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표 중대재해 예방…산재공화국 오명 벗으려면 [왜냐면]


김경식 | ESG네트워크 대표
지난달 29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중대재해 근절대책을 위한 심층 토론을 진행했다. 신선하고 파격적이었다. 이 회의는 앞으로 중대재해 예방에 큰 전환의 계기를 제공할 수도 있다. 필자가 20여년간 경험한 중대재해 예방 업무에 빗대어 보면 단기적으로 중대재해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중대재해를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후 분기별 통계상으로 중대재해가 큰 폭으로 감소한 분기가 있었다. 법 시행 1년 후인 2023년 1분기였다. 이때는 중대재해처벌법 1호 수사 대상이었던 삼표산업의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고, 하청업체에서 일어난 중대재해로 인해 원청사 대표가 처음으로 구속된 사례인 한국제강 대표의 재판이 시작되는 등 업계에 긴장이 고조되었던 시기였다. 당시 중대재해 사망자는 전년 동기 대비 13%(19명) 감소했고, 특히 50명 이상 제조업 부문 사망자는 전년 동기 대비 70%(21명)나 감소했다.
이번에는 대통령 주재 토론회가 전국에 생중계되었으니 사회적 긴장도가 고조되었을 것이다. 각 부처에서도 시행해볼 만한 예방책을 여러건 제시했다. 하지만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사례에서 드러나듯 효과가 지속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긴장 유발로는 부족할 것이다. 이에 정치권과 산업계, 노동계를 아울러 다음과 같은 제언을 하고 싶다.
첫째는 근로자부터 ‘내 안전은 내가 지킨다’는 안전의식을 갖춰야 한다. 사용자가 안전모 지급을 안 하거나 착용 교육을 안 하면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다. 그런데 이런 교육을 받고도 근로자가 턱 끈을 안 조여서 사고가 났다면 누구의 책임인가? 현장에서 이러한 미흡한 안전의식 사례는 너무 많다. 산재 예방에 흔히 인용되는 이른바 1:29:300법칙(하인리히 법칙)이 있다. 300번의 징후가 29번의 부상과 1건의 중대재해로 이어진다는 법칙이다. 사용자 측은 근로자가 수칙을 어기고 턱 끈을 제대로 매지 않으면 그에 맞는 징계를 해서 안전의식을 높여주어야 한다. 이러한 조항을 단체협약에 반영해야 함에도 현실에서는 대부분의 회사가 못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행정지도를 해야 할 책임이 있다.
둘째는 고용노동부의 통계가 좀 더 수준이 높아져 이해관계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중대재해 통계로 ‘고용노동부 중대재해알림이(e)’와 분기마다 공개하는 ‘산업재해 발생현황’,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자료를 활용해서 유의미한 분석을 내놓기가 무척 어렵다. 특히 위 통계에는 무엇보다 중요한 ‘회사별 통계’가 빠져있다. 이번 토론회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중대재해를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급 평가에 활용하는 안을 보고하자 대통령이 큰 관심을 보였는데, 이는 현재 발표되는 고용노동부 통계로는 불가능하다.
셋째는 최고책임자의 진정한 사과 문화가 정착해야 한다. 중대재해에 대처하는 최고책임자의 모습엔 대체로 세가지 유형이 있다. 중대재해 발생 시 즉각 현장으로 가서 유가족을 위로하고 사과하는 자, 사과문만 발표하고 유가족을 안 만나는 자, 끝까지 사과도 안 하고 유가족도 안 만나는 자로 나누어지곤 한다. 일부 최고책임자는 끝까지 사과는 하지 않고 최고안전책임자(CSO)와 같은 보직을 신설해서 본인은 어떻게든 면피하려는 행태를 보여주기도 한다. 최고책임자의 사과가 중요한 이유는 이러한 메시지를 통해 조직의 안전의식이 높아지고 본인 스스로도 조직의 안전관리에 더 매진하는 계기로 삼기 때문이다.
넷째는 산업현장에 내재해 있는 노노 갈등이 해소되어야만 진정한 일터의 안전이 가능하다. 산업현장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의 노동자가 혼재되어 작업할 수 밖에 없는데, 현장에서 이들은 소통을 거의 하지 않는다. 사용자가 재해 예방 교육을 하더라도 근로자를 정규-비정규, 원청-하청 구조에 따라 따로 진행해야 하는데, 한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교육을 할 수 없어 안전상 괴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넓게 보면 직무급제 도입과 산별노조 활성화 같은 정책 지향점 하에 근로자 안전 증진과 관련된 논의를 활발히 할 수 있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회사가 해결하기 어려운 이러한 부분은 제도적으로 해결해주어야 한다.
중대재해 예방에 대한 대통령의 관심과 의지를 계기로 위와 같은 제언이 보다 제도적으로 정착되어야만 산재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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