폭도 넓혔고 2022년 김해시 행정과 소속 국제협력전문관을 신청해 3년째 일하고 있다.
그가 통역전문관이 된 것은 입사 1년 만에 김해시 영어 말하기대회 1등, 인재육성과 원어민 담당 2년 등 업무 경력이 뒷받침했다. 가장 보람이 컸던 외교는 김해시와 튀르키예 초룸시 '히타이트 문명' 특별전을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개최한 것이다.
"히타이트전 기획은 행정, 전시 총괄, 배경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시 행정과, 대성동고분박물관, 국립김해박물관, 튀르키예 문화관광부, 초룸주와 초룸시, 주한튀르키예 대사관 등 많은 기관 의견 조율이 매우 힘들었어요. 기관들 계획 전달과 계약서 쓰기, 세계 최초 탁본 쓰기 기획 등과 관련한 각 기관 의견을 모두 듣고 통역해 조율하느라 정성과 시간이 엄청 필요했어요."
히타이트전은 2023년 준비하기 시작해 2024년 9월 전시, 10월 7일 개막식·자매결연 체결, 2025년 7월 튀르키예 초룸시에 하투샤 유적지 '상형문자의 방' 탁본 원본·기념 액자 기증까지 약 2년이 걸렸다.
그는 "행정 교류 통역만 해오다 튀르키예 대통령 승인을 받아내는 문화 교류 성과를 이뤄내니까 국내·전국 최초 국제 교류를 해냈다는 진정한 외교 성과라는 점이 뿌듯하고 보람 있었다"고 말했다.
그에게 외교란 어떤 것일까. "진심어린 태도와 관계는 기본이고 상대방 의사를 전달할 때 최대한 부드럽게, 예의에 어긋나지 않게, 대화 장소와 분위기 격에 맞게 신경을 써야 하는 게 외교"라고 했다. 언어 능력, 배경 지식, 표정·분위기를 읽는 센스는 필수 요건이며, 교류 도시 동향과 역사, 중요 인물 이름 숙지 등은 기본 중 기본이다.
통역사들에게 '밥통(밥 먹을 때 하는 통역)'은 높은 분들이 미안해하는 포인트다. 주한 인도대사 오찬·만찬, 국외 손님 김해 축제 방문 때 식사 자리에서도 밥을 먹지 못하고 통역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미 외교 뉴스를 보면서 그에겐 외교 뒷모습이 포착됐다. "통역사 참 멋지다 생각하면서도 국기와 자리 배치, 프로토콜 같은 의전 준비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트럼프와 협상 타결하면서 보이지 않는 담당자들 어려움, 동병상련이 느껴졌어요."
항상 안주하지 않는 손 전문관은 개인적 포부도 가득했다. 국제 교류 경력을 계속 쌓고 번역행정사, 국제가이드 자격증을 따고 싶단다. 기능올림픽대회 통역을 할 수 있는 월드스킬도 갖추고, 통역대학원 박사 취득도 계획 중이다.
/이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