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학살’이란 단어를 입에 올린 죄?

이영경 기자 2025. 8. 6.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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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좌 성향 의원 오페르 카시프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 비판한
작가 그로스만의 말 인용했다고
본회의장에서 ‘강제 퇴장’ 당해
오페르 카시프 이스라엘 의원. EPA연합뉴스

이스라엘 국회의원이 맨부커상을 수상한 저명 작가 다비드 그로스만(사진)의 말을 인용하는 과정에서 ‘집단학살’(제노사이드)이란 단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의회 본회의장에서 강제 퇴장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5일(현지시간) 하레츠에 따르면 극좌 성향의 오페르 카시프 의원은 본회의장에서 “나는 수년간 집단학살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꺼려왔다. 그러나 신문 기사를 읽고, 영상을 보고, 현장에 다녀온 이들과 대화한 뒤 더는 외면할 수 없었다”는 그로스만의 말을 인용했다. 그로스만이 최근 이탈리아 매체 라레푸블리카 인터뷰에서 한 말이었다.

해당 회의를 주재한 니심 바투리 리쿠드당 의원은 “이 안에서 집단학살이라는 말을 못하게 해야 한다”며 카시프 의원의 발언이 “인용이 아니라 조작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로스만의 라레푸블리카 인터뷰는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그는 “엄청난 고통과 산산이 부서진 마음으로 말할 수밖에 없다. 내 눈앞에서 그것(집단학살)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로스만은 자신이 “이스라엘이 집단학살을 저지르는 국가라고 말하고 싶지 않아서 가능한 모든 노력을 해왔던 사람”이었지만 “옳은 일을 해야 한다는 내면의 절박함”을 느꼈다고 했다.

그로스만은 이스라엘 정권에 비판적 입장을 표명하며 ‘이스라엘 사회의 양심’으로 불려온 작가다. 그는 2017년 이스라엘 작가 최초로 영국의 최고 권위 문학상인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했다. 수상작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는 유대인 홀로코스트의 트라우마를 떠안은 자녀 세대의 고통을 다룬 수작이다. 2018년 이스라엘 최고 권위 문학상인 이스라엘상을 받기도 했다.

그로스만의 아들은 2006년 이스라엘·레바논 전쟁에서 전사했다. 그는 아들이 세상을 떠난 지 1년 후 이스라엘 사회가 고통스러운 진실을 마주하는 일과 언어가 가진 힘에 대한 내용으로 긴 에세이를 발표하기도 했다.

좌파 성향의 아랍계·유대계 연합 정당인 하다쉬타알 소속 카시프 의원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수차례 이스라엘 의회의 징계를 받았다.

그는 지난해 1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국제사법재판소에 이스라엘을 상대로 제기한 집단학살 관련 소송 지지 서한에 서명해 제명 위기에 처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6개월 출석 정지 및 급여 삭감 처분을 받았다. 그는 지난 7월 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을 자행하고 있다”는 발언으로 2개월 국회 활동 정지와 급여 삭감 조치에 처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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