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밤샘 촬영, '돈 버니 괜찮다'는 시선을 바꾸는 변호사

정민경 기자 2025. 8. 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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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언론연대 정책위원·SBS 시청자위원 활동하는 김두나 변호사
"내가 즐기는 콘텐츠, 누군가의 착취로 만들어진 상황 불편해 뛰어들었다"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미디어오늘은 4일 서울 영등포 희망을 만드는 법 사무실에서 김두나 변호사를 만났다. 사진=정민경 기자.

아이돌 연습생 시절부터 데뷔 후까지 이어지는 불공정 계약, 미성년자 심야 노동, 제작 현장의 밤샘 촬영 등. K-POP과 드라마가 세계적인 산업으로 성장한 이면에 아동·청소년을 비롯한 대중예술인과 방송 제작 노동자들의 권익 침해가 반복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김두나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는 일터에서의 성폭력과 산업재해 사건을 다뤄온 변호사이자 K-POP 팬이기도 하다.

김두나 변호사는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활동하다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 2017년부터 '희망을 만드는 법'에서 공익인권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2020년 '아동·청소년 미디어 인권 네트워크' 활동을 통해 국회에서 '아동·청소년 연기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학습권 보호 등을 규정한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제시하는 등 관련 분야에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김 변호사는 아동·청소년 미디어 인권 네트워크 활동에 더해 올해 3월부터는 SBS 시청자위원으로 참여하며, 방송 제작 환경의 구조적 문제와 개선책을 방송사에 직접 요구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4일 서울 영등포 희망을만드는법 사무실에서 김두나 변호사를 만나, K-POP 산업의 노동 현실과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개정 이후 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아래는 일문일답.

-아동·청소년의 방송 노동 문제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온 계기는 무엇인가.

“저는 일터에서의 성폭력·성차별·산재 문제를 주로 다뤄왔다. 동시에 오래된 K-POP과 K-드라마 팬인데 내가 즐기는 콘텐츠가 누군가의 착취나 부당한 상황 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지 자주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돌의 '열악한 숙소 생활' 같은 것들을 너무나 쉽게 이야기한다. '누군가를 엄청나게 갈아넣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콘텐츠'를 내가 소비하고 있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다. 7~8년 전부터 이런 생각이 강해졌고 '아동·청소년 미디어 인권 네트워크'라는 연대체를 통해 본격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최근에는 제작사나 기획사에서 일하고 있는 스태프와 노동자들, '아티스트'로 불리는 대중문화예술인들의 노동 문제를 주요하게 살피고 있다.”

-올해부터 SBS 시청자위원으로 활동했다. SBS '인기가요' 새벽 녹화 관행에서의 아동 노동 문제, 14세 출연자가 있는 'B:MY BOYZ'의 야간 연습과 촬영에 대해 직접 문제제기를 했다. 시청자위원 활동을 하면서 현장에서 체감한 문제점이나 새롭게 느낀 점은 무엇인가.

“시청자위원 활동을 하면서 제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방송 제작 환경의 문제점과 의문들을 직접 제작진에게 제기할 수 있고, 제작진에게 실제 상황이 어땠는지 들어볼 수 있었다. 제작진의 설명을 들으면서 방송사에만 문제를 제기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됐다. SBS '인기가요'의 새벽 녹화 관행에 대해 질의했을 때, 최근 아이돌팀의 집중 활동 기간 짧고 1~2주 만에 너무나 많은 방송을 소화해야해서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방송사뿐 아니라 여러 주체가 모두 변해야 해결되는 문제임을 알게 됐다. 이전보다도 훨씬 다양하게, 구체적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

▲SBS '비 마이 보이즈' 클립 영상 중 갈무리. 사진출처=SBS 홈페이지.

-시청자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최근 개정된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제21조의2(청소년보호책임자 지정)를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했다.

“8월1일부터 시행되는 해당 법 내용은 대중문화예술사업자는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이 대중문화예술용역을 제공하는 경우 제21조제1항에 따른 기본적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종사자 중에서 청소년보호책임자를 지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벌어진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들에게 기획사 사장 등이 폭행을 하거나 성폭력을 했던 사례가 많았다. 이런 일이 발생해도 딱히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아동·청소년을 보호해야 할 직위에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인권 침해 가해자였던 사례가 많았다. 많은 경우 기획사 사장 등이 보호자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들에게 '당신들은 단지 사업자뿐만이 아니라 아동·청소년을 보호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는 것을 명시한 게 법의 의의다.

아쉬운 점은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저희는 '방송 현장 책임자'를 생각했고 제작 현장에서 분명한 책임자가 있어서 휴게시간이나 공간 등을 챙기는 모습을 그렸는데 이뤄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개선해 나가야 할 것 같다. 현재는 방송 현장에서 작가나 FD들이 비슷한 역할을 나눠 하는 것 같다. 그 외에도 아동·청소년의 용역 제공 제한 시간에 대해 연령에 따라 좀 더 세분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동·청소년 대중예술인의 인권 침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 '애들은 물 들어올 때 노를 젓는 것이고, 자신들이 스포트라이트를 원해서 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부터 '저들이 버는 돈이 어마어마한데 이를 노동자라고 볼 수 있느냐'는 문제 제기가 나온다.

“우선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활동을 노동으로 보지 않는 시각이 굉장히 넓게 퍼져 있다. 이것은 성인인 대중문화예술인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많은 대중문화 예술인들은 이 활동을 생계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마치 노동이 아닌 것처럼,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로만 보여지는 경향이 있다. 그런 시선은 이런 활동을 펼쳐나가는데 걸림돌이다. 비슷하게 '어렸을 때부터 열심히 하는 게 뭐가 문제냐', '돈도 많이 버는데 왜 거기까지 신경을 쓰냐'는 반응도 굉장히 많다. 또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꼭 저 아이들 말고도 공부하는 아이들도 밤새 공부한다', '운동하는 애들도 미친 듯이 운동하고 밤새워서 운동한다'며 대중예술인의 밤샘 노동에 대해 문제로 보지 않는 시선도 있다.

우리나라 아동·청소년들은 이렇게 사는 게 너무나 당연한 상황이 되어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 '밤샘 공부'와는 또 다르게 아동·청소년 대중예술인들은 대중예술 산업과 직결되면서 그들 자체가 상품처럼 여겨지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그래서 이들의 노동이 보호되어야 하는 영역인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특히 방송 영역에서는 밤샘 노동이 굉장히 당연시 되어있다. 모두가 촬영을 하거나 대기하고 있는데 아동·청소년만 빠질 수 있는 상황도 아니기에 묵인되어왔다. 그래서 방송 현장 전반이 변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두나 변호사가 서울 영등포 희망을 만드는 법 사무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이외에도 방송 제작 현장이나 대중문화예술 산업 현장에서 또 변화되어야 할 지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여전히 일부 기획사에서는 아이돌이 데뷔하기 전, 연습생 때 썼던 비용을 데뷔 후에 정산하는 계약을 하고 있다. 이러한 불공정 계약으로 인해 몇몇 아이돌들과 관련해 '몇 년이 지났는데도 사실상 정산을 받지 못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대중예술산업의 특성상 비밀 계약이 많고 큰 문제가 불거져야지만 계약의 실태가 나온다는 것도 문제다. 정산 시스템이 어떤 기준에 의해 정산이 되는지도 너무나 불투명하다. 이런 문제에 대해 깊숙하게 살펴보고 싶다.”

-최근 KPOP과 관련된 관심이 국제적으로도 뜨겁다. 대중문화 현장의 긍정적 변화를 위해 바뀌어야 할 점은.

“하이브만 봐도 작년 매출이 2조 원이 넘었다. 사업들이 굉장히 글로벌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 K 콘텐츠 기업이 사실상 다국적 기업으로서 가져야 하는 인권에 대한 존중과 책임을 져야 할 위치에 있다.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산업이니만큼 무대에서, 또 무대 뒤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 특히 아동·청소년뿐만 아니라 제작진의 노동 환경 역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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