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국민의힘 책임당원 택시기사의 푸념
편한 길 택한 비용은 치르기 마련…공짜 점심은 없다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국민의힘은 왜 그런대요? 정치인들 말이 너무 거칠어요. 나중에 돌려받을 겁니다"
국회로 가는 택시를 타다 보면 택시 기사와 종종 대화를 하곤 한다. 사실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듣는 처지다. 출입증을 목에 걸고 있으니 대충 국회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보였을 테다.
요즘 들어 그런 일이 유독 잦다. 대체로 관심사는 국민의힘이다. "대선 지고 달라질 줄 알았다" "아스팔트랑 한 몸 같다" 등이다. 택시 기사 중에는 "당 대표를 뽑는다는데, 솔직히 누가 되든 다 똑같을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인 '책임당원'도 있었다.
이런 말들을 들으며 고개가 끄덕여질 때가 있다. 대선 패배 이후 국민의힘은 딱히 혁신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못한 건 사실 아닌가. 외려 혁신을 두고 당은 분열했다.
외연을 확장하기보다는 아스팔트 지지층과 더 가까이 밀착하며 서로 듣고 싶은 말만 하고 있다. 지도부는 이른바 '윤어게인' 토론회에 참석해 뭇매를 맞았다. '탄핵 대선' 패배 후 국민의힘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였지만, 사실은 편한 길만 골라 걷는 듯하다.
국민의힘이 사면초가에 처한 것은 사실이다. 이미 민주당과의 프레임 싸움에서 졌다. 계엄과 탄핵을 분리하려 해도 유권자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극우' 공격 역시 마찬가지다. "무엇이 극우냐"고 되물어도 유권자는 당의 극우화를 우려한다. 정권 초기 정부·여당의 실책에도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바닥을 기고 있는 상황이 그 방증이다.
전장터를 바꾸는 방법 외에는 없다. 계엄과 탄핵,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더 이상 묻지 않을 단호한 입장이 필요하다. 혹자는 여당의 프레임을 스스로 인정하게 되는 것이라고 반대하나, 쉽게 풀릴 문제였다면 이 상황까지 오게 되지 않았을 것이다.
가야 할 길을 가지 않은 대가는 예상보다 클 것 같다. 당장 코 앞에 닥친 지방 선거부터 난관이다. 국민의힘의 지상 과제는 사실상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중도층의 마음을 사로잡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장 외연 확장에 나서도 부족할 판인데, 그때 가서야 혁신을 외친들 먹혀들지 의문이다.
"차라리 대선 때 40%를 넘기지 않았다면 당이 더 빨리 바뀌었을 것이다" 당내 우경화를 우려하는 이들과 통화하다보면 이따금씩 듣는 말이다. 당장 편한 길을 택한 비용은 반드시 치르기 마련이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만고의 진리를 되새길 때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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