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같이 나타났다…좌완 홍민기 끝없는 성장
- 호투 때도 위기에도 ‘포커페이스’
- “좋은 경기 더 많도록 훈련에 임해”
- 시즌 끝난 뒤 제3 구종 연습 계획
- 최준용 이탈로 역할 더 중요해져
롯데 투수 홍민기는 올 시즌 그야말로 혜성같이 나타났다. 전반기에는 선발로, 후반기에는 필승조로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하고 보직도 변경돼 성장통을 호소할 법도 하나 홍민기는 차분히 매 경기에 임할 뿐이다.

홍민기는 후반기 시작 후 필승조에 편입됐다. 롯데 필승조는 ‘홍민기-정철원-최준용-김원중’ 4인 체제로 꾸려졌다. 필승조에 합류한 홍민기는 아홉 차례 등판해 2홀드를 올렸다. 필승조로 등판하면 경기 중·후반 다양한 상황을 접하기 마련이다. 팀이 이기고 있을 때는 승리를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 승부가 가려지지 않았거나 팀이 지고 있으면 타선에 불이 붙기까지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 특히 필승조의 핵심 중 한 명인 최준용이 6일 어깨 통증으로 엔트리에서 빠져 홍민기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필승조로 아홉 번 마운드에 올라 경기가 뜻대로 안 풀릴 때도 있었다. 예기치 않게 많은 점수를 내주면 당황할 법도 하다. 정작 홍민기는 완벽투를 선보일 때도, 부침을 겪을 때도 덤덤한 모습만 보인다. 홍민기는 “필승조가 익숙하기보다 일단 버티고 있다. 힘든 상황에 올라갈 때는 조금 부담도 있다. 점차 좋아지고 있고 계속 적응 중이다”고 말했다. 전반기 선발로 마운드에 섰을 땐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게 목표였다. 후반기 필승조 홍민기는 오로지 ‘확실하게 막자’라는 생각으로 등판한다.
홍민기는 뜻대로 안 풀리는 경기를 겪으면 좋지 않은 부분을 꼼꼼하게 분석한다. 그리고 집중적으로 훈련한다. 훈련에 매진해도 동시에 절제하는 노련함까지 갖췄다. 홍민기는 “부족한 부분을 필요 이상으로 훈련하면 어쩔 수 없이 지난 경기에서 안 좋았던 장면이 생각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연습하더라도 지나치게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것도 홍민기 전략 중 하나다. 홍민기의 ‘포커페이스’는 이미 소문이 자자하다. 롯데 주장 전준우가 홍민기를 ‘충청도 양반’이라고 표현하자 많은 이들이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호쾌하게 이닝을 마쳤을 때도 시원한 세리머니를 잘 하지 않는다. 경기가 안 풀려도 눈매와 입가에 작은 떨림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홍민기가 감정을 내비치지 않는 건 원래 성격이 차분한 데다 어릴 때부터 야구를 배우며 감정을 숨기는 것의 중요성을 반복해서 들은 까닭이다. 홍민기도 사람인지라 경기를 거듭하며 스트레스가 쌓이기 마련이다. 충청도 양반답게 그는 경기 스트레스를 요란하게 발산하기보다 집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스스로를 진정시키며 푼다.
홍민기는 빠른 직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타자를 상대한다. 상대 타자들은 홍민기가 두 구종만 구사하는 걸 잘 안다. 알아도 대처가 안 된다. 직구 구속은 시속 150㎞ 중반을 훌쩍 넘어 선뜻 건드리기 어렵다. 슬라이더 구속은 20~30㎞ 느려 두 구종만으로도 타자는 타이밍을 뺏긴다. 이른바 ‘제3 구종’까지 장착하면 홍민기는 롯데 마운드의 게임 체인저가 되리라는 목소리는 꾸준히 이어졌다. 홍민기는 제3 구종 연마를 뒤로 미룰 계획이다. 그는 “시즌 중이라 제구가 되는 빠른 직구와 슬라이더 위주로 던질 생각이다. 시즌이 끝난 뒤 새로운 구종을 연습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홍민기는 때로는 성장통을 겪지만 그만큼 매섭게 성장하고 있다. 심지어 자신이 앓는 성장통 또한 바깥으로 드러내지 않아 홍민기가 얼마나 성장할지 가늠이 안 된다. 이런 홍민기 모습을 보는 김태형 감독은 흐뭇할 따름이다.
롯데가 가을 야구에 가장 가까운 시즌에 활약하는 홍민기의 포부는 거창하지 않다. 그는 “올라가는 상황마다 최선을 다할 거다. 나서는 경기에서 모두 좋은 결과를 얻을 수는 없다. 나빴을 때보다 좋았을 때가 훨씬 많도록 훈련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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