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기준 강화 후 증시 ‘출렁’… ‘부동산만 우대’ 지적에 기재부 대응 고심

정부가 상장주식 양도소득세의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다시 낮추기로 하면서 주가지수가 급락하고, 일각에서는 ‘부동산만 우대하는 세제’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주식시장 활성화를 통해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던 정부 기조와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기획재정부는 후속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
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조만간 민주당 조세정상화특별위원회 등과 세제개편안 관련 의견을 조율할 방침이다. 기재부는 지난 7월 31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을 통해 종목별 보유액이 10억원을 넘는 주식 투자자에게 양도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을 재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가 2023년 말 기준을 50억원으로 완화한 지 약 2년 만에 기존 체계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세제개편안이 발표되자 주식시장에서는 우려가 쏟아졌다. 양도세 과세를 피하기 위해 10억원 이상 주식을 보유한 사람들이 연말에 대거 주식을 팔게 되고, 결국 주가가 떨어질 거라는 이유에서다.
투자자들은 특히 부동산에 대한 세제는 그대로 둔 정부가 주식시장에서 증세를 추진하는 점을 꼬집으며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비판도 내놓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주식시장을) 부동산에 버금가는 대체 투자 수단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지만, 실제 과세 체계는 여전히 ‘부동산 우대’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주식은 대주주로 분류되면 보유 기간과 관계없이 양도차익에 대해 최대 25% 세율로 과세된다. 반면 부동산은 1가구 1주택자가 10년 이상 보유한 경우 양도차익의 최대 80%까지 공제받을 수 있으며,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12억원까지 비과세 혜택도 주어진다. 커뮤니티 등에서는 “정책만 보면 결국 부동산이 답이라는 결론”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세제개편안이 발표된지 일주일 가까이 지났지만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자 기재부도 고민에 빠졌다. 당초 기재부 안팎에서는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 고액 투자자에게 과세하는 것은 원칙에 부합한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고액 보유자의 연말 매도가 매년 다르게 나타났고, 반드시 시장 충격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도 기재부가 이런 세제개편안을 마련한 배경이다.

과세 기준 조정은 시행령 개정 사안인 만큼, 결정만 내리면 수위를 조절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현재 여당 내 조세정상화특별위원회와 정책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의견 수렴이 이뤄지고 있다. 여당의 논의가 본격화하면 당정 협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에서는 일단 정부안에 담긴 ‘10억원 기준’을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정부 시행령 사안이지만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면 조속한 결론이 필요하다”면서 “정부에 수정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내에선 기존 50억원으로의 회귀 외에도, 20억원 또는 30억원 수준의 절충안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
기재부는 현재로선 이미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만큼, 정치권 논의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 1400만명 이상이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고 정부도 코스피 밸류업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면서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듣고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도 이날 “주식시장과 투자자 반응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전날 “단기 주가 변동만으로 정책을 바꾸긴 어렵다”던 입장에서 하루 만에 기류가 달라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주주 기준을 바꾸는 것에 보다 신중해야 했다고 지적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식시장 활성화를 정책 기조로 삼았다면, 이번 과세 기준 조정은 중장기 과제로 돌리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했다”면서 “지금처럼 단일 종목당 보유액으로 과세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는 합리적이지 않고, 보유 종목 전체 기준으로 전환하거나 양도차익 기준 과세로 가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정책은 이해관계자의 반발을 감안하더라도 일관성을 유지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는데, 여론에 따라 방향을 쉽게 바꾸면 정책 수립 자체가 어려워진다”면서 “세금처럼 민감한 분야에서 이익 집단의 반응에 흔들리는 구조가 굳어지면, 결국 영향력 있는 집단의 요구만 반영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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