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닦는 추성훈, 오체투지 기안84... '생고생' 예능 뜨는 이유

강유빈 2025. 8. 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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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첫 방송된 ENA·EBS '추성훈의 밥값은 해야지'는 말 그대로 밥값 한 만큼만 즐길 수 있는 여행 예능 프로그램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관광지만 도는 여행은 '가짜'로 보고, 현지인처럼 먹고 살아보는 '진짜'를 추구하는 게 요즘 트렌드"라며 "그런 점에서 현지 밀착은 예능 출연진의 생고생을 '이유 있게' 만들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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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A·EBS '추성훈의 밥값은 해야지'
현지 극한 직업 알바로 돈 벌며 여행
'태계일주'선 셰르파·오체투지 체험
"현지인 삶에서 재미와 감동 받아"
ENA·EBS 공동 제작 '추성훈의 밥값은 해야지'에 출연 중인 추성훈(왼쪽부터), 이은지, 곽튜브. ENA·EBS제공

지난달 26일 첫 방송된 ENA·EBS ‘추성훈의 밥값은 해야지’는 말 그대로 밥값 한 만큼만 즐길 수 있는 여행 예능 프로그램이다. 추성훈과 이은지, 곽튜브가 세계 각지에서 극한 직업을 경험한 뒤 현지 시급에 맞춰 노동의 대가를 받는다. 셋이 중국 충칭의 최고층 건물 옥상과 전망대 유리 바닥을 세 시간 동안 박박 닦아 번 돈은 270위안(약 5만2,000원). 빠듯한 주머니 사정에 퇴근 후 발길은 가성비 좋은 노점과 시장으로 향하고, 자연스레 현지인 일상에 합류한다.

‘매운맛’ 여행 예능 시대가 돌아왔다. 제작진들이 섭외한 관광 명소를 돌며 즐기는 대신, 출연진들이 직접 몸으로 부대끼며 현지인들의 삶에 깊숙이 들어가는 체험형 여행 프로그램이 인기다. 예기치 못한 갈등과 상황으로 재미와 감동이 배가 된다는 평가다.


“공돈으로 희희낙락 아닌 리얼함을”

MBC 여행 예능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4'에서 기안84가 페루 여행 중 만난 셰르파 소년의 짐을 대신 들어주고 있는 모습. MBC 캡처

'추성훈의 밥값은 해야지' 제작진은 출연자들에게 물 한 모금 공짜로 주지 않는다. 고강도 청소 노동에 지친 추성훈 일행이 전망대 매점 앞에서 15위안(약 3,000원)짜리 생수 가격을 듣고 황급히 돌아서는 모습이 짠하게 그려진다. 일하는 시간 외 통역 지원도 없다. 연출을 맡은 안제민 PD는 제작발표회에서 “요즘 여행 예능이 흔하고 많은데 시청자들이 봤을 때 ‘과연 연예인들이 밥값 하면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나’라는 의문점이 많다”면서 “방송국의 공돈으로 희희낙락 여행하는 게 아닌 직접 돈 벌고 고생하는 리얼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시즌4를 인기리에 마친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태계일주)’는 현지 초밀착 생고생 여행 예능의 대명사로 꼽힌다. 볼리비아, 인도, 마다가스카르에 이어 차마고도로 떠난 방송인 기안84는 네팔의 식당에서 만난 두 셰르파 소년의 여정에 즉흥적으로 동행한다. 30㎏ 짐을 나눠 메고 1박2일 산을 올랐다. 빠니보틀, 덱스, 이시언 등 다른 출연진과 구르카 용병 학원에 입소해 혹독한 체력·정신력 훈련을 자청하고, 티베트 불교의 성지 송찬림사에서 온 몸이 자갈밭에 쓸리도록 절하며 걷는 ‘오체투지’ 수행을 한다. 편견 없이 현지인과 부대끼며 진심을 나누는 모습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는 반응이 많다.


“‘진짜’를 체험하는 게 요즘 여행 트렌드”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4'에서 기안84가 티베트 불교 성지인 송찬림사에서 오체투지 수행을 하고 있다. MBC 캡처

여행 예능은 ‘힐링’과 ‘고생’이 번갈아 가며 유행한다. 야생과 야외 취침을 앞세운 예능 ‘1박2일’로 스타PD 반열에 올랐던 나영석PD가 이후 농촌에서 느긋하게 생활하는 예능 ‘삼시세끼’로 유행을 선도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돈 받고 편안한 여행을 즐기는 식상한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 염증과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던 상황에서 생고생하는 여행 프로그램이 신선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지 문화를 충분히 체험하는 여행을 선호하는 사회적 인식 변화와도 맞물린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관광지만 도는 여행은 ‘가짜’로 보고, 현지인처럼 먹고 살아보는 ‘진짜’를 추구하는 게 요즘 트렌드”라며 “그런 점에서 현지 밀착은 예능 출연진의 생고생을 ‘이유 있게’ 만들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태계일주에서 기안84도 오체투지를 마친 뒤 이렇게 말한다. “이들의 삶을 옆에서 보고만 가면 아무 의미가 없잖아요. 같이 느껴보는 게 여행이라고 생각해요.”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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