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압구정 토끼굴과 30년 함께한 그라피티, 이달 중 철거된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압구정 토끼굴은 그라피티(Graffiti) 작가들에게 명예의 전당이에요. 누구나 한 번쯤 꿈꿔온 공간이죠. 이 공간의 가치를 한 번쯤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요."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에서 한강으로 나가는 나들목, 이른바 '압구정 토끼굴'에서 만난 13년 차 그라피티 작가 곽혜지(32)씨가 벽면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0년간 그라피티 있었지만, 서울시 “리모델링 후 전면 제한”
작가 “한국 그라피티의 명예의 전당인데, 유산 없애려”
시민 “외국인 관광객 그라피티 배경으로 춤 춰서 뿌듯했는데”

“압구정 토끼굴은 그라피티(Graffiti) 작가들에게 명예의 전당이에요. 누구나 한 번쯤 꿈꿔온 공간이죠. 이 공간의 가치를 한 번쯤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요.”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에서 한강으로 나가는 나들목, 이른바 ‘압구정 토끼굴’에서 만난 13년 차 그라피티 작가 곽혜지(32)씨가 벽면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이곳에는 1990년대부터 그라피티 작품들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약 30년이 지난 지금은 한국 그라피티 아트의 ‘성지’로 불리지만, 곧 모든 작품이 철거되고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뱅크시, 런던 곳곳에 그라피티 남겨… 서울선 압구정·신촌뿐
그라피티는 스프레이 페인트(래커) 등으로 건물 벽 등에 그림을 그리는 예술이다. 미국에서 시작됐으며, 최근에는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 등 유명 작가의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국내에서는 허가 없이 그릴 경우 재물손괴죄나 건조물침입죄로 처벌될 수 있어 활성화돼 있지 않다. 현재 서울시에서 그라피티가 활성화된 공간은 압구정 토끼굴과 경의중앙선 신촌역 인근 터널 두 곳뿐이다.
그중 한 곳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은 서울시가 한강변 나들목이 노후화됐다며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압구정 토끼굴은 1987년에 준공됐고, 시설 전반이 노후화됐다고 한다. 공사는 이달 중 시작돼 내년 6월에 마친다.
시설이 개선된 압구정 토끼굴에 지금처럼 그라피티 아트를 그릴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이후 그라피티를 재개할지 여부는 주민 의견을 수렴해 결정한다는 게 서울시 방침이다. 서울시 측은 “그라피티 공간 운영 과정에서 비공공적 표현물이 빈번하게 발생했고, 시민들이 불쾌감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리모델링 이후에는 그라피티 행위를 전면 제한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라피티 작가 20명, 리모델링 공사 앞두고 마지막 작업
압구정 토끼굴에서 더 이상 그라피티 아트 작업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소식에 작가들은 아쉬워했다. 그라피티 작가 A씨는 “압구정 토끼굴은 한국 그라피티의 살아 있는 전설 같은 곳”이라며 “서울시가 지나치게 획일적이고 정돈된 모습만을 고집해 유산을 한순간에 없애려 한다”고 말했다.
그라피티 작가 20여 명은 이날 밤 압구정 토끼굴 리모델링 공사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모였다. 인적이 드문 오후 10시 45분쯤 작가들은 롤러를 들고 토끼굴 벽면에 배경 도색을 시작했고, 이후 스프레이 페인트로 1시간 만에 새로운 그림을 그렸다.
다만 서울시는 지금까지도 압구정 토끼굴에 그라피티 아트를 정식으로 허용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현장에는 ‘오후 10시부터 오전 5시 사이에만 그라피티 작업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으나, 허가해준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스프레이 냄새가 심하게 난다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들어와 붙인 안내문”이라면서 “공식적으로 서울시가 (그래피티 작품 활동을) 승인한 적은 없다. 작가들이 임의로 불법행위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에 접수된 압구정 토끼굴 그라피티 관련 민원은 2010년부터 현재까지 총 13건이다.
압구정 토끼굴을 지나는 시민들은 그라피티가 없어진다는 말에 안타까워했다. 그라피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은 1분에 1명꼴로 상당히 많았다. 김모(53)씨는 “그동안 토끼굴에 들어올 때부터 신선한 느낌을 받아 왔는데, 왜 갑자기 없애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모(27)씨는 “토끼굴 안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그라피티를 배경으로 춤추는 영상을 찍고는 한다. 서울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것 같아 뿌듯했다”며 “없애 버리기에는 아깝다”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장특공제 폐지·보유세 개편 임박?… 靑, 부동산 전문가 불러 의견 청취
- 변협 “개업 변호사 3만명 넘어… 월 평균 수임건수 1건 안 돼”
- 美 2028년 유인 달 착륙 계획에 먹구름… 차세대 우주복 개발 지연
- 中서 출발했다던 ‘美 나포’ 이란 화물선, 미사일 원료 실렸나
- 파킨슨병 위험, 장 속 미생물이 미리 알려준다
- [르포] ‘대한박물관’이라더니 중국 역사 빼곡… 은평 한옥마을 ‘발칵’
- 日 공작기계 ‘마키노밀링’ 2조에 인수하는 MBK... 6월 중 공개매수
- 아이 손잡고 서킷 가는 부모들… 엔진 데우는 韓 모터스포츠, 불모지 벗어나나
- [Why] K뷰티는 북미서 잘나가는데… ODM 양강 북미법인 적자 왜
- 불붙는 선거 광고전… “네이버, 후보자 광고는 500만원·정당 광고는 5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