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의 이제는 국가유산] [33] 갓을 만드는 귀한 손길

국립고궁박물관과 경복궁을 포함한 고궁에 ‘사랑’이라는 공간이 있다. 전통문화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자 쉼터다. ‘사랑’에서도 세계적인 열풍을 몰고 온 ‘K팝 데몬 헌터스’의 영향이 한껏 느껴진다. 갓 쓰고 들어온 외국인이 ‘오마이갓!’ 하며 갓 모양의 잔을 산다. 우리 전통이 서사로 그리고 일상으로 연결되고 있다. 이 현상이 반갑고 즐겁다.
‘갓’은 남성 전통 모자를 총칭하는 우리말이다. 신분과 품격을 드러내며 모양과 크기·색상·쓰임에 따라 다양하게 불렸다. 만듦새 좋은 전통 갓 흑립(黑笠)을 보면, 투명하게 비치는 검은빛과 유려한 모양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갓을 만드는 과정을 ‘갓일’이라 한다. 단발령 이후 갓일도 급격하게 줄었지만, 1964년부터 국가유산으로 지정되어 맥을 잇고 있다.

갓일은 공정도 복잡하고 섬세한 기술이 필요하다. 말총을 엮어 머리 형태에 맞게 모자 틀을 짓고, 대나무를 쪼개어 레코드판처럼 둥근 형태를 만든다. 이후 그 둘, ‘총모자’와 ‘양태’를 조립하여 완성한다. 사용되는 도구나 일을 칭하는 말도 다양하다. 그중 갓 모양을 잡는 데서 유래한 특별한 말이 있다.
조금은 부정적일 때 쓰는 ‘트집 잡기’다. 갓일에서 트집 잡기는 불에 달군 인두로 지져서 편평한 면을 둥글게 휘게 모양 잡는 일을 가리킨다. 갓일 공정 모두 까다롭지만 ‘트집 잡기’는 특히나 어렵다. 그렇다 보니, 국가무형유산 갓일 보유자 정춘모(85) 선생은 “트집을 잘 잡아야 장인이죠. 트집 잡기로는 내가 1인자입니다”라 한다.
우리 전통을 묵묵히 이어 가는 작업 과정을 보면 경이롭다. 일할 때 잡생각이 전혀 나지 않는다는 장인은, 세계에서 우리 것을 좋아하니 그저 고맙다고 한다.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과 그 시간을 잇는 손길에 생트집 잡힐 일은 없다.
8월 광복절을 앞두고, 김구 선생의 소원을 떠올린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 그가 간절하게 꿈꾸던 그때를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일까.
![[이제는 국가유산] '갓일' 영상 QR코드.](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07/chosun/20250807140020582ugry.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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