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10년 만에 담뱃값 인상 카드 꺼내들까
여의치 않은 세수 확보…액상형 전자담배부터 과세 가능성도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새 정부 들어 담뱃값 인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금연학회에서 최근 담뱃값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만원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으면서다. 담뱃값을 올린 이후 10년이 흘렀다는 점과 맞물려 세수 부족에 허덕이는 정부 입장에선 인상 명분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서민 증세라는 비판은 부담이다. 일각에선 규제 사각지대로 지목되는 액상형 전자담배부터 손댈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조홍준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대한금연학회지 최신호에 '새 정부가 반드시 실천해야 할 담배규제 정책'이라는 연구를 발표하며 담뱃값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구진은 "담배와의 싸움은 단기적 성과가 아니라 장기적 공공의 이익을 위한 투자"라며 "지금의 선택이 미래 세대의 건강을 좌우할 것인 만큼 새 정부의 책임 있는 결단과 실천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현재 궐련(연초) 담배 한 갑에 4500원인 담뱃값을 최소 OECD 평균인 1만원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격 인상으로 확보한 재원의 절반 이상은 담배 규제와 금연 지원 사업에 활용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담뱃값은 2015년 기존 2500원에서 2000원 인상된 이후, 10년 동안 제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10년 동안 같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어 담배 회사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10년 넘게 가격 동결이 이뤄지는 사이 담뱃잎 등 원부자재 상승으로 매출원가율(별도기준)은 2015년 33.5%에서 지난해 52%까지 증가했다. 제조 원가는 오르는데 담배 가격은 제자리에 머물면서 기업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의미다.
담뱃값 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가장 큰 이유는 최근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의 인사청문회 발언 때문이다. 정 장관은 "담배 가격 정책을 통해 담배 소비 및 청소년 흡연율이 감소했지만, 최근에는 정체 상태이며 신종 담배가 확산하고 있어 가격 및 비가격정책을 점검하고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담배 가격을 놓고 정부 차원의 인식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의 재정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도 인상설에 힘을 싣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과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2023년과 2024년 각각 56조4000억원, 30조8000억원에 달하는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 이에 이재명 정부는 세제 개편안을 통해 세입 기반을 복원해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구간마다 1%포인트씩 다시 올려 2022년 수준인 최고 25%로 환원한다. 금융투자거래세 도입을 전제로 지난 3년 동안 단계적으로 세율을 인하했던 증권거래세도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0%로 되돌린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하려는 시도 역시 세수 확보 차원의 일환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담배에 부과하는 각종 세금과 부담금을 포함한 제세부담금은 지난해 11조7000억원이다. 궐련담배(연초)와 궐련형 전자담배를 포함한 수치다. 판매량(약 35억 갑)이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최소 인상 기준인 8000원으로 담뱃값이 오르면 산술적으로 제세부담금은 한해 20조원이 넘게 걷힌다. 매년 9조원 넘게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세수가 부족한 정부가 담배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이유다.

저항 큰 궐련 대신 액상형 먼저? "문제는 기준"
담뱃값 인상이 현실화하면 흡연자들의 반발과 서민 증세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궐련 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 대신 액상형 전자담배에 먼저 칼을 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 장관은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도 궐련 담배와 마찬가지로 건강에 유해하므로 동일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담배사업법상 '담배'는 연초(煙草)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삼은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합성 니코틴으로 만들어지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이유다. 이를 놓고 담배의 정의를 '연초 및 니코틴'으로 확대해 일반 담배와 똑같은 규제가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아울러 액상형 전자담배는 무인 매장이나 온라인에서 판매할 수 있고, 성인 인증 절차도 허술해 청소년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다.
세수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입법 공백으로 인해 합성니코틴 액상 전자담배에 부과하지 못한 제세부담금은 최근 4년간 3조389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문제는 과세 기준이다. 기재부가 지난 4월 발표한 '2024년 담배시장 동향'에 따르면, 기재부는 전자담배 액상 0.4ml 용량을 담배 한 갑으로 산정했다. 그러나 2022년 질병관리청은 4mL를 한 갑과 동일하다고 봤다. 종량세에 맞춰 액상 기준을 정하는 데 그 기준마다 기관마다 다른 셈이다. 이에 대해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사용하는 기기와 액상 니코틴 농도에 따라 천차만별의 소모량을 가지고 있어 이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 종량세의 경우 과세형평성의 문제 제기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자담배 업계는 소모량이 다른 액상담배의 특성을 반영, 현 종량세를 '종가세'(도매가의 50%)로 바꿔 세금 제도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외 주요 국가도 액상담배에 대해 종가세를 채택하고 있다. 미국은 전체 주의 60%가량이 종가세(평균 도매가의 45.7%)를 채택하고 있고 중국 역시 종가세(도매가의 36%)를 적용하고 있다.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 측은 "액상형 전자담배로 인한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을 해소하려면 강력한 규제와 함께 반드시 그 원인을 진단해야 한다"며 "납세 가능한 세율로 변경해 강력한 규제, 국민 건강권, 청소년 보호, 소상공인 안정화 및 건전한 시장질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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