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 배우’ 이명박은 영화를 보러 올까?
최승호 감독, 이명박에게 시사회 초대 편지 보내

8월6일 개봉을 앞둔 4대강 사업 관련 영화 ‘추적’의 감독인 최승호 뉴스타파 프로듀서가 이 영화의 주연이나 다름없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이 영화 시사에 초대한 편지를 공개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초대에 대해 현재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 7월22일 이 전 대통령에게 우편으로 보냈다는 이 편지의 앞머리에서 최 피디는 “이 영화를 꼭 보시라고 초대하고자 편지를 드린다. 왜냐하면, 영화의 주인공이 당신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영화는 1990년대 이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국회에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해야 한다고 발언하는 때부터 현재까지 30년이 넘는 4대강 사업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편지에서 최 피디는 사실상의 운하 사업, 가뭄과 홍수의 미해결, 녹조 발생 등 4대강 사업의 여러 문제점을 지적한 뒤 이 전 대통령에게 이렇게 물었다. “당신은 (녹조로 오염된 물로 농사지은) 그런 쌀을 드실 수 있습니까? 앞으로 영원히 당신의 손주들이 그런(녹조의) 독에 노출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어떤 마음이 드십니까?”
마지막에 최 피디는 이 전 대통령에게 이렇게 호소한다. “만약, 조금이라도 진실을 알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부디 영화관에 오셔서 <추적>을 봐달라. 이 영화는 대한민국을 이명박 당신의 거짓과 기만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한 프로젝트이다. 보고 나서,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다면 진실을 말해달라.”
최 피디는 이 영화와 이전의 시사 프로그램을 찍기 위해 2013년, 2017년, 2023년 등 세 차례 이 전 대통령을 찾아가 만나 질문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한 번도 4대강 문제점에 대해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2023년 취수구 문제점에 대해 질문을 받은 뒤 “공부를 하고 오라”고 큰소리를 쳤다. 과연 이 전 대통령은 이 초대에 응해서 자신이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를 보러 올까?
다음은 최 피디가 이 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전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추적>이라는 영화를 만든 감독 최승호입니다.
저는 대통령께 이 영화를 꼭 보시라고 초대하고자 편지를 드립니다.
왜냐하면, 영화의 주인공이 당신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전 대통령께서 우리 사회에 두 가지 큰 재앙을 안겼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언론 파괴, 다른 하나는 국토 파괴입니다.
이 두 가지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통령들의 잘못을 다 합친 것보다 큰 가장 뼈아픈 퇴행이었습니다.
당신은 민주화 이후 그 누구도 하지 않았던 폭력적인 방식으로 언론을 장악했습니다.
그 토대 위에서 박근혜, 윤석열 두 대통령은 똑같은 길을 따랐습니다.
왜 언론을 그렇게 탄압했을까요?
제가 보기엔,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하던 정책들이 정상적인 토론으로는 국민의 동의를 얻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하셨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자, 대운하는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사업 이름을 ‘4대강 살리기’로 바꿨습니다.
그러나 이름만 바꾸었지, 핵심적인 공사 방법은 바꾸지 않았습니다. 강을 깊게 파고 16개의 보를 세워 호수를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갑문을 붙이는 공사만 더 하면 화물선을 띄울 수 있는 거대한 인공 수로가 만들어졌습니다.
비판자들은 그래서 이 사업을 ‘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 사건’이라고 부릅니다.
국민을 속이고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책사업을 했기 때문입니다. 강을 살린 것이 아니라 죽였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가뭄과 홍수를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보에 가둔 물은 가뭄에 쓸 수 없었습니다. 가뭄 지역은 산간 지방이고 해안이어서 물을 보내려면 관로를 깔아야 하는데, 돈이 너무 들어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4대강 본류는 이미 제방 정비가 끝나서 홍수로부터 안전한 상태였습니다. 진짜 홍수 예방에 그 많은 돈을 쓰려 했다면 본류가 아니라 제방 정비가 안된 지천에 써야 했습니다.
물을 정화하는 모래를 수억톤이나 파내고 보로 막은 것이야말로 재앙을 초래했습니다. 모래를 파낸 것은 정수기에서 필터를 뽑아버린 것과 같은 짓이었습니다. 보로 막은 것은 강물을 멈추게 해서 녹조가 창궐하게 했습니다.
녹조가 발생하자 당신은 “녹조는 폭염 때문이지 보가 원인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강에 나가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보 위에 고인 물엔 녹조가 잔뜩 피어 있지만 보 아래 흐르는 물엔 녹조가 거의 없습니다.
녹조는 보기 흉한 풍경을 넘어서, 독성 물질을 내뿜는 유해 생물입니다.
청산가리보다 수천배나 독한 녹조 독소가 쌀을 오염시키고, 국민의 몸에 축적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님, 당신은 그런 쌀을 드실 수 있습니까?
앞으로 영원히 당신의 손주들이 그런 독에 노출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어떤 마음이 드십니까?
당신은 강을 살린 것이 아니라 죽였습니다.
국민의 생명줄인 물을 오염시켰습니다.
혹시 대통령님은 아직도 녹조는 보 때문에 심해지지 않는다고 굳게 믿고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만약, 조금이라도 진실을 알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부디 영화관에 오셔서 <추적>을 봐주십시오.
이 영화는 당신이 우리 사회에 남긴 발자취를 처음부터 끝까지 추적합니다.
이 영화는 대한민국을 이명박, 당신의 거짓과 기만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보시고 나서,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으시다면, 진실을 말해주십시오.
나는 가뭄이나 홍수를 방지하거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운하를 만들기 위해서 4대강 사업을 했다고 말입니다. 나의 거짓을 고백하니 이제 나라의 미래를 위해 4대강 문제를 해결하라고 말입니다.
그것이 전직 대통령으로서 이 나라에 할 수 있는 마지막 기여일지 모릅니다.
이 편지에 다소 거친 표현이 담긴 점, 양해 부탁 드립니다.
그러나 대통령님이 하신 일은, 그 어떤 완곡한 말로도 덮을 수 없는 거대한 파괴였음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2025년 7월 22일
영화 <추적> 감독 최승호 드림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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