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인현동 화재 ‘일일 알바’ 고1 희생자…유족 “종업원이라며 보상 제외”

이승욱 기자 2025. 8. 7.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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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학생 신분으로, 똑같은 교복 입고, 똑같은 날, 똑같은 사고를 당한 아이인데 왜 우리 아이만 이렇게 억울하고 원통한 죽임을 당해야 합니까."

김씨는 인현동 화재 사고가 난 호프집 주인 정아무개씨와 대한민국 정부, 인천시, 인천 중구 등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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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근날 참변…“피해자로서 명예 회복 원해”
중구 “피해보상은 업주가…조례 개정 계획 없다”
7일 인천시청 앞에서 고 이지혜 학생 명예회복을 위한 인천 중구 인현동 화재사고관련 보상 조례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승욱기자

“똑같은 학생 신분으로, 똑같은 교복 입고, 똑같은 날, 똑같은 사고를 당한 아이인데 왜 우리 아이만 이렇게 억울하고 원통한 죽임을 당해야 합니까.”

7일 오전 11시 인천시청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김영순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미리 준비한 발언문을 한 글자씩 읽어나갔다. 기자회견 시작 전부터 김씨 눈가에 맺혀있던 눈물은 볼을 따라 아래로 흘렀다.

김씨는 1999년 ‘인현동 화재 참사’에서 딸 이지혜 양을 잃었다. 그해 10월30일 일어난 화재는 인천 중구 인현동의 한 상가건물 지하 노래방에서 발생해 57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인 이 양은 당시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하다가 화를 당했다. 참사 당일 첫 출근날이었다.

인천 중구는 참사 다음해인 2000년 인현동 화재 참사 희생자에게 보상금을 제공하는 내용의 ‘인천시 중구 인현동 화재사고 관련 보상 조례’를 제정했다. 하지만 이 조례에서 이 양은 보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조례에는 ‘화재사고의 실화자와 가해자이거나 그 종업원과 건물주 및 공무 수행 중인 자’는 보상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이 있었는데, 파트타임 노동자였던 이지혜 양이 종업원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이에 김씨는 다른 유가족이 받았던 보상 안내 등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김씨는 이날 회견에서 “일일 알바로 갔을 뿐인 아이인데 그 아이를 가해자로 몰아서 보상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인현동 화재 사고가 난 호프집 주인 정아무개씨와 대한민국 정부, 인천시, 인천 중구 등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했다. 하지만 인천지법은 2003년 1월 정씨가 이지혜 양의 유족에게 1억70만원을 배상하되 정부와 인천시, 인천 중구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이 판결은 서울고법이 같은해 11월 항소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확정됐다. 정씨는 유족에게 법원이 정한 배상금을 배상하지 않고 강제노역을 했다고 한다.

김씨가 이번에 다시 조례 개정을 언급한 이유는 2023년 정부, 인천시, 인천 중구 등을 대상으로 한 재해사망보상금 청구 소송에서는 법원이 인천 중구 조례에 있는 해당 규정을 근거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김씨는 “원하는 것은 보상금이 아니다. 우리 아이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고 피해자로서 아이와 우리 가족들이 안식을 얻고자 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김씨는 인천시 인권위에 중구의 보상 조례의 해당 규정이 헌법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시정 권고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와 관련 인천 중구는 “이미 앞선 판례에서 피해보상은 업주에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이에 조례 개정 계획은 없다”고 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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