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여성의 '낳을 권리'…"평범한 꿈을 위한 용기"
[EBS 뉴스]
저출생이 사회 문제가 된지 오래입니다.
그런데 사회적 편견 때문에 아이를 출산을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바로 장애인 여성들인데요. 최근 개봉한 한 영화가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먼저 영상 보고 오겠습니다.
[VCR]
"임신 8주 차시네요.
"8주요?"
"제가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요?"
휠체어를 탄 은진에게
갑자기 찾아온 아기
"내 몸도 케어를 못 하는데 아기는 욕심이겠지?"
누군가에겐 평범한 꿈
누군가에겐 특별한 용기
"우리 사회가 장애에 대한 배려가 없잖아."
"그건 나도 알지."
"내가 매일 겪는 건데"
"나도 엄마가 될 수 있을까요?"
------
서현아 앵커
영화를 연출한 성지혜 감독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 여성의 임신과 출산을 다룬 영화 '우리 둘 사이에'를 만드셨습니다.
영화가 어떤 내용인지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성지혜 감독 / 영화 '우리 둘 사이에'
영화 <우리 둘 사이에>는 척수장애 여성 은진이 임신 사실을 알게 되고 남편 호선과 아기를 낳기로 결심하면서 시작됩니다.
은진의 임신 과정을 따라가며 은진이 겪는 몸과 마음의 변화를 담은 이야기입니다.
서현아 앵커
장애인을 다룬 영화는 꽤 있지만, 장애인의 임신과 출산에 대해 다룬 영화는 많지 않은데요.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신 계기는 무엇입니까?
성지혜 감독 / 영화 '우리 둘 사이에'
우리 둘 사이에는 처음에 로맨스로 시작했습니다.
시나리오를 개발하던 당시, 낙태죄 폐지를 위해 여성들이 투쟁을 하고 있었는데요.
장애 여성들 역시 자기결정권을 위해 낙태죄 폐지를 위한 운동을 했습니다.
근데 장애 여성들은 더 여러 층위에서 운동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나의 장애 때문에 임신 중절을 하는 것이 아니고, 태아에게 장애가 있어 임신 중절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임신을 중단하고 싶어서 중단하는 것이며 언제든 아기를 낳고자 하면 재생산권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낙태죄 폐지 운동을 하시더라고요.
그때 우리가 낳지 않을 권리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만 낳을 권리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원래 쓰던 로맨스 장르인 시나리오가 계속해서 막히던 때였고, 낳을 권리와 낳지 않을 권리가 붙어 있다는 점에 마음이 움직여서 지금의 영화로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아이를 낳을지 말지를 계속해서 고민합니다.
장애인 부모들이 실제로 갖는 고민, 영화에 어떻게 담아내셨습니까?
성지혜 감독 / 영화 '우리 둘 사이에'
처음에 은진의 임신 과정을 그리기 위해 척수장애 여성이 임신 중에 겪을 수 있는 고초를 찾아보려고 했습니다.
물론 유전적 장애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중도 장애인인 은진은 비장애여성과 다른 증상을 겪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저는 은진의 특별한 임신 증상이 아니라 임산부라면 하게 되는 기형아 검사를 영화 속에 넣었어요. '양수검사'인데요.
양수검사는 태아의 장애를 선별하는 검사입니다.
먼저 저는 양수검사는 부모의 선택이며 결과에 따라 임신을 중절하는 것 역시 당연히 가능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조사를 하면서 현 시점에서 하는 태아선별검사가 태아의 모든 장애를 선별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오차도 존재하고요.
그러면 선별되는 장애를 가진 태아는 태어날 수 없고, 선별이 되지 않는 장애는 태어나도 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낙태죄는 폐지되었지만 관련 법안의 입법은 여전히도 이뤄지지 않은 법의 공백기를 보내고 있잖아요.
그러면 태아가 장애아로 판명이 나도 중절 수술은 병원 혹은 의사의 재량에 따라 달라지는 걸로 알고 있어요.
임신한 여성으로서 알권리이지만 선택에 있어서는 권리를 찾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정말 답을 모르겠더라고요.
영화를 보시는 관객분들께 질문하는 마음으로 만든 거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내가 아이를 키울 자격이 있는 부모인가' 영화 속에서 던져지는 질문 가운데 하나입니다.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고민하는 물음일 것 같은데, 감독님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싶으셨습니까?
성지혜 감독 / 영화 '우리 둘 사이에'
우선은 저도 누군가의 부모인 적이 없기 때문에 좋은 대답은 아닐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제가 생각했던 것은 돌봄에는 공백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극중에 부모에게 돌봄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듯한 진우라는 아이가 등장하는데요.
부모들은 아이에게 100, 혹은 그 이상을 주고 싶어하지만 사실 그럴 수는 없잖아요.
아무리 아이를 키울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도 완벽한 돌봄을 할 수는 없는 거 같아요.
그리고 사실은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죠.
꼭 자격이 있는 부모에게서 자라는 아이들만 좋은 사람으로 자라는 것은 아니잖아요.
아이는 돌봄의 공백이 있어도 나름대로 성장한다는 생각을 담았습니다.
서현아 앵커
앞으로는 어떤 작품을 하고 싶으신지,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가 있다면 소개해주십시오.
성지혜 감독 / 영화 '우리 둘 사이에'
제가 정말 좋아하는 말 중에 '환자가 아픈 이유는, 억울한 이유는 자신의 고통은 매일 새로운데 타인에게 내가 아프다고 말하는 순간 그것이 과거의 일이 되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있는데요.
이 말은 병을 앓는 환자를 두고 한 말이지만 저는 이게 물리적인 고통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느껴지더라고요.
살면서 느껴지는 다양한 고통들이 있는데 쉽게 잊혀지잖아요.
영화의 좋은 점은 영화가 재생되는 동안은 그것이 항상 현재라는 점인 거 같아요.
저는 제가 느끼기에 과거의 일로 지나치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을 영화로 만드는 작업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서현아 앵커
잊히기 쉬운 아픔을 현재의 이야기로 되살리는 영화의 힘.
그 따뜻한 시선이 누군가에겐 깊은 위로가 될텐데요.
앞으로도 오래 기억될 이야기를 기대하겠습니다.
Copyright © E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