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한복판에서 숨진 말, 동물 학대 논란 다시 불지폈다

미국 뉴욕 주요 관광지인 센트럴파크에서 마차에 손님을 태우는 말이 도심 한복판에서 쓰러져 현장에서 사망했다. 수십 년의 전통을 가진 뉴욕 마차 산업은 최근 몇 년 새 동물 학대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또다시 말 사망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 문제를 둘러싼 논쟁에 불이 붙고 있다.
5일 오후 2시 30분쯤 맨해튼 중심가인 웨스트 51번가와 11번대로 교차로에서 빈 마차를 끌고 마구간으로 돌아가던 15살 암말이 쓰러졌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정지 신호에 멈춰 선 말은 갑자기 뛰어오르더니 오른쪽으로 풀썩 쓰러진 뒤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 당국은 현장에서 사망 판정을 내렸다. 말의 이름은 ‘레이디(Lady)’로 이날 두 차례 운행을 했다고 한다. 지난 6월 뉴욕에 온 레이디는 약 6주간 일했다.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고 코넬대가 부검을 할 예정이다.
레이디의 사망은 지난달 법원 판결로 꺼져가던 동물 권리 논란에 다시 기름을 부었다. 뉴욕에서는 2011년 찰리라는 말이 마차를 끌다가 사망한 일이 있었다. 2022년 8월 레이디가 사망한 장소 인근에서 ‘라이더’라는 말이 더위에 지쳐 쓰러진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라이더는 간신히 일어서서 옮겨졌지만 두 달 뒤 안락사됐다. 주인인 이언 매키버가 말을 혹사시켰다는 주장이 시민단체 등에서 제기됐고 검찰은 동물 학대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그리고 지난달 21일 맨해튼 형사 법원에서 배심원단은 매키버에게 무죄 평결을 내렸다. 말을 죽일 의도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 판결 뒤 마차 논란은 사그라드는 듯했는데 레이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당장 시민단체에서는 도시에서 마차 산업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비판했다. 동물 권리 단체(NYCLASS)는 “뉴욕시는 동물을 학대하는 행위를 막기보다는 오히려 동물 학대를 보호한다”고 비판했다. 오는 11월 뉴욕 시장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에릭 애덤스 시장 측은 “우리는 시의 동물들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마차 산업은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오랜 기간 뉴욕의 한 풍경을 차지한 상징 중 하나다. 센트럴파크에서 승객을 태우는 말은 약 200마리라고 한다. 마차 요금은 싸지 않다. 첫 20분에 72.22달러(약 10만원)이고, 추가 10분마다 28.89달러(약 4만원)를 내야 한다. 현재 뉴욕시 의회에는 말 대신 전기로 구동되는 마차로 대체해야 한다는 내용의 ‘라이더 법’이 계류되어 있다. 뉴욕 경찰에서는 마주(馬主)의 과실 여부를 수사 중이다. 뉴욕타임스는 “뉴욕에서 마차 산업은 어떤 이들에게는 고풍스러운 매력으로 느껴지지만, 또 다른 이들에게는 동물 학대로 여겨진다”며 “레이디의 죽음은 말들이 이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을 지속하게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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