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주년, ‘일제 감시대상 인물카드’를 주목하라 [새로 나온 책]

꽃 떨어진 동산에서 호미와 괭이를 들자
이동해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식민지의 삶에서 불의를 느낀 사람들은 각자 역량껏 독립운동을 실천했다.”
곧 광복 80주년이다. 식민지 조선의 일상 속 독립운동은 어땠을까. 지은이는 ‘일제 감시대상 인물카드’에 주목했다. 일제는 수형자, 수배자, 감시 대상자의 정보를 카드에 적고 사진을 붙여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했다. 해방 후 한국 경찰이 보관하던 이 카드 뭉치는 1980년대 말 국사편찬위원회로 이관되었다. 정리된 인물 수는 4837명. 단순 범죄자 18명을 제외하고 모두 독립운동 관련자다. 지은이는 작은 카드 한 장으로 남은 이들의 이야기를 추적해 새로운 독립운동 서사를 복원했다. 학생, 교사, 점원, 엘리베이터 보이, 주부, 지역 유지와 소작인, 심지어 좀도둑까지. 직업과 신분을 가리지 않고 식민지 조선에서 일상 속 저항을 펼친 40인의 독립운동을 만날 수 있다.

내 마음 하나 잊지 말자는 것이다
유승하 지음, 창비 펴냄
“길이 없다면 길을 만들어서 한 걸음이라도.”
나혜석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자, 처음으로 세계 일주 여행을 한 여성이다. 독립운동에 관여한 여성운동가였고, 당대 여성의 삶을 거침없이 써 내려간 문필가였다. 그를 소개하는 수식어가 여럿이지만, 만화가인 지은이에게 나혜석은 ‘최초의 여성 만화가’였다. 선배 작가에게 헌정하는 만화를 그리고 싶었다. 이미 단편만화로, 웹툰으로 나혜석의 삶을 그린 바 있다. 앞서 두 번의 작업이 있었지만 이번 그래픽노블 작업은 오로지 나혜석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혜석’을 바라볼 수 있었다. 일본 유학 도중 아버지의 결혼 강요로 공부를 중단하고 돌아온 시절부터 말년 수덕사에서의 삶까지, 나혜석의 삶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나, 조계진
이종찬 지음, 한울 펴냄
“우리 형제는 이때 일을 두고 ‘어머니야말로 4·19 혁명 주체’라고 놀리곤 했다.”
자서전(自敍傳)이 아니고, 자서전(子敍傳)이다. 아들이 기록한 어머니의 회고록이다. 아들은 이종찬 광복회장. 어머니는 고 조계진(1897~1996).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의 며느리다. 조선 왕가의 일원으로 태어났고, 독립운동 시기를 온몸으로 겪어냈다. 1960년 4·19 때는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직접 시위 대열에 참여했다. 광복 후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승계되지 못한 점을 못마땅하게 생각한 그의 행동이었다. 지은이는 어머니에게 수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말을 왜 기록해두지 않았을까, 안타까워했던 지은이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전에 회고담 일부를 기록해두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기억을 바탕으로 어머니의 행적을 모아 이 책을 썼다.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서
이수현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이 책이 편안하게 읽히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딸아이가 영재라고 믿던 시절이 있었다. 영어 교사로서 아이를 이중 언어 사용자로 키우고 싶은 욕심도 났다. 그랬던 아이가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은 데 이어 둘째 아이도 같은 진단을 받았다. 같은 고통을 겪는 학부모끼리도 자신의 고통이 더 크다는 것을 끊임없이 증명하게 만드는 제도 안에서 좌절을 거듭하던 저자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대신 비슷한 또래의 장애 아동을 모아 작은 ‘학교’를 만들었다. 정작 아이에게 학교에 가고 싶은지 물어보지 않았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교사였던 저자도 학교로 돌아가 통합교육 실천가로 거듭난다.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서로에게 배움을 얻는 교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교사이자 엄마의 귀한 기록이다.

극우의 노래
남태현 지음, 오월의봄 펴냄
“극우는 더 이상 뒤에서 소리만 지르는 존재가 아닙니다.”
너무 가까이 있기 때문에 제대로 보지 못한다. 교과서에 실린 수십 년 전 사건보다 최근 몇 년 동안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에 대해 더 무지할 수 있다. 매주 도심에서 열리던 태극기 집회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어떻게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초유의 법원 습격 사건으로까지 이어졌을까? 뉴라이트와 어버이연합이라는 이념적·물질적 토대로부터, 태극기 부대의 탄생과 발전을 거쳐 반중국 정서와 역차별 담론으로 무장한 청년층의 가세까지. 지은이는 한국형 극우의 ‘최-근현대사’를 되짚어본다. 멸시와 비웃음 속에 방치했던 노인들의 태극기 집회는 아스팔트라는 배양접시 위에서 빈곤과 고립이라는 양분을 섭취하며 마침내 선명한 사회적 위협으로 자라났다.

짐 챙겨
김영희 지음, 상상 펴냄
“올라가려고만 하지 마라. 인생엔 옆으로 난 길도 많다.”
지은이는 ‘쌀집 아저씨’로 유명한 예능 PD다. 〈양심 냉장고〉 〈!느낌표〉 등 예능 프로그램으로 한국방송대상, PD대상 등 여러 상을 받았다. 중압감을 느끼거나 생활의 단조로움을 느낄 때, 여행은 탈출구이자 다음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일본을 다녀오고 〈양심 냉장고〉를, 영국 여행 후에 〈!느낌표〉를, 남미에 다녀온 후에 〈나는 가수다〉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번 책에 여행의 기록을 짤막한 에세이로 담았다. 책에 수록된 그림도 직접 그렸다. 세계 곳곳을 다니며 든 생각, 여러 여행지에서 겪은 에피소드들이 유쾌하게 펼쳐진다. 부담 없이 그의 여행 에세이를 따라 읽다 보면, 어느새 짐 챙겨 문밖으로 나서고 싶어진다.
시사IN 편집국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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