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 답하다] 누구라도 ‘보험사기’에 가담할 수 있다… 보험사기 연루자 10만명 ‘주의보’

최정서 2025. 8. 6.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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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도 주변 말만 듣고 관행처럼 신청
진단서 변조 등 ‘사고조작’ 60.7% 최다
처벌 강화·국민 홍보로 범죄율 낮춰야
보험금청구서. [연합뉴스]

‘이 정돈 괜찮겠지’? 전혀 아니다


누구든 보험사기에 걸려들 수 있다.

#보험설계사 A는 가족과 피보험자들에게 뇌·심혈관 질환 보험상품에 단기간 집중적으로 가입하도록 유도했다. 이후 사전에 공모한 5개 병원에서 협심증, 뇌혈관 질환 등에 대해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 보험금을 편취했다. 병원 의료진 8명, 보험설계사 포함 피보험자 35명, 브로커 3명은 보험금 약 37억원을 편취했다.

#B 요양병원에서 병원장과 상담실장이 가짜환자들에게 입원을 권유했다. 이들이 가입한 보험 상품의 보장한도에 맞춰 통증 치료, 약제 처방 등 치료 계획을 설계했다. 또한 피부 관리사와 간호사 등은 일정표에 따라 피부 미용 시술(미백, 주름 개선 등)을 제공했으며 고용된 의사는 이에 맞춰 허위 진료기록을 발급했다. 환자들은 미용 시술 등을 받았지만 보험회사에 허위로 질병 치료를 받은 것처럼 제출해 보험금을 편취했다. 이곳에서만 의료진 5명과 환자 136명이 약 72억원을 편취했다.

#C씨는 배달용 오토바이 사고를 냈지만 개인용 오토바이 보험에 가입하고 개인 용무 중 발생한 사고로 둔갑해 허위로 보험금을 청구해 보험금 3억원을 편취한 사례도 있었다.

보험사기 에방 포스터. [금융감독원 제공]

◇보험사기 규모 1조원 시대= 최근 보험사기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병의원이나 브로커(설계사) 등이 결부된 지능적·조직적인 보험사기뿐만 아니라 고령층, 청년층과 같은 일반인이 연루되는 등 종류와 방식도 다양하다. 특히 일반인들은 “이 정도면 괜찮겠지”하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다가 보험사기에 가담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1조1502억원, 적발 인원은 10만8997명으로 집계됐다. 적발 인원은 지난해 525명 소폭 감소했으나 보험사기 규모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22년에는 1조818억원 규모였던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2023년 1조1164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금융당국에서 보험사기 근절을 위해 관련 법을 개정하고 신속한 기획 조사를 추진하는 등 강력한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증가세가 쉽게 꺾이질 않는다.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기를 통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기 때문에 규모가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 의사나 보험설계사들이 가담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또한 일반인들도 연루된 사례가 많이 있다. 이들은 그냥 별것 아닌 것처럼, 관행처럼 주변의 말만 듣고 보험을 신청하는 것도 있다. 이런 것들 역시 보험 사기의 일종”이라고 지적했다.

◇연령도, 유형도 각양각색= 보험사기 유형은 다양하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60대 이상 고령층이 2만7998명으로 전체 25.7%를 차지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60대 이상 고령층은 전 연령층에서 유일하게 2023년 대비 보험사기 적발 인원이 증가한 연령대다. 뒤를 이어 50대(2만4528명), 40대(2만1055명) 순이었다. 20대(1만4884명), 30대(1만9746명) 등 젊은 세대에서도 보험사기에 연루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사고내용조작이 6만6206명으로 전체의 60.7%를 차지했고 허위사고(20.9%), 고의사고(10.6%) 등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는 △자동차사고 운전자, 피해물, 사고 일자 조작 및 과장(20.8%) △진단서 위변조 및 입원 수술비 과다 청구(17.8%) △음주, 무면허 운전(12.5%), △질병의 상해사고 위장 등 (12.3%)이 대표적인 보험사기 유형으로 밝혀졌다. 특히 진단서 위변조 및 입원 수술비 과다 청구는 속칭 ‘나이롱 환자’를 양산하는 조직적인 보험사기 유형으로 꼽힌다.

보험종목으로는 자동차보험이 49.6%(5704억원), 장기보험 42.2%(4853억원)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자동차보험은 2023년 대비 적발 금액이 가장 크게 증가(228억원) 했다. 이는 자동차 사고 조작, 고의 충돌 유형에서 보험사기가 증가한 영향이다.

관계자는 “의료진이 환자들의 서류를 조작해서 하는 사례도 있다.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닌 조직적으로 모아서 실행하거나 알선, 유인을 통해 가담하기도 한다”면서 “한 사이트에서는 보험사기에 가담할 사람을 모집하기도 한다. 허위 제안서를 엮어서 다 같이 신청해 보험금을 타는 것이다. 조직적인 사기도 많이 늘어나는데 이들은 모두 증대한 범죄”라고 경고했다.

◇처벌 더 무겁게… 최대 무기징역까지=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해 사기 범죄 유형에 보험사기를 새로 추가해 양형기준을 마련했다. 양형위는 보험사기에 대해서 “2018∼2022년 선고된 구공판(정식재판 회부) 사건이 6209건으로 양형기준이 설정되지 않은 범죄 중 사건명 기준으로 가장 많은 수”라고 밝혔다.

형량은 무거워졌다. 지난해 8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보험사기 알선·유인·광고를 한 사람도 10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또한 강화된 보험사기 양형기준에 따라 지난달 1일부터 기소된 건에 대해 의료·보험 전문직 종사자의 보험사기 가담 시 가중처벌이 가능해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할 수 있다.

더불어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금감원은 생명·손해보험협회와 함께 보험사기 위험성에 대해 모든 국민이 제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 대국민 집중 홍보를 추진 중이다. 앞서 인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드라마 패러디 쇼츠 영상을 전파하고 자동차 내비게이션 음성 안내를 했다. 최근에는 병의원 등을 집중 대상으로 보험사기의 위험성에 대한 홍보를 강화했다. 일반 국민 역시 일상에서 보험사기 위험성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온오프라인 대국민 홍보도 함께 추진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보험사기 처벌이 무겁다는 것을 사전에 알리고 있다. 대법원에서 양형 기준을 강화한 만큼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인식 제고를 할 필요성이 커졌다”면서 “전문가들이 가담한다면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반인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에게도 대충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을 확실히 짚어줘서 이 부분이 명확히 범죄라는 사실을 인식시켜야 한다. 보험은 전 국민이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유혹에 빠질 수 있다. 보험사기의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도록 해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정서 기자 emotio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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