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간송미술관, K-컬쳐 속 ‘문화보국’의 정신 되살리다

곽성일 기자 2025. 8. 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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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 전형필 수집 국보 도자·혜원전신첩 전시…하루 1500명 관람 성황
청자·백자부터 신윤복 풍속화까지…광복절 앞두고 전통문화 가치 재조명
대구간송미술관 전경
전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K-컬쳐 열풍이 우리의 전통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 중심에 선 곳이 바로 대구간송미술관이다.

방학과 휴가철이 맞물린 7월 마지막 주, 이 미술관은 하루 평균 1,500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으며 북적였고, 그중 절반 가까이는 대구 외 지역에서 방문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 방문객도 15.5%를 차지하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대구간송미술관 상설전시실.대구간송미술관 제공
대구간송미술관의 상설전시는 단순한 전시가 아니다. 일제강점기, 전형필 선생이 일생을 걸어 수집한 문화재를 통해 '문화로 나라를 지킨다'는 문화보국(文化保國) 정신을 되새기는 살아있는 교육장이자 자긍심의 공간이다. 지금 이곳에서는 교과서 속 이름만 익숙했던 작품들을 직접 마주할 수 있다.

가장 먼저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전시실 한복판에 놓인 두 점의 국보급 도자이다. '청자상감운학문매병'과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은 각각 고려청자와 조선백자의 절정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형식과 기법, 아름다움 모두에서 문화사의 정수를 보여준다.

여름방학을 맞이해 대구간송미술관을 찾은 어린이 관람객이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을 감상하고 있다.대구간송미술관 제공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은 상감기법으로 새겨진 구름과 학 문양이 조화를 이루는 걸작으로, 고려의 예술적 이상이 응축된 형태미를 자랑한다. 반면, 조선 후기의 백자인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은 다채로운 안료와 섬세한 조각기법이 어우러져 절제된 화려함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두 점이 담긴 진열장 또한 특별하다. 1938년 간송 전형필 선생이 특별 제작한 목재장으로, 그의 문화 수호 의지를 상징하는 유물 자체다. 유물을 지키는 그릇까지도 한 시대의 정신을 전한다는 점에서, '전시의 미학'이 구현된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조선 후기 풍속화를 대표하는 혜원 신윤복의 '혜원전신첩'도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총 30점으로 구성된 이 화첩 중 '연소답청', '상춘야흥', '춘색만원', '소년전홍'등 네 작품이 전시되며, 조선 시대의 일상과 감정을 섬세한 색감과 구도로 담아낸다.

여름방학을 맞이해 대구간송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실감영상전시를 감상하고 있다.대구간송미술관 제공
도시적 감수성과 자유로운 시선이 특징인 신윤복의 화풍은 오늘날에도 현대적인 매력을 지닌다. 관람객은 화폭 속 인물들의 시선과 표정, 배경에 깃든 이야기를 따라가며 당시 삶의 리듬과 정서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특히 '혜원전신첩'은 1935년 일본 오사카에서 유출 상태였던 것을 간송 전형필이 되찾은 사례로, 단순한 예술작품을 넘어 '문화회복'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국보 지정 이후 미술사뿐 아니라 복식사, 사회사 연구에도 귀중한 사료로 평가받고 있다.

전형필 선생은 단지 수장가가 아니었다. 그는 교육자이자 예술인이었으며, 무엇보다 '잊혀진 것들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간송의 방'에서는 전형필의 생애와 문화재 수집 활동, 그리고 그가 걸어온 문화보국의 길을 다양한 자료와 함께 조명한다.

그가 수집한 문화유산은 단지 아름다움을 넘어서, 민족의 정체성과 자존을 지켜낸 증표들이다. 일제강점기라는 엄혹한 시대에도 우리 것의 가치를 믿고 수호한 간송의 정신은 오늘날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대구간송미술관 상설전시는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된다. 입장은 오후 6시까지 가능하며, 관람료는 성인 6,000원, 어린이?청소년 3,000원이다. 대구시민은 20% 할인을 받을 수 있으며, 관련 프로그램과 예약 안내는 미술관 홈페이지(kansong.org/daegu)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구간송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K-컬쳐 열풍 속에서 우리의 진짜 정체성을 되돌아보는 시간"이라며, "광복절을 앞두고 간송 전형필 선생의 삶과 철학을 통해 문화와 독립의 가치를 새롭게 성찰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