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용접 배우러 왔는데···2500만원 갈취당하고 인신매매까지

송주용 2025. 8. 6.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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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연수생 입국 베트남 청년들 18명
정부 '우수직업학교'에서 거액 뜯기고
허술한 직업교육에 강제로 현장 노동
임금조차 갈취하고 신분증·여권 뺏겨
"사설 직업학교 전수조사해야"분노
"가족들이 힘겹게 모은 돈으로 기술을 배우러 한국에 왔습니다. 한국에 오면 다 잘 될 줄 알았는데 이렇게 고통을 받아서 슬픕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베트남 국적 기술연수생 A(24)씨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 기술연수생들이 취업사기와 '현대판 인신매매'를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정부가 지정한 '우수사설직업학교'에 수천만 원을 뜯겼고, 여권과 신분증을 빼앗겨 제대로 된 대응도 하지 못한 채 미등록(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전락했다.


돈 뜯고 여권 압수…현대판 인신매매까지

6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사설 직업학교 사기피해 및 인신매매 관련 기자회견에서 베트남 국적 기술연수생 A(24)씨가 피해 내용을 증언하고 있다. 국회의사중계시스템 캡처

6일 민주노총에 따르면 사건은 2023년 6월부터 베트남 국적 20대 청년 18명이 기술연수생 비자(D-4-6)를 발급받아 한국에 입국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경남 김해 소재 한 사설 직업학교에 입학했는데, 학교에서 용접 기술을 배워 졸업하면 조선소에 취직할 수 있다는 말을 믿었다.

하지만 꿈은 시작부터 무너졌다. 교육이 시작되기도 전에 입국비용과 이탈보증금, 현장실습비, 기숙사 비용 등으로 한 사람당 4억동(약 2,500만 원)을 직업학교에 납부해야 했다. 베트남 현지에서는 20대 청년들이 통상 5년 정도 일해야 모을 수 있는 큰돈이었지만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돈을 냈다. 노총에 따르면 이 가운데 1년치 교육비와 기숙사비는 1,040만 원이고, 남은 1,460만 원의 사용처는 밝혀지지 않았다.

어렵게 직업학교에 입학했지만 교육은 부실했다. 용접기술 수업을 한국어로만 진행해 이해할 수 없었다. 수업료를 다 지불했지만 용접 실기수업은 한국인 수강생들이 쓰고 남은 장비와 물품을 이용해야 했다. 일부 기술연수생들은 직업학교에 있던 6개월여 기간 동안 용접교육 강사가 없어서 자율학습으로 용접을 익혔다. 심지어는 용접테스트 비용으로 1인당 3만 원을 받아놓고 테스트조차 하지 않았다.

18명 베트남 연수생 중 6명은 입국 후 3개월 뒤 현장실습을 명목으로 전남 목포의 한 제조업 사업장으로 보내졌다. 법무부 지침에 따르면 기술연수생의 경우 체류기간 6개월이 경과해야 하고, 한국어능력시험 2급 이상 소지자만 현장실습에 나갈 수 있다. 이때 실습기관은 교육기관에서 50km 이내에 위치해야 하고 단순 생산직은 실습활동에서 제외된다. 당시 기술연수생들은 직업학교 담당자에게 "일이 아니라 (용접 기술) 공부를 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학교 측은 "현장교육장을 이탈하면 비자를 취소하겠다"고 압박했다고 한다.

외국인 연수생들은 어쩔 수 없이 한 달가량 제조업 공장에서 일했는데 임금은 하나도 받지 못했다. 일했던 회사에서는 "직업학교에 임금을 다 지급했으니 학교 측으로부터 받으라"고 말했다. 직업학교가 외국인 연수생들에게 현장실습 명목의 강제근로를 시키고 임금까지 갈취한 셈이다. 이에 여성가족부 산하 '중앙인신매매 등 피해자 권익 보호기관'은 피해자 중 2명을 노동력 착취로 인한 인신매매 피해자로 인정했다. 2023년부터 노동력 착취도 인신매매로 규정하고 있다.

직업학교는 외국인 연수생들에게 체류기간 연장을 해주겠다는 명목으로 6개월치 교육비를 한번에 받아간 뒤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여권과 신분증도 돌려주지 않아 비자 연장을 하지 못한 일부 연수생들은 불법 체류자 신분이 됐다.


"외국인 직업학교 전수조사 해야"

경남 소재 한 사설 직업학교에 입학한 베트남 국적 기술연수생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고, 수강료를 내고도 강사가 없어서 자율적으로 용접 기술을 익혀야 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외국인 연수생 피해 증언 기자회견에 참여한 베트남 기술연수생 A씨는 정부와 한국인들에게 도움을 호소했다.

A씨는 "베트남에 있는 가족들이 힘들게 모은 돈으로 유학을 왔다"며 "한국에서 일하며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한국에 와보니 교육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 반의 학생 수가 좌석 수보다 많았다"며 "실기 학습 자료가 없어서 한국인들이 사용하고 남은 것들을 썼다"고 전했다. 또 "목포 공장에서 일을 시킨 뒤 돈을 주지 않았고, 여권과 신분증을 돌려 받지 못했다"며 "학교는 비자 연장을 시켜준다며 돈을 받아간 뒤 아무것도 하지 않아 같은 반 친구들이 체포됐다"고 말했다. A씨는 "저희와 비슷한 사례가 다른 지역에서도 많이 있다"며 "한국 정부가 개입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호소했다.

피해자들과 노동계는 사설 직업학교 전수조사를 요구했다. 문제를 일으킨 직업학교는 법무부 우수사설직업학교로 지정됐고, 고용노동부 지정 직업훈련시설이다. 정부가 인증한 직업학교부터 큰 문제가 생긴 만큼, 모든 외국인 직업학교의 교육환경과 임금 및 비용 착취 문제를 파악해달라는 것. 아울러 피해자들이 제대로 이수받지 못한 기술연수를 다시 제공하고, 해당 직업학교에 대한 합당한 제재와 처벌을 요구했다. 이주언 공익법단체 두루 변호사는 "외국인 연수생들은 훈련 중인 값싼 노동력이 아니다"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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