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의 ‘위헌정당 해산’ 압박, 실탄일까 공포탄일까

정윤경 기자 2025. 8. 6.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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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뜻 확고하다면 당 설득할 것…법사위원장 때도 내 생각대로 해서 잘돼”
당 대표 ‘일등공신’ 개딸과 유대 강화 전략?…‘당 대포’ 강경 이미지 밀고가나
野, 겉으론 반발하는데 속으론 웃는다?…“당내 결집 명분 생기고 역공 가능해”

(시사저널=정윤경 기자)

"통합진보당을 기준으로 보면, 국민의힘은 10번, 100번 해산감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5일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한 말이다. 정 대표는 "내란 특검 수사 결과에서 윤석열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내부 구성원들이 중요 임무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국민들이 가만히 있겠느냐"라며 "(국민이) 빨리 해산시키라고 할 것"이라고 당위성을 설파했다.

그는 위헌정당 해산 심판 청구권을 정부뿐 아니라 국회 본회의 의결로도 가능하게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데 이어 구체적인 시행 시기까지 조율하고 있다.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정치적 명분을 축적하는 '투트랙' 행보로 읽힌다. 그러나 지지율 10%대의 '힘 빠진 야당'을 그대로 두는 편이 유리하다는 반론도 민주당 내부에서 나오고 있어 실제 실행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실탄을 장전한 공격이든, 야당을 향한 공포탄이든 국민의힘에서는 이 같은 정 대표의 행보에 오히려 반색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8월6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가 국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 시사저널 박은숙

"악수도 사람하고 하는 것"…국민의힘 몰아붙이는 정청래

정청래 대표는 당선 전부터 위헌정당 해산 심판 청구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 나섰다. 정 대표가 당선 전 발의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은 정부가 갖고 있는 정당 해산 청구 권한을 국회 본회의 의결로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골자다. 정당 해산은 헌법의 기본 질서를 위협하는 목적이나 활동을 하는 정당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강제로 해산시키는 제도다. 개정안에 명시된 제안 이유는 명확하다. "내란 또는 민주적 기본 질서를 침해한 정당에 대해 국민의 뜻을 대변하기 위해 국회 역시 해산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는 것이다.

당선 직후 그는 위헌정당 해산의 필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정 대표는 당 차원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더라도 확고히 밀고 가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표했다. 그는 "제 뜻이 확고하다면 설득할 것"이라면서 "법사위원장 때도 너무 심한 것 아니냐고 말리는 사람들 많았지만 제 생각대로 하지 않았나. 결과적으로 좋았다"고 자평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물밑 준비가 상당히 진척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 대표는 공식 취임 이후 여야 지도부 간 통상적인 인사 자리에서도 국민의힘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친여 성향의 야당 대표들과는 인사를 나눴지만 국민의힘 측엔 "내란 관련 사과와 석고대죄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내세웠다. 그는 "악수도 사람하고 하는 것"이라며 "그렇지도 못한 사람들을 어떻게 사람이라 할 수 있겠는가"라고 잘라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를 민주당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과의 유대를 강화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강한 메시지로 당 대표 자리를 꿰찼던 정 대표가 지지 기반에 호응하기 위해 정당 해산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 2일 전당대회에서 60%가 넘는 득표율로 당선을 확정 지었다.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마음)을 강조한 박찬대 후보를 두 배 가까이 따돌릴 수 있었던 이유도 법사위원장·탄핵소추위원단장으로서 강성 이미지를 보여준 덕분이라는 평가다.

다만 정 대표가 정당 해산 카드를 실제로 꺼내들지는 미지수다. 법률적 허들은 물론, 정치적 부담과 역풍의 가능성까지 고려할 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내부 지적과 우려가 함께 나오고 있어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내가 정청래라면 숨통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야당에 인공호흡기만 달아놓을 것"이라며 "힘을 들여 이빨 빠진 호랑이를 죽일 이유가 없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정치적 구심점을 잃고 헤매는 국민의힘을 그대로 두는 편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1~23일까지 3일간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NBS조사 결과,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43%, 국민의힘 17%로 나타났다. 2020년 9월 미래통합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변경한 이후 NBS기준 역대 최저 지지율이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응답률 17.4%,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8월6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안 발언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위헌정당 해산 심판 청구해 주면 오히려 땡큐"

국민의힘은 정청래 대표의 위헌정당 해산 추진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지난 5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우리 당을 내란 세력으로 규정하고 계속 '내란', '내란'이라고 반복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우리가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도 아닌데 왜 내란 세력으로 보는지 (모르겠다). 이는 과도한 프레임 씌우기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위헌정당 해산 심판 청구는) '정치 탄압 내지는 정치 보복성 행위를 하겠다'고 비칠 수 있다. 우리 당내에 내란 세력이 있다는 전제를 깔고 들어가는 이야기"라며 "정청래 대표의 그런 발언과 의식 구조는 대단히 위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 같은 정 대표의 행보를 반기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사실 우리는 위헌정당 해산 심판 청구를 해주면 오히려 '땡큐'"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통합' 강조하던 정권이 갑자기 무슨 명분으로 국민의힘 해산 청구를 하겠느냐. 절차도 복잡하고, 인용 가능성도 작다"며 "결국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큰데, 그러면 우리 입장에선 결집 명분이 생기고 역공이 가능해 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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