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억 들여도 해결 어렵다?···전남 고흥 해파리 전쟁
10일~16일 사업비 1억4천만원 투입해 176t 수거해
"사업비 소진으로 현재 수거 중단…육안관찰 밖에 못해"

"처음엔 신나게 물놀이를 즐겼지만 허벅지에 물컹물컹한 해파리가 스친 뒤부터 물에 들어가기 무서웠어요. 모래사장으로 나와 보아도 해변에마저 죽은 해파리가 있더라고요. 다시 물에 들어가기 꺼려져요."
6일 오전 고흥군 득량만의 한 해수욕장. 모처럼 휴가를 맞아 이곳을 찾은 김주향(여·38)씨는 딸 주혜(6) 양이 바다에서 해파리로 추정되는 생물을 느꼈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곧장 다리를 살펴봤으나 다행히 쏘인 흔적은 없었다.
이날 김 씨와 함께 모래사장을 걸으며 해변 위를 들여다 보니 원형을 갖춘 보름달물해파리를 비롯해 토막 난 해파리 사체들이 드문드문 눈에 들어왔다. 불과 324m 너비의 모래사장을 수놓은 해파리 사체는 총 다섯 개. 반투명한 몸체가 해조류, 바닷물과 섞여 썩어가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최근 반복된 폭염, 폭우로 이날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은 많지 않았으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외관은 '해수욕장 개장'이라는 플래카드 문구를 무색게 했다.
김 씨는 "얼마 전에 해파리 제거를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들었는데 완전히 없애기는 어려웠던 모양이다"며 "해파리가 어느 곳에 '지뢰'처럼 있을지 몰라서 해변을 자유롭게 거닐기 조심스러워진다"고 했다.
같은 날 찾은 고흥군 풍류해수욕장에도 조각 난 해파리 시체들이 발에 걸렸다. 이곳은 최근까지도 "해수욕을 즐기러 왔지만 해파리가 모래사장에 덩그러니 있어 징그러웠다"는 등 방문 후기가 이어진 곳이다.

풍류해수욕장은 그나마 관리가 돼 있어 온전한 해파리 시체를 찾아보긴 어려웠다. 피서객들의 수상 사고를 방지함과 동시에, 밀려오는 해파리를 방어하는 그물막으로 세이프 존(safe zone)이 역할을 한 것으로 보였다. 다만 곳곳에 녹아가는 해파리 사체가 눈에 들어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해파리가 고흥을 비롯한 전남 곳곳으로 밀려든 건 지난 6월을 시작으로 7월 중순부턴 급격히 증가했다.
이와 관련,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이하 수산과학원)은 지난 6월 해파리 대량 발생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한 바 있다.
지난주 수산과학원의 '해파리 주간 모니터링 결과보고'에 따르면 전남 서남해안에서 해파리가 고밀도로 출현하고 있다.
강독성인 노무라입깃해파리 출현율은 고흥을 비롯해 영광, 신안 등지에서 12.3%(7월 17일)→18.1%(7월 24일)→25.5%(7월 31일)로 늘었다.
약독성인 보름달물해파리는 같은 기간 다소 줄었(38.0%→32.1%→31.6%)지만, 여전히 고흥을 중심으로 강독성 유령해파리(1%), 무안·신안군에서 약독성 기수식용해파리(1%), 푸른우산관해파리(1.4%) 등이 잇따라 출현했다.
지난달 24일부터 30일까지 이어진 해파리 웹 신고 건수 또한 전남에서 총 4건에 달했다.
수산과학원 관계자는 "당분간 전남 해역에 보름달물해파리 등이 고밀도로 출현할 전망"이라며 "남해 및 제주, 동해 연안 등에도 노무라입깃해파리 유입이 증가하는 등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강독성 해파리 출현이 이어지고 있는 고흥군은 지난달 10일부터 일주일간 사업비 1억4천만원을 들여 해파리 구제작업을 실시, 보름달물해파리 총 176t을 수거했다. 평균적으로 개체 당 1~1.5kg인 해파리를 총 17만 6천여 마리 제거한 셈이다.
그러나 언제든지 타 지역구 수역에서 해파리가 이동해 올 수 있는데다 예산 부족으로 인해 현재로선 육안으로 피해를 관찰하는 것이 전부라는 점에서 우려는 여전하다.
고흥군 수산정책과 관계자는 "현재는 해파리 제거를 위해 출항하는 배는 없으며, 피해 상황은 부두에서 관찰 및 모니터링하는 것이 고작이다"며 "연안까지 떠밀려오는 해파리 수는 그나마 줄었지만 언제든지 해파리가 다시 나타날 수 있는 실정이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Copyright © 무등일보.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