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에는 이유가 있다 [달곰한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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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과 외계어가 날뛰는 세상.
두런두런 이야기하듯 곱고 바른 우리말을 알리려 합니다.
우리말 이야기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는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전국적으로 귓밥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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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과 외계어가 날뛰는 세상. 두런두런 이야기하듯 곱고 바른 우리말을 알리려 합니다. 우리말 이야기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는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귓구멍 속 ‘귓밥’의 표준어는 ‘귀지’다. 그런데 요즈음, 이 단어를 세대별로 조사해 보면 귀지는 청년층에서만 우세하게 쓰인다. 세대 불문하고, 지역별로는 대체로 경기도(서울 포함)에서 귀지를 쓰며 그 외의 지역에서는 둘에 하나쯤 귓밥을 쓴다. 전국적으로 귓밥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는 이야기다. 밥이 귀하던 시절에 아무 데나 ‘밥’을 붙였다고 얕잡아 말하는 이들도 있는 모양인데 이 ‘밥’은 그 밥이 아니다.
1980년대 전통적 방언 조사 결과(한국 방언 자료집)에 따르면 귀지의 방언형은 다음과 같이 크게 네 계열로 갈린다(대략적인 분포 지역을 함께 명시함). ①귀지: 경기도 ②귓밥(귀팝): 전라도, 제주도 ③귀청(귀창, 귀쳉이): 강원도, 경상도, 충청북도 ④귓속: 충청남도. 지리적으로 충남의 귓속을 가운데 두고 귀지와 귀청과 귓밥이 귓바퀴처럼 둥글게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다.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귀청과 귓속의 사용이 현저히 줄고 귀지와 귓밥이 거의 전 지역으로 퍼졌다.
이 중에, 귀청은 ‘귀’와 ‘청(=얇은 막)’으로 분석되며 고막을 뜻하는 말이다. 귀지를 귀청에서 떨어져 나온 일부분으로 여겨, 이를 나타내는 표현을 따로 두지 않고 귀청을 그대로 썼다. 그다음, 귓속은 귀의 ‘속’이다. 여기서의 속은 보통은 공간을 가리키나 때로 내용물을 가리키기도 한다. 그리하여 충남의 귓속이 두 가지 뜻을 나타내게 되었다. 결국 이들 지역에서 귀청이나 귓속은 하나의 단어가 여러 개의 뜻을 가지는 다의어로 쓰이고 있었던 셈이다.
한편 귀지는 귓속 분비물이나 표피, 먼지 등이 한데 섞인 노폐물이므로 귀 안에 있는 ‘지(=찌꺼기)’다. 다만 이와 동일한 구성을 지닌 코딱지에는 좀 더 딱딱하다고 ‘딱지’가 붙었다.
또 귀지는 수분 여하에 따라 눅눅한 것과 마른 것으로 나뉜다. 유전적으로 한국인은 마른 귀지를 갖는다니 염증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우리는 대개 마른 귀지를 접하게 된다. 그것이 누르스름한 부스러기나 가루 형태여서 형상만으로는 ‘톱밥(=톱질할 때 생기는 부산물)’과 매우 유사하다. 그러고 보면 귓밥은 분명히 ‘톱밥, 줄밥’ 등과 후행 요소 ‘밥(=부스러기)’을 공유하는 어형이다.
이처럼 귀지의 방언형 즉 사투리들은 여러 방식으로 형성돼 다양한 양상을 드러내지만 모두 다 나름대로 근거를 갖는다. 사투리는 그저 다른 말이지, 잘못 만들어진 말이 아니라는 뜻이다.

정승철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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