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영화 할인권으로 한국영화 부흥?

고경석 2025. 8. 7.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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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영화 '좀비딸'. NEW 제공

영화 ‘좀비딸’이 개봉 엿새 만에 2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올해 최고 흥행작인 할리우드 영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339만 명)이 200만 관객을 모으는 데 12일 걸린 것과 비교하면 올 최고 흥행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영화관 최고 성수기라는 시기적 요인과 정부가 배포한 6,000원 할인권 450만 장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 지원에도 전체 관객수는 지난해나 2023년 여름 성수기에 비해 크게 늘지 않았다.

□ 영화계 일각에선 영화관람료 인상이 영화 산업 침체의 주 요인 중 하나라고 주장한다. 정말 그럴까. 정부의 할인권 배포가 시작한 지난달 25일 당시 한국영화 화제작 ‘전지적 독자 시점’과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슈퍼맨’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 등 할리우드 대작들이 여러 편 상영 중이었으나 관객은 크게 늘지 않았다. 할인권 혜택을 받은 영화는 ‘좀비딸’과 ‘F1 더 무비’ 정도다. 영화가 매력적이지 않다면 아무리 저렴해도 관객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 넷플릭스 같은 OTT 영향으로 영화 산업이 휘청거리는 건 우리뿐만이 아니다. 할리우드가 있는 LA도 지난 1분기 영화·텔레비전 프로그램 촬영 일수가 크게 줄었다고 한다. 영화 시장은 유성영화와 컬러영화, TV 등장 등으로 여러 차례 큰 변화를 겪었으나 OTT 등장으로 인한 변화는 이전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미 영화관람료 할인권 같은 정부의 정책·재정 지원으로 막을 수 있는 수준은 훌쩍 넘어선 듯 보인다.

□ 제작자들이 영화 산업 침체로 고민하는 사이 배우와 스태프는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배우 매니지먼트사들은 OTT 시스템에 적응한 지 오래고 재능 있는 감독과 작가, 스태프도 OTT로 몰려들고 있다. 그들에게 손실을 보지 않는 안정적인 투자 환경과 글로벌 시장 배급이라는 유혹을 뿌리치라고 할 수 있는 명분은 없다. 핵심은 정부 지원이 아닌 글로벌 전략에 있다. 내수 시장에 안주하다가 갈라파고스화한 J팝과 생존을 위해 해외 진출에 나서 지금의 역사를 만들어낸 K팝이 주는 교훈을 가볍게 볼 수 없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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