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원폭 80년의 기억, 히로시마 하늘로 날아오른 비둘기들

박영서 2025. 8. 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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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원자폭탄 투하 80주년 ‘평화기원식’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비둘기들이 날아오르고 있습니다. AP 연합뉴스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사흘 뒤인 9일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각각 투하됐습니다. 그로부터 80년이 흐른 6일, 히로시마에서 평화기념식이 열렸습니다. 참석자들은 원폭 희생자들을 기리며, 핵무기 없는 세상을 향한 바람과 경고를 세계에 전했습니다.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열린 ‘평화기념식’에는 역대 최다인 120개 국가·지역 대표 등 약 5만000명이 참석해 희생자들을 추모했습니다. 한국 거주 피폭자를 포함한 외국인 피폭자 약 10명이 초대됐습니다. 행사는 오전 8시 개회식을 시작으로 희생자 명단 헌정, 묵념, 평화의 종 타종, 헌화, 평화 선언, 흰 비둘기 방사 순으로 진행됐습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인사말을 통해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초래된 참화를 절대로 반복해서는 안 된다”며 “핵무기 없는 세계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주도하는 것은 유일한 전쟁 피폭국인 우리나라(일본)의 사명”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핵무기를 제조하지도, 보유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일본 정부의 비핵 3원칙을 견지하겠다는 뜻을 표명했습니다. 하지만 핵무기금지조약(TPNW)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일본은 원폭의 참상과 핵무기 사용 위험성을 강조하면서도 동맹국인 미국의 ‘핵우산’을 고려해 핵무기 사용·개발 등을 금지한 TPNW에는 가입하지 않고 있지요.

이시바 총리는 평화기념식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핵 3원칙을 재검토할 생각은 없다”면서 미국 핵무기를 일본에서 운용하는 ‘핵 공유’는 비핵 3원칙 관점에서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이 핵무기를 포함한 전력으로 일본 방위에 관여하는 확장억제에 대해서는 “핵무기 없는 세계라는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것과 모순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쓰이 가즈미 히로시마 시장은 우크라이나와 중동 사태를 거론하면서 핵무기가 증가하는 현실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는 세계 각국에 핵무장 추종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마쓰이 시장은 외국인 피폭자들을 만나 위로의 말을 전했습니다.

당시 원폭 투하로 인해 불에 타거나 파괴된 건물 수는 히로시마 5만1000여 채, 나가사키 1만3000 채로 추정됩니다. 건물 피해보다 치명적인 것은 인명 피해였지요. 1945년 12월까지 히로시마에서는 약 14만명, 나가사키에서는 7만4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인 원폭 피해자는 두 도시 합쳐 사망자 약 4만명, 생존자 3만명으로 추산됩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는 피폭 이후 도시 부흥과 함께 원폭 참상을 기억하고 보존하는 사업을 추진해 왔습니다. 히로시마는 원폭 투하 지점에서 160m 떨어진 ‘원폭 돔’을 남겨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했습니다. 외벽이 대부분 허물어지고 돔의 앙상한 철골 구조물만 남은 이 건물은 히로시마 원폭 피해를 상징하는 유산이 됐습니다.

원폭 돔 주변에는 원폭으로 희생된 사망자의 혼을 달래고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조성한 평화기념공원과 피폭자 유품 등을 전시한 평화기념자료관이 있습니다. 공원과 자료관은 전후 일본 건축을 대표하는 단게 겐조가 설계했습니다.

나가사키에서 원폭의 위력을 보여주는 건물은 우라카미성당 옛 종루(鐘樓)입니다. 피폭지에서 500m 거리에 있던 천주당은 1958년 해체 후 재건됐는데, 옛 종루가 인근에 쓰러진 채로 남아 있습니다. 우라카미성당에는 본래 종 2개가 있었으나, 피폭 이후 하나만 발견됐지요. 천주당은 미국 가톨릭 신자들이 복원해 기증한 나머지 종 하나를 지난 5월 공개했숩니다.

원폭 관련 건물 보존과 도시 정비는 사실상 마무리됐지만, 원폭을 경험한 피폭자는 세월의 흐름 속에서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살아 있는 피폭자 수는 9만9130명입니다. 1980년에는 37만여 명에 달했으나, 점차 감소해 올해 처음으로 10만 명 아래로 떨어졌습니다.피폭자 중 일부는 원폭이 투하됐을 당시 경험과 전쟁 공포를 알리는 증언 활동을 해 왔습니다. 피폭자 평균 연령이 86세인 상황에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는 피폭 경험을 이어가기 위해 상대적으로 나이가 적은 전승자를 육성하고 있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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