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영화 할인권으로 한국영화 부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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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영화 ‘좀비딸’이 개봉 엿새 만에 2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올해 최고 흥행작인 할리우드 영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339만 명)이 200만 관객을 모으는 데 12일 걸린 것과 비교하면 올 최고 흥행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영화관 최고 성수기라는 시기적 요인과 정부가 배포한 6,000원 할인권 450만 장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 지원에도 전체 관객수는 지난해나 2023년 여름 성수기에 비해 크게 늘지 않았다.
□ 영화계 일각에선 영화관람료 인상이 영화 산업 침체의 주 요인 중 하나라고 주장한다. 정말 그럴까. 정부의 할인권 배포가 시작한 지난달 25일 당시 한국영화 화제작 ‘전지적 독자 시점’과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슈퍼맨’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 등 할리우드 대작들이 여러 편 상영 중이었으나 관객은 크게 늘지 않았다. 할인권 혜택을 받은 영화는 ‘좀비딸’과 ‘F1 더 무비’ 정도다. 영화가 매력적이지 않다면 아무리 저렴해도 관객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 넷플릭스 같은 OTT 영향으로 영화 산업이 휘청거리는 건 우리뿐만이 아니다. 할리우드가 있는 LA도 지난 1분기 영화·텔레비전 프로그램 촬영 일수가 크게 줄었다고 한다. 영화 시장은 유성영화와 컬러영화, TV 등장 등으로 여러 차례 큰 변화를 겪었으나 OTT 등장으로 인한 변화는 이전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미 영화관람료 할인권 같은 정부의 정책·재정 지원으로 막을 수 있는 수준은 훌쩍 넘어선 듯 보인다.
□ 제작자들이 영화 산업 침체로 고민하는 사이 배우와 스태프는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배우 매니지먼트사들은 OTT 시스템에 적응한 지 오래고 재능 있는 감독과 작가, 스태프도 OTT로 몰려들고 있다. 그들에게 손실을 보지 않는 안정적인 투자 환경과 글로벌 시장 배급이라는 유혹을 뿌리치라고 할 수 있는 명분은 없다. 핵심은 정부 지원이 아닌 글로벌 전략에 있다. 내수 시장에 안주하다가 갈라파고스화한 J팝과 생존을 위해 해외 진출에 나서 지금의 역사를 만들어낸 K팝이 주는 교훈을 가볍게 볼 수 없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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