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간송미술관, K-컬쳐 속 ‘문화보국’의 정신 되살리다
청자·백자부터 신윤복 풍속화까지…광복절 앞두고 전통문화 가치 재조명

방학과 휴가철이 맞물린 7월 마지막 주, 이 미술관은 하루 평균 1,500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으며 북적였고, 그중 절반 가까이는 대구 외 지역에서 방문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 방문객도 15.5%를 차지하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가장 먼저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전시실 한복판에 놓인 두 점의 국보급 도자이다. '청자상감운학문매병'과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은 각각 고려청자와 조선백자의 절정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형식과 기법, 아름다움 모두에서 문화사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 두 점이 담긴 진열장 또한 특별하다. 1938년 간송 전형필 선생이 특별 제작한 목재장으로, 그의 문화 수호 의지를 상징하는 유물 자체다. 유물을 지키는 그릇까지도 한 시대의 정신을 전한다는 점에서, '전시의 미학'이 구현된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조선 후기 풍속화를 대표하는 혜원 신윤복의 '혜원전신첩'도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총 30점으로 구성된 이 화첩 중 '연소답청', '상춘야흥', '춘색만원', '소년전홍'등 네 작품이 전시되며, 조선 시대의 일상과 감정을 섬세한 색감과 구도로 담아낸다.

특히 '혜원전신첩'은 1935년 일본 오사카에서 유출 상태였던 것을 간송 전형필이 되찾은 사례로, 단순한 예술작품을 넘어 '문화회복'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국보 지정 이후 미술사뿐 아니라 복식사, 사회사 연구에도 귀중한 사료로 평가받고 있다.
전형필 선생은 단지 수장가가 아니었다. 그는 교육자이자 예술인이었으며, 무엇보다 '잊혀진 것들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간송의 방'에서는 전형필의 생애와 문화재 수집 활동, 그리고 그가 걸어온 문화보국의 길을 다양한 자료와 함께 조명한다.
그가 수집한 문화유산은 단지 아름다움을 넘어서, 민족의 정체성과 자존을 지켜낸 증표들이다. 일제강점기라는 엄혹한 시대에도 우리 것의 가치를 믿고 수호한 간송의 정신은 오늘날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대구간송미술관 상설전시는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된다. 입장은 오후 6시까지 가능하며, 관람료는 성인 6,000원, 어린이?청소년 3,000원이다. 대구시민은 20% 할인을 받을 수 있으며, 관련 프로그램과 예약 안내는 미술관 홈페이지(kansong.org/daegu)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구간송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K-컬쳐 열풍 속에서 우리의 진짜 정체성을 되돌아보는 시간"이라며, "광복절을 앞두고 간송 전형필 선생의 삶과 철학을 통해 문화와 독립의 가치를 새롭게 성찰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