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달린 댓글 돌려본다... 요즘 유행하는 '교환 독서'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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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유현(가명·27)씨는 요즘 친구들과 책 돌려 읽기에 푹 빠졌다.
교환 독서의 최대 묘미는 다른 사람들이 책에 남긴 생생한 반응.
교환 독서에 참여한 권나경(29)씨는 "스릴러적인 요소가 있고 추리하면서 읽는 책이라 더 재미있었다"며 "방청객이 돼 친구의 감상을 보고 웃고, 뒤에서 친구의 메시지가 날 기다린다는 기분에 얼른 뒷장을 넘기고 싶어지는 게 교환 독서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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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감상평 남겨 지인들과 돌려 읽어
"같은 책 읽는 타인과의 교감 즐거워"

직장인 김유현(가명·27)씨는 요즘 친구들과 책 돌려 읽기에 푹 빠졌다. 한 권의 책을 번갈아 보면서 각자 다른 색의 볼펜으로 인상 깊었던 구절을 표시하거나 포스트잇을 이용해 곳곳에 감상평을 적어 공유한다. 지난 6월 세 명이 시작한 모임은 금세 여섯으로 늘었다. 김씨는 "같은 책을 읽는 다른 사람의 생각이 궁금하기도 하고, 나에게 좋았던 책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하게 됐다"며 "사소한 이야기부터 친구들과 평소에 잘 하지 않는 속 깊은 이야기까지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타인의 생생한 감상평이 묘미
20, 30대 독자들 사이에서 책을 함께 읽는 '교환 독서'가 유행이다. 여럿이 책을 정해 한 명씩 순서대로 책을 읽고 감상평을 공유하는 새로운 독서법이다. 후발 독자는 앞사람의 코멘트에 자신의 감상평을 더한다. 오롯이 개인의 내밀한 경험으로 여겨지던 독서가 드라마 마지막 회를 단체 관람하듯이, 영화를 보면서 리액션 영상을 찍듯이, 함께 하는 경험으로 진화한 셈이다.
교환 독서의 최대 묘미는 다른 사람들이 책에 남긴 생생한 반응.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감상평은 정제된 서평에서는 볼 수 없는 재미다. 김씨가 운영하는 교환 독서 모임의 유일한 규칙도 '최대한 날 것의 감상 적기'다. "헐~" "전개 속도 무슨 일?" "!" 등 온라인 댓글 같은 가벼운 반응부터 "울적한 느낌이 드는 과일이 있니" 같은 신선한 질문, "욕심은 잘못된 것인가" 같은 진지한 고민까지 모든 게 용납된다.


일러스트레이터인 이다 작가도 최근 독자들에게 교환 독서를 제안했다. 독자들이 '이다의 도시관찰일기'를 읽고 감상평을 적어 보내면, 작가가 여기에 직접 답변한 뒤 책을 다시 돌려주는 이벤트다. 일종의 1 대 1 북토크인 셈이다. 이다 작가는 "(편집자와 시험 삼아 해봤을 때) 책을 펼쳤는데 리플이 있더라"며 "미래의 책은 이래야 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즐거운 경험이었고 상대와 더 친밀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환 독서는 요즘 독자들이 원하는 체험과 사교, SNS 인증을 할 수 있는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어 책 문화 부흥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SNS 익숙한 세대, 일종의 놀이 문화"

출판사도 관련 마케팅에 나서며 교환 독서 열풍에 가세하고 있다. 창비는 5월,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로 교환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현대문학은 최근 정해연 작가의 '매듭의 끝'을 친구와 교환 독서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교환 독서에 참여한 권나경(29)씨는 "스릴러적인 요소가 있고 추리하면서 읽는 책이라 더 재미있었다"며 "방청객이 돼 친구의 감상을 보고 웃고, 뒤에서 친구의 메시지가 날 기다린다는 기분에 얼른 뒷장을 넘기고 싶어지는 게 교환 독서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타인의 독서 흔적이 남은 책은 어디서도 구할 수 없는 하나의 '스페셜 에디션'이 되기도 한다. 휴머니스트는 6월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편집자들이 감상평을 남긴 자사의 책 4권을 증정하는 교환 독서 이벤트를 열었다. 한미화 출판평론가는 "요즘은 동네 책방에서도 새 책 대신, 책방 지기가 책 소개를 위해 밑줄, 별표 쳐 놓은 책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며 "다른 사람의 반응을 보고 싶어 하는, SNS에 익숙한 세대를 중심으로 독서도 댓글 문화처럼 놀이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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