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협진 없이도 치매 진단…AI가 뇌 질환 치료 바꿔
PET 영상 해석에 도움, 조기 진단 가능성 높여
뇌 진단서 AI 경쟁 가속, 의료 변화 예고


뇌 질환 진단은 오랫동안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이었다. 특히 치매나 파킨슨병처럼 증상이 유사하고 진행이 느린 질환은 경험 많은 전문의들의 협진과 고가 장비 없이는 정확한 감별이 어려웠다.
최근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뇌 영상 진단의 정확도는 높아지고, 전문가 의존도는 낮아지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메이요클리닉이 도입한 AI 진단 도구는 양전자단층촬영(PET)을 기반으로 사람보다 빠르고 정밀하게 치매와 파킨슨병을 감별하며, 의료 현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협진 없이 뇌 대사 미세 패턴까지 분석
5일(현지 시각) 미국 의학전문지 스탯에 따르면, 미국 최대 규모의 종합병원인 메이요클리닉이 개발한 AI 진단 도구 ‘스테이트뷰어(StateViewer)’가 도입 4개월 만에 전문가 없이도 PET 진단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PET는 전자와 물리적 성질은 같지만 전기적 성질만 반대인 양전자로 환부를 알아보는 방식이다. 방사성 의약품을 투여한 후 양전자가 방출되는 지점을 감지해 질병 부위를 영상으로 보여준다.
치매나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뇌질환은 PET 검사로 조기 진단했지만, 장비가 워낙 고가이고 방사성 물질을 투여하는 문제가 있었다. 신경과·영상의학과·핵의학과 등 여러 전문의의 협진도 필요해 활용에 제약이 있었다.
스테이트뷰어는 메이요클리닉이 수년간 수집한 3670명 환자의 포도당(FDG) PET 뇌 영상 데이터를 학습한 AI이다. FDG PET은 뇌세포가 포도당을 얼마나 쓰는지 에너지 소비 수준을 확인해 뇌 기능 변화를 조기에 포착한다. 알츠하이머병, 루이체 치매,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뇌질환은 병의 진행보다 먼저 뇌 대사 기능에 이상이 나타난다.
메이요클리닉에 따르면 스테이트뷰어는 FDG PET 영상에서 사람이 구별하기 어려운 미세한 뇌 대사 패턴까지 자동으로 분석해, 몇 분 안에 진단 결과를 제시한다. 치매 환자의 20%를 차지하는 루이체 치매는 전문가도 영상만으로는 놓치기 쉽지만, AI는 이 같은 미세한 패턴까지 정밀하게 감지해낸다.
메이요클리닉의 AI 신경과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데이비드 존스(David Jones) 박사는 “AI는 협진 없이도 단독 판단할 수 있도록 의사를 돕는다”며 “의사 개인의 독립적 판단 능력을 높이고, 진단 속도를 획기적으로 줄여준다”고 말했다.

◇전문의 의존도, 비용 낮추는 AI
AI 진단 기술은 PET 검사의 고비용·전문성 장벽을 낮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기 진단은 물론, 환자별로 보다 정확한 치료 방향 설정에도 기여하고 있다. 최근 나온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초기 단계의 환자에 효과가 있다. 치매 신약 출시로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스테이트뷰어가 다른 병원에서도 활용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AI는 의료 영상을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환자 정보를 종합 분석해 진단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6월 말 의사처럼 환자와 대화하고 필요한 검사를 진행해 진단하는 AI 의사를 발표했다. 실제 진단 사례를 두고 의사와 비교한 결과 AI의 진단 정확도는 85.5%를 보여 의사들의 20%를 압도했다.
전문가들은 뇌 질환 진단에도 이처럼 종합 판단하는 AI가 필요하다고 본다. 조이 쿠르치(Zoe Kourtzi) 영국 케임브리지대 인지신경과학과 교수는 “뇌질환을 정확하게 판단하려면 뇌 영상, 혈액검사, 유전 정보, 병력 등 다양한 데이터를 종합해야 한다”며 “영상만으로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이를 종합적으로 판독할 수 있는 AI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뇌 질환을 진단하는 AI는 글로벌 의료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서도 뇌 진단 AI 개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뉴로핏은 뇌 신경 영상을 분석하는 ‘뉴로핏 아쿠아’, PET 영상을 분석하는 ‘뉴로핏 스케일 펫’에 이어 치매 치료제 처방과 효과, 부작용을 관리하는 AI인 ‘뉴로핏 아쿠아 AD’까지 개발했다.
이밖에 뷰노는 뇌 MRI 영상을 분석해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는 AI ‘딥브레인’을 개발했고, 딥노이드는 뇌 자기공명 혈관 조영술(MRA) 영상을 분석하는 AI ‘딥뉴로’를 개발했다. 이 AI는 환자 33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영상의학 전공의보다 66분, 영상의학 전문의보다는 60분 더 빠르게 MRA 영상을 판독했다.
국내 한 AI 진단 업체 관계자는 “이번 스테이트뷰어의 임상 성과는 AI가 단순 보조 도구를 넘어 전문의 의존도를 크게 낮출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AI가 뇌 질환 조기 진단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지금, 인간의 전문성과 기계 학습의 결합이 향후 의료의 판도를 어떻게 바꿀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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